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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디킴 Dec 21. 2019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

2019년 11월. 4박 5일

옛날 재즈 음악을 들어보면 운명이란 주제가 꽤 많이 등장한다. 인생은 더러운 책이다, 변덕스러운 손가락이다, 운명 갖고 장난치지 마라,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 당시 미국 남부에서 태어난 흑인들은 많은 선택권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햇볕이 드는 거리를 걸으라고 했다. 힘든 노동을 하고 차별을 당해도 가만히 세상을 보면 왓 어 원더풀 월드이다.


재즈의 베이스가 된 “열두 마디 블루스”는 큰 코드 진행이 정해져 있다. 1도로 안정적인 시작, 중간에 잠시 4도로 올렸다가 곧바로 1도로 복귀, 마지막은 5도에서 1도로 내려가는 진행으로 마무리된다. 정해진 틀 안에서 다양한 악기 구성, 변주된 멜로디, 연주자의 소울로 다른 노래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그들은 같은 노래도 다르게 들리게 만든다. 창작이 아니라 해석에 집중함으로써. 운명이 아니라 현재를 바라봄으로써.


길거리 재즈 공연 낮과 밤
Preservation Hall 재즈 카페.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 판매하던 굿즈마저 완벽했다 (왼쪽)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던 Jazz Museum (오른쪽)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어렸을 때 미리 정해진다. 앞으로 나한테 일어날 기쁜 일 슬픈 일 다 그 범주 안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 프레임에서 ‘여행’이란 무엇인가. 내 삶 밖 색다른 경험을 부여함과 동시에 내 삶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는 아이러니한 존재이다. 뉴올리언스에서 검보를 먹고 길거리 재즈를 들으면서 머리 한쪽으로는 이런 생각했다. 나는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평생 느낄 수 없다. 내 유년기는 샛별분식 떡볶이와 유희왕 카드 그리고 지오디 3집이었으니까. 나의 언어는 그들의 언어와 다르다.


10만원 정도를 내서 뉴올리언스 스타일 애피타이져, 메인, 디저트를 배웠다
정말 맛있어서 마지막 날 또 온 검보 음식점. 그들의 후한 인심을 담기엔 그릇이 많이 작았다.  


우리는 정해진 언어와 배정받은 삶 속에서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없는 것일까. 같은 언어에도 다른 진심이 담길 수 없을까. 이번 여행을 통해 뉴올리언스의 대답을 들은 것 같다. 재즈를 탄생시킨 뮤지션들 그리고 오늘까지 전통을 시켜주고 있는 주민들. 5일 동안 쨍쨍했던 햇볕. 덕분에 좋은 여행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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