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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Apr 04. 2018

직장생활 어미새, 인생을 바꾸다

  매년 3월 대규모 신입 공채 시즌과 개강이 맞물려 캠퍼스에 활기가 넘친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사한 우리네 신입사원들은 그야말로 청운의 꿈을 품고 직장생활의 첫발을 내딛는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 전까지 대학생활을 하던 신입사원을 직장인으로 탈바꿈시켜야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된다. 한참 잘 나가던 대학 4학년생이 조직의 막내이자, 슈퍼 루키로 변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신입 공채제도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우선 '키워서 써먹는다'라는 인사철학이 짙게 배어있는 부분이다. 당장 필요한 인력을 채용하겠다라기 보다는 될성부른 인재를 잘 골라 차분히 우리 조직의 사람으로 키워내겠다는 마음 가짐이 신입 공채제도 전반에 깔려있다. 따라서 당장의 인력 소요계획을 기반으로 채용 규모를 산정하는 기업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상당 수다. 

  이런 철학을 반증하는 것이 채용과 교육의 소요되는 시간이다. 공채 기간만 3개월, 그 이후에도 명품 교육들을 2~3개월가량 받아야 현업 배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부서 실습과 프로젝트 등을 수행한 후에야 본인이 진짜 직장생활을 시작할 부서 배치를 맞닥뜨리는 것이다. 


  부서 배치에 앞서 통상적으로 인사부서에서는 신입사원을 인계하고, 앞으로 3~6개월간 그 신입사원의 어미새가 되어줄 지도선배(?), 멘토(?) 등을 찾는다. 훌륭한 성과와 태도를 가진 선배가 금이야 옥이야 키워놓은 신입사원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길 희망하면서 말이다. 신입사원 입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가르쳐 줄 어미새를 만나는 것이다. 


  필자는 직장생활 어미새가 신입사원의 직장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백지 같은 신입사원에게 처음으로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어미새가 말하고 보여주는 일을 대하는 태도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은 신입사원이 처음으로 배우게 되는 태도와 일하는 방식이 된다. 모든 것이 생소한 신입사원은 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구분할 재간이 없다. 배경이 없기 때문에 그저 그 선배가 하는 방식을 따라 하면서 일을 배운다. 그것이 지구 최고 수준이길 바라며 말이다. 


  신입사원에게 첫 OJT기간이 지난 15년간의 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제 직장이라는 환경에서 본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그야말로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어미새가 그들에게 처음 보여주는 일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신입사원은 이를 습자지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문제 있는 일처리 방식이 하나 더 생겨나는 순간이다. 반대로 아주 효과적이고 건설적인 일하는 방식을 배운 신입사원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 내 효율성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많은 인사/채용 담당자들이 채용은 계약서 싸인까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수대나 해외대 비중을 운운하며 이번 공채가 잘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훌륭한 채용을 말하기 위해선 도화지 같은 신입사원을 얼마나 훌륭하게 키워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일은 얼마나 훌륭한 어미새를 선정하여 신입사원의 롤모델로, 또 가디언으로 매치하는지에 결정된다. 


  슬프게도 신입사원들은 누가 훌륭한 선배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일 해보지 않고선 알 길이 없다. 신입사원 입장에서 첫 번째 부서 배치, 첫 번째 어미새를 만나는 일은 운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채용담당자는 얼마나 신중하게 어미새를 선정하고, 신입사원들이 어떤 일하는 방식을 배우는지에 관심이 있는가? 많은 신입사원들의 직장 인생을 결정하는 시작은 그들의 지도선배를 찾는 일이다. 당신이 보석 같은 신입사원의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책임감으로 그들의 어미새를 찾아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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