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알게된 Red Pepper
아이들은 주말에 아빠와 함께 집밥 요리를 하는 것을 즐기고 그 시간을 좋아한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 오늘은 무엇을 만들어 볼까요?’라고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냉장고 문을 열고 어떤 재료가 있는지 찾는다.
사실 첫째 아이가 4살 때까지는 주방에 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 왜냐하면 주방에는 날카로운 칼, 깨지기 쉬운 접시, 뜨거운 조리기구 등 아이가 들어왔을 때 감당하기 어렵고 아이가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주방에서 요리를 허락하고 나서부터는 아이 둘과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정말 힘이 들었고 수 없는 멘붕에 빠졌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호기심 많은 아이가 처음 배우기 때문에 겪는 당연하다 여기니 점차 편안해졌다.
파프리카와 피망은 어떻게 달라요?
첫째가 8살, 둘째가 4살 때 어느날 주말 아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삼겹살을 해 먹기 위해서 고기를 자르고 파프리카를 손질했다. 파프리카를 꺼내서 아이들이 손질하기 전에, 우성이가 내게 물었다.
“아빠, 파프리카는 피망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어떤 차이가 있어요?”
나도 예전에 파프리카를 처음 봤을 때, 그것이 피망인 줄 알았었다.
“우성아, 아빠도 파프리카를 처음 보고선 피망 인줄 알았어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을 가지는 피망인 줄 알았었는데요.”
“진짜요?”
“네, 피망이 빨갛고 노랗게 나오는 줄 알았었어요.”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단순했다. 피망과 파프리카는 고추의 한 종류로 알고 있어서 아이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피망은 색은 녹색이고 파프리카보다 조금 더 매운맛이 나요. 파프리카는 빨강, 노랑, 주황색을 가지고 있고 맵지 않고 단맛이 나요.”
그렇게 우성이는 고추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그리고 파프리카와 피망의 차이가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고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파프리카와 피망의 차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프리카와 피망은 같은 ‘단고추’의 한 종류로 가지과의 고추종의 채소이다.
그럼 왜 다르게 부르게 된 것일까?
피망과 파프리카는 영어로 Sweet Pepper 또는 Bell Pepper라고 불린다. 피망은 고추라는 뜻의 프랑스어 ‘Piment'에서 (일본식으로 피망으로 부르게 됨) 파프리카는 네덜란드어 ’Paprika'에서 나온 말이다.
피망은 1930년대에 한국에 소개되었고, 파프리카는 1993년에 수입이 되었다고 한다. 시기가 달랐고, 파프리카는 피망을 개량해서 단맛이 더 강하고 과육이 풍부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다르게 이름이 불리게 됐다고 한다. 고추와 오이고추의 관계처럼 오이고추는 고추보다 아삭한 식감을 보이고 맵지 않고 단맛을 보이는 것처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도 둘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피망은 껍질이 얇고 약간 매운맛과 질긴 식감을 가진 초록색과 빨간색 두 종류가 있다. 반면 파프리카는 껍질이 두껍고 단맛과 아삭한 식감을 가진 빨강, 주황, 노랑, 초록색, 자주색 등 다양한 색상을 가진다.
스페인 요리에 주로 사용되는 피멘톤 (Pimentón de La Vera)라는 향신료는 훈제한 파프리카를 가루로 빻아 만든 스페인식의 고춧가루라고 볼 수 있다. 훈연향과 함께 과일향과 같은 달짝지근한 향이 나서 수프, 스튜, 샐러드 등 다양한 요리에 첨가해서 사용된다.
고추는 어디서 왔는가?
고추는 1493년 콜럼버스 일행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면서 후추보다 더 맵고 빛깔이 빨간 고추를 멕시코에서 향신료로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유럽으로 들였다. 이때 이 붉은색 고추를 Red Pepper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실 고추와 후추는 전혀 다른 식물이지만 후추만큼 매운맛을 보인다고 해서 Pepper라고 불리게 되었다. 참고로 후추나무는 인도가 원산지로 후추과에 속하는 상록덩굴식물이고 고추는 쌍떡잎식물로 가지과의 한해살이풀 (채소)이다.
유럽에서 인도로 전파되어서 큰 인기를 끌었고, 16세기 정도에 일본과 중국에 전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일본을 통해서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추가 전래되기 전에 다른 품종의 고추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학설도 있다. 일본의 문헌에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 한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여하튼 고추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 되고 매우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다.
<부모 지식 탐구 at home> 매거진은 집과 일상에서 직접 경험한 아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에 아빠가 대답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대화와 그에 대한 부모가 알아야 할 지식 등을 담고자 한다. 부모가 모든것을 알아야만 지적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아이와 함께 찾고 배우면서 알아가면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가는 방법을 알리고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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