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여행 D-1
언제인지 조차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나는 저 먼 대륙인 아메리카 여행을, 더 정확히는 중-남아메리카를 꿈꿨다. 우리나라의 정반대편인 저곳은 도대체 어떠한 곳일까 항상 궁금했다. 어떤 다큐를 보다 그런 것인지, 예능에 나온 모습을 본 것 때문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탱했던 ‘로망’이었던 것이다. 대략 10년 전쯤부터 자메이카라는 나라의 타령은 시작되었다. ‘야-만 (Yeah-man)’을 외치며 학교를 누비고, 각종 옷이며 액세서리 등을 그 나라의 국기 문양으로 도배를 했었다. 그저 자메이카 보이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성장해 왔던 나는 27살의 나이에 내 동기를 확인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어릴 적부터의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 떠나게 된다는, 내가 걸어온 시간에 의미가 깊은 여행에 발걸음을 떼 본다. 10년의 소망을 이제야 이루어본다.
본업인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나는 큰 이별을 마주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목표를 잡아야 했다. 내 삶의 큰 부분을 잃었기에 어떻게든 계속 걸어갈 동기를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나는 평생 말로만 내뱉고 실천하지 못했던 아메리카 여행을 다짐했다. 영화에 들어가기 전 이 일을 하면서 번 돈 일부를 매 달 적금을 하고 그 돈으로 여행을 다녀오자라는 포부와 함께 월 200만 원을 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어 내 버킷리스트의 큰 부분을 달성한다는 건 그저 내게 있어 잘 살아가고 있음을, 잘 살아왔음을 나타내는 증명이자 낭만이었다. 대략 7개월의 영화 작업이 끝나고, 비행기 표부터 끊어야 떠날 용기가 생긴다는 주변인들의 응원에 나의 첫 여행의 시작지. 영화의 본 고장,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첫 여행지로 삼았다. 경유를 해야 하기도 했으며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할리우드 한 번을 안 가볼 수 있을까! 게다가 미국 대서부의 광활한 캐니언들을 보고 싶었다. 경이로운 마음과 함께 경건해진다는 대자연 앞에서 무력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차게 한 달간의 준비 기간을 두고 4/3일, 나는 5/3일의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었다.
여행 하루 전인 오늘 이 복잡한 기분이 참 묘하다. 긴장감, 설렘, 두려움, 두근거림, 떨림 온갖 생각들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너무나 즉흥적으로 매 순간을 살아왔던 나에게는 처음으로 많은 준비를 한 여행이었다.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가 여행이라던 말씀들에 따라 나름 생존(?)에 관련해서 최선을 다 했다. 내 아이패드와 휴대폰, 여권은 죽어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물론 총을 들이밀면 다 주기로 했다.) 온갖 자물쇠와 스프링 줄 등 도난 방지 용품을 덕지덕지 붙여놨고. 메인 휴대폰은 밖에서 사용하지 않고 서브 휴대폰으로 길을 찾으며 다니겠다는 나름의 강수를 두며 떠날 나라들을 사랑하기도, 무서워하기도 했다.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선배 여행자들의 말씀에 따라 조심하되 사랑하고, 즐기되 안전하게 이 여행을 마치고 한껏 로망을 이룬 후 낭만을 채운 ‘낭만 사냥꾼’의 칭호를 달고 돌아오겠다는 마음속 다짐과 함께 이 여행을 시작해보려 한다. 낭만 사냥꾼 낭-사의 121일 동안 여행에 낭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나는 다시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 본다.
낭만 사냥꾼의 5가지 다짐
- 내 감정에 솔직해지자
- 쫓기지 말고, 나만의 여행을 하자
-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오히려 좋아’를 시전 해보자
- 기록하고, 생각하고, 표현하자
- 사람들을 사랑하고 많은 친구들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