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 얼레벌레 대학교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학년이다.
관심 있던 직무로 인턴도 해봤고, 이런저런 경험도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열망 따윈 아직 없다.
'꼭 이 직무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
내 일이 아닌, 남의 회사에 다니는 건데 이런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걸까?
(가지지 못해서 떨어진 건가...)
졸업하고 나서 먹고는 살아야 하니 취준은 하고 있지만
취업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엔 좀 의구심이 남는다.
그래도 최근 나름 열심히 준비한 기업이 있었다.
신입은 아니고 인턴이었지만, 여러 개의 팀플과 병행하며 자소서를 쓰다가 스트레스성 위경련도 왔었다.
언제 결과 발표가 날 지 몰라서 마음만 졸이고 있었는데, 어제 결과 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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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이었다.
서류 전형 결과를 확인하라는 카톡을 받고, 너무 떨려서 5시간이나 지나서야 확인했다.
묘하게 따뜻한 첫 말을 보자마자 '아 탈락이구나'했고
스크롤하며 발견한 '불합격'이라는 단어를 보고는 몇 분 멍해있던 것 같다.
거절의 의사를 따뜻한 첫 말로 알아차렸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나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한다는 마지막 말이 더 슬펐다.
그렇게 멍한 채로 앉아 있다가, 남자친구가 보낸 기프티콘과 작은 편지에 울어버리고 말았다.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에, 고생하며 자소서 쓰고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날들이 생각났던 것 같다.
오랜만에 되게 거친 호흡으로 울어버렸는데...ㅎ
나도 내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 좀 놀랐다.
전에도 느껴왔던 거지만, 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따뜻하게 전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내가 쓴 자소서를 보고 내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 말에 교무실에서 울음이 터졌다.
점심 시간 종이 울려, 복도에 학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가운데서도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점심도 울면서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다.)
선생님께서는 '조금만 더 일찍 준비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텐데'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더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았니'라는 날카로운 말이나,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돼'라는 착하기만 한 말이었다면 울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정한 사람도 저렇게 말할 만큼 내가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에
현실을 차갑게 맞닥뜨리게 되고
곧 자기 원망으로 이어진다.
아직도 불합격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멍 때리며 내가 떨어진 이유가 뭔지, 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계속 생각한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다른 인턴 서류는 붙었다는 것.
취업 멘토링 해주시는 분은 불합격에 너무 큰 의미부여는 하지 말고
다른 인턴 준비에 매진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머리로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떨어진 회사를 더 가고 싶었기에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실패를 하면 혼자서 합리화를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내 잘못을 깨닫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이건 세상이 아둔한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
무교지만 이런 순간에는 꼭 신에게 의지하고 싶다.
집 근처 성당에 가서 신께 다음에는 꼭 붙여 달라고 빌고 싶지만,
신앙심도 없는 나의 세속적인 소원을 신께서 들어주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혼자서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딛고 일어서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는 것을 안다.
지금 이 실패도 기회다.
인턴 한 번 했다고 대기업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행복회로 돌렸던 나의 망상을 깨고
다시 바닥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노력하라는 기회.
안주하지 말고, 달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