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머물러 있음을 나는 안다.
나는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 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들을 보여주게 될까 봐서 이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면 그 큰 마음을 온 마음과 몸으로 표현하는 편이긴 하지만 되려 나에게 좋은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을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한날 아는 동생과 술을 마시며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하고 가까이 지내지 마."라고 말했었다.
그 동생은 오히려 "아니야 언니는 좋은 사람이야."라며 말을 해주었다.
내가 왜 나와 가까이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나라는 사람이 그 사람에게 상처를 안겨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말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나의 마음에 누군가 들어오면 내 곁을 내어주며 온기를 덜어내 주지만, 그 마음이 변하는 순간 그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온도가 급격히 냉랭해진다. 그래서 쉽게 내 곁을 내어주기가 두렵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었을 때 나는 부담스럽다.
이런 나의 마음을 상대방이 알게 된다면 그 상처는 실로 말로 다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이 말은 어쩌면 상대가 내 곁에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벽이다.
나를 좋아해 주는 마음은 좋지만, 그 마음에 대한 보답을 할 여유도 그릇도 되지 못한다.
내가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간다는 건 감사하면서도 조심스럽고 그 마음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상대방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은 마음들이 쌓여 더는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어도 기쁘지가 않다.
왜냐하면 정말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 마음을 고마워하면서 간직하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다듬으며 유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좋은 사람의 경계선에 들어가지 못할뿐더러 그 관계 속에 침범하면 안 된다.
내가 유일하게 상대방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거리를 두는 것뿐이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런 관계 말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머문다.
그 머문 자리에는 다정함과 향기가 묻어 나있다.
그 머문 자리를 매만지며 왜 나 같은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게 사람들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 곁에 사람들이 머문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좋은 사람이 내 곁에 머무는 건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머무는 거야."라고 말이다.
나의 작은 그릇 안에 그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이 품어주며 나를 성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그 자리에서 불쑥 그런 말들이 나왔다는 건 당신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닌 걸 알지만 그 모습까지 품어주는 사람들 곁에서 조금씩 성장하며 관계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며 나의 태도를 반성하는 습관을 들인다.
내가 했던 말과 행동들, 상대방과의 표정들을 생각하며 나는 반성한다.
다만, 여전히 온전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며 변해가려는 내 모습을 보며 적어도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꽤 멋진 녀석이네라고 칭찬 한마디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