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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위로바다 Jul 10. 2024

“프리랜서는 왜 그만두셨나요?”

사회초년생의 중소기업 면접

“프리랜서는 왜 그만두셨나요?”     


2022년 2월 한 IT 중소기업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나는 2021년 국비 지원을 통해 영상 편집 및 디자인 아카데미를 수료하였다.

같이 수업을 들었던 동기들은 수료 후에 정규직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나는 프리랜서를 선택했다.

그 후 영상 편집 업무를 맡아서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다.

교육용 모듈 영상 편집, 웹드라마 자막 작업, 국정원 사이버보안 영상부터 애니메이션 사운드 디자인 등등 6개월 동안 실무를 이해하며 ‘나도 할 수 있다!’란 자신감이 들었다.     


나는 프리랜서로 ‘집’에서 소통하고 ‘집’에서 작업했다.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고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지만,

현장과 관련된 경험은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프로젝트 하나를 끝내면 새로운 일이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단점이 있었다.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면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평소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보니 내가 원했던 것은 어쩌면 ‘소속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힘든 부분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소하거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후 함께 기뻐하며 회식을 하거나

서로를 인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도서 《미움받을 용기》에서 ‘소속감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것은 ‘사람인, 잡코리아’에서 소속감을 찾기로 했다.

새해 초였기에 신입 사원 모집공고가 많이 올라와 있었고,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들(영상 편집, 디자인 등등)을 체크했다.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출퇴근 거리와 급여였다.

문득 “신입 사원은 100군데 정도는 다 넣어봐야지!!” 라고, 장난스레 말했던 동기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공고를 보다 보니 내가 지원하고 싶었던 곳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비하여 수백 번 생각하고 행동하는 파워 J인 나로서는 수많은 공고들 중에서 몇 군데로 좁힌 것이 최선이었다.

백지였던 이력서에 프리랜서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올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모집공고 사이트에선 지금까지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분야별로 5명, 내가 지원한 마케팅팀은 심지어 1명을 뽑았는데 약 100명이 지원했다.

용기를 내어 서류를 제출하고 나는 모른척했다.

기대한 만큼 실망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출 버튼을 누를 때 내 손이 떨렸고, 그 감각이 잊힐 때쯤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서류 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1차 면접이 있을 예정이오니 시간을 선정하여 답변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 심장이 마치 감기에 걸린 것처럼 기침하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처음 알을 깨고 바다로 서둘러 가는 바다거북이 같았다.

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면접용 복장과 구두를 사고,

거울을 보면서 자기소개와 포부를 주절거리고 있었다.

벌써 마음속으론 ‘첫 월급 받으면 엄마한테 용돈을 얼마나 줄까?’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면접 날, 나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다.

“프리랜서는 왜 그만두셨나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원이 되어 같이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솔직 담백하게 답변하였다.

면접관들이 웃으면서 대해주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하지 못한 질문에 답변하고 나니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면접 전날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사 이름의 어원부터 차례대로 훑었던 것이 면접에 도움이 되었다.    

 

1차 면접이 끝난 후 일주일 후에 2차 임원 면접까지 하게 되었다.

2차 면접이 끝난 후 여름날도 아니었는데 온몸이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도 안 날 정도였지만 다음에 면접을 진행하셨던 부장님이 말씀해 주셨다.

    

“긴장한 모습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준비한 것 하나하나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어요. 특히 작업물을 소개할 때 자부심이 느껴졌고요.”     


프리랜서 업무와 면접 준비를 열심히 했던 것이 나에게 선물로 돌아왔다.

나는 3월 초 신입 사원으로 당당하게 입사를 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합격 결과를 더 기다렸을 엄마가 해주었던 말이 생각난다.     


“경력이 부족해서 그래. 너무 실망하지 말렴….”

“엄마, 나 다음 달부터 출근이야!”     


엄마는 물개박수를 치면서 저녁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삼겹살을 구워주셨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전혀 모른 채 기쁘기만 했다.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을 뿐 앞으로는 준비한다고 대응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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