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회피생의 완벽주의 이겨내기
9월부터 시작된 나의 취업회피...
열몇 개의 이력서를 쓰긴 했지만, 결국 면접까지 간 건 없다.
사실 이력서를 쓰면서 기간을 놓치기도 하고, 급하게 쓰느라 저장해둔 기업 중 하나둘씩은 포기하기도 했다.
작성을 완료한 이력서도 모두 마감일에 겨우 제출했다.
한숨을 돌릴 수 있는 타이밍이 왔을 때, 이제는 정말 미리미리 작성하자고 다짐했다.
쫓기듯 작성하지 않기 위해, 노션에 기업들을 리스트업하고 날짜 기준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처음 쓰기로 목표했던 기업의 이력서를 쓰려고 채용공고를 다시 보는데, 내가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잘 맞는다고 생각한 기업이라 조금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고,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 같아 의욕이 확 떨어졌다.
또 써야 할 기업이 하나 줄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회피가 시작됐다.
그래도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며 다른 기업의 이력서에 기본 정보란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직 자소서는 시작도 안 했는데 학내외활동, 경력 사항도 500자까지 채워야 한다는 것을 발견하니 숨이 턱 막혔다.
오늘은 그것만이라도 해놓자고 생각했는데, 몇 시간 동안 노트북 메모장만 켜놓고 결국 한 문장도 쓰지 못했다.
스스로도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도저히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문득 이 회피의 원인이 나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의 어떤 특성이 생기게 된 원인을 생각할 때면 성장 배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녀 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했던 우리 어머니는 강성의 성격을 가졌고, 어렸을 때부터 나에게 높은 성과를 기대했다.
사실 심각하게 강요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내 성격이 어머니의 성격과 정반대로 여린 편이라 그 기대가 더 강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나 스스로도 학창 시절 더 높은 성적을 위해, 실수 하나하나를 내 탓으로 돌리고 나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그 결과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는 완벽주의 성향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완벽함에 대한 압박이 심한 나머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완벽한 준비'를 하려고 하고, 일을 시작하기에 '완벽한 상태'를 기다린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 마감일이 닥쳐서야 일을 급하게 시작한다.
이를 고치고자 gpt에게 해결 방법을 물어보았다.
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해결책들이라 바로 실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또 하나 문제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끔 목표를 세우기조차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물어보았다.
아주 단순한 목표부터 시작하는 것!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방법인 것 같았다.
단순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기 - 그 과정에서 소소한 성취감 얻기 - 실수가 생기더라도 원만히 받아들이기
이 사이클을 실천하고 점점 더 큰 목표에 도전하는 것
이것이 지금 완벽주의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나에게 최적의 선택인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일단 세운 하루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책 5쪽 읽기
2. 집 정리/청소 하나씩 하기
너무 별 볼 일 없어 민망하지만, 내일부터 이것을 착실히 행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목표가 쉬워지면 새로운 목표를 하나씩 추가해서 하루하루 발전하는 내가 되고 싶다.
이런 작은 것들로 성취감을 얻으면, 이력서를 쓸 때의 부담감도 조금은 덜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