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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올려줘도 회사를 떠나는 MZ 핵심인재

데이터가 말해주는 MZ 고성과자 몰입의 조건

by 조직실험실

그는 회사에서 늘 전도유망한 존재였습니다. 빠른 승진, 넘치는 교육 기회, 업계 상위권 연봉까지. 그런데 어느 날, 그로부터 퇴직 인사 메일이 날아옵니다.


저는 대기업에 머물면서 현업에서 인정받는 우수한 동료들, 후배들을 수도 없이 떠나 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의외로 흔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팀의 성과를 이끌던 핵심인재였는데, 갑작스러운 퇴사 인사에 팀원들은 당황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교육 기회도 열어주고, 승진 경로도 마련해주었는데, 왜 그는 머물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몰입을 움직이는 진짜 요인을 살펴보기 위해 내부 데이터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동기 구조


전사 몰입도 데이터를 보면, 고성과자는 평균 몰입 점수가 저성과자보다 확실히 높습니다.
그런데 몰입의 배후 요인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납니다.

개인 성과에 따른 몰입도 차이


[고성과자]

고성과자들의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회귀분석으로 살펴보면, 그들의 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경력 개발 기회(β = 0.209, p < .001)였고, 그 다음은 의사결정 참여기회(β = 0.166, p = .016)였습니다. 흥미롭게도, 흔히 가장 중요할 것이라 여겨지는 금전적 보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 결과는 저에게도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솔직히 고성과자라고 해서 외재적 동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으니까요. 실제로 한 핵심인재 후배는 “승진은 바라지 않아도, 최소한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는 것은 우리의 기본권이다”며 퇴사를 결심한 적도 있었습니다.


HR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외재적 동기보다 내재적 동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라는 동기 이론들이 낯설지 않지만,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그 명제가 통하지 않는 현실적인 딜레마들을 생각보다 자주 경험합니다. 그래서 내부 데이터만에서만큼은 다른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술 통계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또 다른 단서가 보입니다. 고성과자 집단의 ‘금전보상 만족’ 평균은 중간 성과자 집단보다 가장 큰 격차를 두고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보상이 몰입을 설명하는 영햘 요인으로는 작동하지 않았지만, 고성과자가 되려면 이미 보상 만족도가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금전보상은 몰입을 만들어내는 ‘플러스 요인’이라기보다 몰입이 가능해지는 기본 전제 조건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변하지 않는 맥락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핵심인재들은 저성과자보다 훨씬 더 쉽게 이직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열려 있고, 원하면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제도권 내에서의 보상과 공정한 인정은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데이터에서 외재적 동기가 유의미하지 않게 나타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몰입을 ‘끌어올리는 힘’이라기보다 없으면 곧장 무너져 버리는 조건이기 때문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이번 데이터는, 고성과자의 몰입을 장기적으로 지탱하는 힘은 내재적 동기에서 비롯되지만, 외재적 동기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치명적인 것’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성과자]

반면 저성과자의 몰입 요인을 회귀분석으로 살펴보면, 결과는 조금 다릅니다. 저성과자들의 몰입에는 금전적 보상(β = 0.141, p < .001)인정과 칭찬(β = 0.139, p < .001)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저성과자에게는 외재적 동기가 더 직접적이고 중요한 자극으로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이 차이는 조직 안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성과가 낮은 직원일수록 “월급이 얼마냐, 상사가 나를 인정해주느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들에게는 몰입을 견인하는 내재적 동기보다, 당장의 보상과 외부 자극이 더 직접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죠. 저성과자들은 아직 자신의 시장 가치와 경험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외재적 보상과 인정이 몰입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같은 조직 안에서도 두 집단의 몰입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발견이 있었습니다.


MZ 핵심인재의 몰입 코드: 성장과 자율성


MZ세대 핵심인재는 거칠게 말해, “보상도 중요하지만 보상만으로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명확합니다. ‘내가 이 팀에서 정말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 그리고 ‘내 일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체감하는 것입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Deci & Ryan)에 따르면, 장기적인 몰입과 성과를 만드는 핵심 요소는 내재적 동기입니다. 성장, 자율성, 일의 의미가 사람을 오래 움직이게 합니다. 반대로 외재적 동기(돈, 칭찬)는 단기적 만족에는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인 몰입 유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우리 회사 데이터에서도 고성과자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설계하고 성장 기회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들은 연봉보다는 “내가 이 팀에서 어떤 경험을 쌓을 수 있는가”, “이 프로젝트가 내 커리어에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에 몰입의 기준을 둡니다.


McKinsey(2022)는 고성과자가 회사를 떠나는 주요 이유는 “경력 발전의 한계”였고, “보상 부족”은 뒤로 밀렸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돈은 ‘당연히 제공되는 조건’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장기 몰입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죠.


HBR(2024)의 "Why Top Talent Leaves Top Companies" 사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보상이 아닌 ‘일의 의미’와 ‘의사결정 참여 기회’가 이직 결정의 핵심 조건이었습니다. 교육과 승진 혜택이 주어졌어도,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맞느냐’에 따라 몰입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승승장구 하는 것 처럼 보이던 핵심인재가 어느 날 갑작스레 퇴사 인사를 하는 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몰입은 방향이다


요즘 MZ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몰입합니다. 고성과자에게는 성장을 향한 내재적 동기가 더 깊게 작동하고, 저성과자에게는 외재적 동기가 더 크게 영향을 줍니다. 조직개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차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몰입은 단순히 ‘한다/안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향을 향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보상은 몰입을 지탱하는 최소 조건이지만, 그 위에 쌓이는 성장의 경험과 주도적 기회가 핵심인재를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이 됩니다.




교과서적 이론을 실무 데이터에서 발견했을 때 이번엔 솔직히 반가운 마음보다 조금 막막한 노잼 마음이 앞섰습니다.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설계하고 다가가는 것이 훨씬 어렵고 지난한 정공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어쨋거나 금융치료가 절대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수용하고, 성장, 자율성, 일의 의미와 같은 내재적 동기가 장기 몰입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OD 전략의 철학적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구성원의 몰입을 설계할 때는, 단일한 공식을 찾으려 하기보다 ‘누구에게 어떤 몰입을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레슨도 얻었습니다. 같은 조직 안에서도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몰입 요인은 달랐듯, 또 다른 데모집단별로 보면 새로운 몰입/동기 요인을 발견할 수 있겠지요.


다만 이 결과 역시 특정 시점과 맥락에서 얻어진 하나의 단면일 뿐이기에, 저는 앞으로도 다른 데이터와 경험 속에서 계속 배우고 질문을 던져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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