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은 늘 다르다

시작을 두려워하는 마음에게

by 하늘위로바다

시작과 끝이 다르길 바라며 행동할 때가 있다.

사실 모두가 그걸 바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작은 미비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다.'

이 말처럼, 우리는 늘 '나중'을 꿈꾼다.


그렇게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끝을 생각하니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는 강박이 머리를 감싸서

결국 다시 내일로… 혹은 언제 시작할지도 모를 정도로

미루기 십상이다.


‘아, 이거 하기 전에 저거 해야 하는데…. 아 저것도 끝내야 하는데…. 아 저것도 해보고 싶은데 먼저 하려고 했던 거 먼저 끝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일들과 가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슴이 두근거리다가도

미뤄왔던 일들이 숙제처럼 다가와 또다시 멈추고 쌓아두기만 하는 모습이 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내 생각을 가사로 표현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나름 글을 잘 쓴다고 자만해 왔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고 나서는 더더욱


이제는 친한 지인 몇 명 아니면 찾아 듣지 않는 나의 음악들인데 글이라고 뭐가 다를까?

당장 알라딘 앱을 켜거나 가까운 서점에 가도 수많은 책을 볼 수 있고 글쓰기란 모두가 할 수 있다.

장르만 바뀌었을 뿐,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애매한 재능은 저주이며 노력의 천재는 그 재능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지만 그동안 나는 노력을 배신했다.


자만심과 자신감은 비슷하면서도 한 끗 차이지만

자만심을 깨닫는 순간에 자신감은 한없이 작아진다.

해내지 못한 자책감, 남들과 비교한 후에 느끼는 박탈감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를 작게 만드는 건

늘 해보지도 않고 이런 감정들을 느끼는

나 자신에게 느끼는 실망감이다.


이런 감정들이 익숙해지는 순간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고

자격지심이란 두꺼운 자기방어들이 나를 더 한없이 찌질한 사람으로 만들게 된다.


이 글은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한 자기 고백인 걸까?

아니면 푸념인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저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그리움을 시작으로

이제는 그 끝을 생각하지 않고 싶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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