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빈티지 마니아

옛것의 미학

by Alice

여행을 하면 꼭 가는 곳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플리마켓. 일명 벼룩시장이다.


우습게도 난 너무나 새것 느낌의 물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아이템마다 다르지만 가구나 소품, 그리고 가죽이나 데님의 소재의 물건들은 누군가의 손을 어느 정도 거쳐간 것들을 특히 좋아한다.


낡은 듯 하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없는 이유는 가치가 있건 없건 그 속에는 말하지 않아도 세월이 쌓아간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 자체의 용도보다는 쓰면 쓸수록 애정이 가고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분명 처음에는 특별히 다를 바 없는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들 중 하나이겠지만, 누군가에 의해 쓰이느냐에 따라 퀄리티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특유의 색으로 변색되기도 하고 해짐도 달라진다. 때로는 어떤 유명인의 손을 거쳐가며 그저 그 사람이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몸값이 치솟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의 물건은 누구의 손을 거쳐갔는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때로는 어이없게 버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박물관에 모셔놓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회사를 다닐 때 옆에 대리님이 먼지 가득 쌓인 샘플 박스에서 미니 블랙 드레스를 꺼냈던 일화가 생각난다.

먼지를 툭툭 털더니 이게 매장에서 70만 원 넘게 판다는 말에 우리는 어이를 상실했다.

십여 년이 넘는 수많은 샘플들을 보며 참 많은 생각들을 했는데, 어떤 것은 고이 모셔놓아 할 정도로 헹거에 걸려있지만, 어떤 것들은 그렇게 아무 가치 없이 버려지기도 하는 것을 보며, 만약 누군가가 잘 어루만준다면, 심지어는 딸에게 물려준다면 결국 마지막 종착지는 쓰레기통이 아닌, 럭셔리 빈티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빈티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물건을 마구 다루지 않고 끊임없이 애정을 주며 관리하고 사용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낡아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 작은 빈틈마저 애정으로 덮을 수 있기에 점점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될지도.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이가 들면 젊을 때처럼 반짝반짝 예쁜 외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력도 좋고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쌓여 있는 시간의 원숙함과 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드, 자연스러움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끊임없이 보듬어주고 가꾸어 줄 때 비로소 그 가치는 더욱 발현된다.

사람도 너무 하나같이 모두 완벽하면 매력이 없듯이, 조금의 빈구석과 틈이 보일 때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보듬어주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이유는 우리가 빈티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와도 많이 닮아 있다.


시간의 미학, 그리고 끊임없는 애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참 아름답고 견고한 관계를 만드는 힘이 있다. 그것이 가치 있는 빈티지를 탄생시키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주말에는 동묘를 한번 가봐야겠다.

새로운 우리만의 Korea vintage를 찾아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참 어려운, 부모님과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