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 놓는데 능숙해지는 일인 것 같다.
이불속에 파묻혀 하루 종일 눈만 감고 싶은 날도
꾸역꾸역 일어나서 몸을 일으켜 찬물로 세수를 하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올림픽대로 위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들을 보며 멍 때리는 나를 발견한다.
정년 내가 이 운전대를 잡고 여기까지 온 건가.
기계 값처럼 세팅된 몸은
나를 오늘도 기어코 끌고 회사 책상에 앉혀 놓는다.
점심시간이면 어딘가에 앉아서
무언갈 먹는다.
딱히 먹고 싶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아도 일을 해야 하기에 먹어야 한다.
젊었을 땐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이 움직였다.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추억할뿐.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마음이 두근거리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렇게 마음을 수시로 들여다보던 시절이 있어. 참 좋았다. 고.
나이가 든다는 건
삼켜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유치원 버스시간이 임박했음에도 늑장을 부리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지 않고 꾹 삼키고 한 번 더 타이른다.
물건을 아무 데나 두는 남편에게 큰소리 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물건을 제자리에 옮기며
목구멍까지 뜨겁게 치솟는 분노 섞인 말들을 꾸욱 삼킨다.
하...
가족들도 이런데, 남들은 오죽할까.
너무 많이 삼키면 탈이 난다.
그럼에도 꾹꾹 삼킨다.
얼마나 삼켰는지도 모르겠다. 삼킨것들로 치면 나는 대왕 고래쯤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