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미워했던 사람들

-내 마음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들

by 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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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는 수많은 무덤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무덤 속에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묻고 있다.

그들의 묘비에는 이름은 없다. 다만 기록할 수 없는 긴 말들의 죄명만이 길게 늘어져 있을 뿐이다.

처음엔 그들을 사랑했고, 그러다 미워하게 되면 서서히 마음속에서 그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에게는 고통이 없다.
다만 그 고통을 견뎌내는 건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관심과 사랑을 받길 원한다.

그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라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알며,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관심과 사랑이 전해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는지에 대해 어려움을 겪으며, 관계 속에서 길을 잃곤 한다.


나는 늘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갈까 두려운 적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라 쉽게 나눌 말도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내 혀 안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입에서는 단내가 감돌았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겉돌게 되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 간의 알게 모르게 서열이 위아래가 나뉜 기분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마치 이 사람에게는 허용적인 말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불편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는 것처럼 말이다.


대게 그들은 자기주장이 강했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조금 소심하게 굴면 밀어붙이기 바빴다. 나에 대한 기다림도 예의도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어긋한 예의 안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 혓바닥에 뱀처럼 굴었고, 오히려 그의 말에 동조하며 나의 의견을 묵살했던 날들이 많았다.

내가 그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보다 불편한 감정이 먼저 들었고, 내가 굳이 시간을 들여 만나야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다.

사회적인 기본 배려로 상대를 대했을 때 돌아와야 하는 건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내 마음과 같지 않았다.


상대방은 내가 사람이 좋아 보였는지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못된 심보를 발동시킨다.

알게 모르게 장난이라며 혓바닥을 제멋대로 굴려 나를 웃긴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내 입장에선 불쾌하고 기분이 나쁠 뿐이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리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커지면 그 사람을 수도 없이 죽이기 시작한다.

내성적인 나에게는 어려운 것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우니 마음속 깊이 묻어두며 서서히 그들을 피 말려 죽이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마음속에 널브러진 묘비명 없는 무덤 속에 죽은 그들의 영혼은 맑지 못했다.


사람이 좋아서 다가갔고, 먼저 내밀었던 배려 속에 오가던 초심은 상처로 다가왔던 지난날들

하루에도 수십 번 그를 죽이며 괴로워했던 날들

마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그 칼날은 뭉툭하고 무딜 뿐이다.


그들은 내가 얼마나 자신들을 죽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무덤에는 무성한 잡초들만이 자라난다. 누구 하나 성묘 오는 이 없이...

가끔 그들의 슬픈 등을 볼 때 한 번씩 그 무덤들을 돌아보긴 하지만 술 한잔 기울여줄 여력은 없었다.

그저 사람이기에 예의 격식을 지키는 잠깐의 공감성 감정일 뿐이다.


간혹 그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데 내게 진심으로 사과를 전했던 사람의 모습이었다.

다만, 환생은 했지만 더 이상 그와의 인연은 그 시절에서 멈췄다는 것이다.


나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마음속에서 죽였고, 그 죽음 앞에 애도를 표한 적은 없다.

그저 그들이 미웠고 원망스러웠다.

나 또한 덜 여문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기에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죽은 이의 형상화로 살아갈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을 드러낼 수 없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 생각보다 고통스럽고 마음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속 어딘가 깊이 박힌 미움의 흔적을 생각한다.

더 이상 무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