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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매기 Jun 01. 2023

성장하는 회사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5가지

내가 포켓몬도 아니고 매년 성장은 무리야

한동안 면접을 볼 때마다 지원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인턴이든,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다 똑같았다.

내가 성장하고 싶어서 성장하는 회사에 지웠했다는 것.


물론 지원 동기 얘기는 모두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것,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인데 회사에서 굳이 굳이 지원 동기를 물으니 이것저것 찾아보다, 지금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누가 봐도 끄덕일만한 성장률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와 함께 나 자신이 성장하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하겠지..


하지만 간혹 정말 진심으로 성장하는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입사 후에 얘기해 봐도 정말 회사가 성장하면 본인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그럴까?


나는 성장하는 회사는 성장하는 회사만큼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인터넷에는 성장하는 회사의 장점이 많이 돌아다니니 반전으로(?) 성장하는 회사의 단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성장하는 회사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 5가지


1. 과도기에 빠진 회사

나만 해도, 처음 입사 했을 땐 한숨밖에 안 나왔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처참한 내부의 현실에.

나는 고여있던 상황에서 이제 막 다른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던 회사에 입사했다.

마케팅으로 입사하니 그동안이야 한 가지 프로덕으로만 잘 나갔고, 이미 자리 잡은 시장이니 마케터 1명이 (그것도 다른 직무를 하다가 마케터가 필요해져 직무이동한 상태) 요청하는 것만 겉핥기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었다.

체계라고는 없었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저 시키니까, 내가 하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니 하고 있는 상태였다.


입사 후 상황 파악을 위해, 이거는 왜 운영했냐, 이건 왜 이렇게 하고 있었냐를 묻자, 이전에 어떻게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매기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라는 답을 듣고 좀 멍했던 것이 기억났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내가 멋모르고 순해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지, 한 성격 했으면.. 들이받고 퇴사했을 것 같다. (진심)


성장하는 회사에 입사하면, 내가 그 체계를 다 잡아야 한다.

이미 체계가 잡혀있던 회사에서 일해봤으면 이 상황이 얼마나 답답한지 알 것이다.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도, 그게 왜 당연한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 회사에서 1시간이면 했던 일을 기존 사람들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나면 하루이틀은 훌쩍 지나있다.

업무 하나하나가 모두 그렇다.



2. 지쳐버린 동료들

처음엔 기존 직원들도 불편하지만 필요하다고 해서 따라오지만,

어느 순간 그런 단계가 많이 지나면 모두들 지치고 예민해진다.


체계를 만들어 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3. 회장병에 빠진 사장

뭐라고 칭해야 할지 몰라 회장병이라고 적어봤다.

본인이 대기업의 사장, 회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밖에서 보면 작디작은 소기업인데, 본인 스스로는 몇 년 전과 달리 많이 달라졌고 기사에서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니 뭐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장님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기님, 이 기사 보니까, 우리 관련 시장인데 왜 우리한테는 연락 안 왔어요?"


솔직히 좀 황당하였다..

그 시장에서 우리는 정말 작은 소소소소소소기업이고, 당연히 기자들은 모를 텐데,

왜 기사에 우리 인터뷰도 없고 우리 프로덕 이름도 없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돈 주고 내보내는 기사는 싫고, 기자들이 찾아와서 인터뷰 요청하게 하라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들이 찾아오게 하려면 정말 마케팅적으로 돈을 많이 쓰거나, 상장을 하거나, 대박을 쳐야 되는데.. 

최소 그 업계 1-2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남들이 우리 기업을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4. 방향을 못 잡는 나

성장통이라고 할까나.


나는 분명 이전 회사가 나름 튼실했고 체계도 잘 잡혀 있었고, 팀장님은 오래된 경력으로 모두를 리딩하는 분이었는데 말이다.

성장하는 회사에 와 내가 직접 체계를 다 짜보려니 멘붕이었다.


같은 업계도 아니다 보니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정답도 아니고, 이전 회사엔 이전 회사만의 체계가 있었고 여기서는 또 다른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미 체계 없음이 체계가 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 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길을 잃고는 한다.


길을 잃었을 때 가이드 해줄 믿음직한 동료가 없다면 제아무리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길을 걸어가도 휘청이기 쉽상이다.



5. 이직에 대한 고민

중소기업이 다 그렇지 않은가,

모두가 언제든 퇴사하고 이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에서 일 잘하고 인정받고 있어도 다음날 뒤돌아서 퇴사할지 모르는.


그런데 체계 없는 회사에 있다 보면 문득 두려워진다.

이런 체계 없음에 나도 익숙해진 것이 아닐까,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나의 성장? 체계 만드는 것에 밀려 나의 성장은 저 하늘 위로.. ㅋ




흔히들 착각하지만, 중요한 점 중 하나는 회사가 성장한다고 내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은 별개다.

회사가 성장하지 않아도 내가 노력하면 나 스스로 계속해서 성장해갈 수 있고,

회사는 계속 성장하지만 내가 고여있다면 나는 성장할 수 없다.


나의 성장을 위해 성장하는 회사를 찾지 말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고민해 보고 실천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성장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나 개인적으로도 지금 내가 정체기라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내가 이 상태임에 스트레스받았을 때가 있는데,

그때 아이유의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한 번씩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한 법, 매년 무언가를 이뤄내며 성장하고 진화하기 위해 아등바등 조급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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