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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까닭

무애불생(無愛不生)

by 이세벽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까닭

―無愛不生


이세벽


지는 꽃은 추하다

하물며 그냥 지지 않고

머물던 자리를 어지럽힌

이제는 꽃이 미울 만도 할 텐데

상처 난 그 자리에

꽃을 또 피우는 건

아무래도 속에

자꾸자꾸 바람이 불기 때문

꽃을 피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까닭

해가 바뀌어도 꽃은 다시 피어라


식어버린 사랑은 사납다

하물며 그냥 사납지 않고

머물던 마음을 할퀸다

이제는 사랑이 지겨울 만도 할 텐데

상처뿐인 그 마음으로도

사랑을 시작하는 건

아무래도 속에

무진장한 별들이 뜨고 있기 때문

사랑 없이는 수 없는 까닭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다시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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