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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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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Oct 12. 2024

인간사 일대기가 여기에

안동 시립박물관

안동시립박물관의 이름표를 보며 가까이 가니 앞마당에 장승 넷이 있다

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토지 대장군,

토지 여장군 ㅡ? 토지 장군?

처음 대하는 대장군이다

또 옆으로 가사의 선이 부드러운 목 없는 부처를 보며 저 위의 얼굴은 또 얼마나 부드러운 미소가 담겨 있었을까?

승유억불 정책으로 저처럼 목이 잘린 모습으로 만나본  많은 부처들의 모습이 안타까이 떠올랐다

입장하여 그 시대의 생활상을 지나며 보니

집과  항아리 그리고 멍석을 벽에 매달아 놓았고 다른 벽에는 농기구들이 가득하다

닭이 알을 낳고 때로는 병아리를 품어내는 둥지에 앉아 꼬꼬댁 거리며 내려올듯한 닭을 보며  생각에 너무 반가웠고 길쌈하는 여인들의 모습에는 안마당에 모여 길쌈하던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 특이한 것은 인간의 일대기 전시였는데

여인이 아들 점지를 원하며 기도하는 모습,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

돌이 되어서 돌잔치를 하고,

소변 실수로 키를 쓰고 소금 얻으러 가고,

아버지 어머니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서

시집 장가를 가는 혼례를 올리고,

바느질을 하며 남편을 기다리고,

60 평생을 잘 살았다고 회갑잔치를 하고,

다 살았다고 죽어 염을 당하고, 

상여를 타고 만장을 휘날리며

세상과 이별을 하고 나면,

제사를 올리며 기림을 받는다는

인간사 일대기가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껏 그 어떤 민속전시관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시물에 살아온 길을 돌아보고 남은 생의 길도 넘겨다 보며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ㅡ는 속담을 되뇌어 보며 남은 생의 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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