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릴수 없는 이유
올 여름휴가는 급하게 계획이 변경됐다.
친정집에 가려고 비행기티켓까지 다 예매했는데
날씨가 너무 너무 덥다며 내려와봤자 집에만 들어 앉아있을텐데
굳이 내려올 이유가 있겠냐며 자꾸만 내려가면 안되는 이유를 늘어놓으셨다.
정확하게 '내려오지마!'는 아니었지만
엄마의 모든 말이 향하는 답은 오지말라는 뜻이었다.
나는 항상 이런 순간에
내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과
엄마에게서 내가 느끼는 감정의 온도와 그 형태가 아주 다르다는걸 깨닫는다.
만약 내 아이가 결혼을 해서 아주 먼 곳에 살게 되면 아이가 온다고 하면 난 언제나 환영일텐데.
너무 더운날이라면 에어컨 바람 아래,
오랜만에 아이가 좋아하던 콩국수나 비빔국수나 여름 음식을 마음껏 만들어주고
해가 지는 선선한 저녁에 가까운 바다라도 걸으면서 그렇게라도 소중한 시간을 함께할 텐데.
엄마의 논리대로라면,
난 엄마집에 가을이나 혹은 봄에만 내려가야 한다.
그냥 엄마가 여름이 너무 덥고 엄마가 요즘 몸이 너무 힘들고
언니들 조카들까지 봐주는 일들이 많으니 힘들다고.
그렇게 솔직하게 인간적으로 이야기 해준다면 이렇게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을텐데.
엄마는 늘 입버릇처럼 딸이 멀리 사니 애처롭고 그리운듯 이야기하지만
엄마의 그 말이 내 마음에 와 닿은 적은 거의 없는것 같다.
곧 마흔이 되는 지금까지도 엄마아빠에게 나는 무얼 바라는 걸까.
아직도 사랑이 고픈걸까.
엄마는 내려오지 말란 얘길 한적이 없다고 하시지만.
그건 엄마가 나에게 내심 갖는 일말의 미안함조차 털어내려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