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Day 44 - 페루 리마
페루에 와서 한 일을 이야기한다면, 음 걷기와 한식 먹기뿐이었던 것 같다. 그만큼 모든 음식을 한식으로 살고 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현지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지만 이제 리마를 떠나면 한식당이 많이 없기에 특히나 집밥은 더욱 먹을 수 없어서 지금의 행복을 누리면서 만족하고 있다. 한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머물고 있으면서 아침저녁을 먹는데 감자탕, 청국장, 삼겹살, 미역국, 제육볶음 등 집에서 엄마가 해줄 법한 음식들로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행복 지수가 맥시멈을 향해가고 있다.
아침이 밝고 리마에서 산 이시드로라는 마을로 갔다. 이유는 액션캠의 삼각대 발을 붙여 사용했는데 멕시코 세뇨떼에서 액션캠을 들고 다이빙하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그래서 그동안 세우지 못하고 스틱만으로 영상을 찍었는데, 밥을 먹을 때나 한적하게 세워두고 여유를 부리는 등 세워둘 수 없으니 불편함이 많았다. 그래서 페루에는 DJI 회사가 있기에 혹시 고프로의 쇼티처럼 삼각대를 사기 위해서 매장으로 향했다. 세 곳 정도를 들렀을까, 삼각대는 역시나 없고 다들 드론만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다른 사람들이 추천해 준 분식집이나 가보자! 하고 근처에 있는 아레날레스 몰로 갔다. 이곳의 지하 1층에는 ‘코나무‘라는 분식집인데 나름 가격과 맛이 괜찮다며 추천을 받았다. 떡볶이가 먹고 싶었던 나는 그곳으로 향했는데, 엥 웨이팅이 있다. 그것도 앞에 20명이나 웨이팅이 있었고 그래도 테이블이 많아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페루에서 왜 한국 분식집이 잘 되는 것이지?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일식집이나 라멘 집은 여행을 하면서 종종 봤는데, 한식집 같은 경우에는 보지 못해서 그랬을까 한식집에 웨이팅이 있는 게 새삼 놀라우면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이 근처에 학교가 많아서인지 학생들이나 젊은 여성 층들이 많이 왔는데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 집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웨이팅을 마치고 들어가니 역시 케이팝이 뮤직비디오와 함께 나오고 있었고 심지어 직원에게 이 노래가 무엇인지 묻는 사람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종종 BTS의 로고와 이름이 적힌 가방들도 봤었는데, 케이팝이 페루에 영향력이 강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한국 문화가 나라에 스며들었다는 것이 느껴져서 그런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자리가 나왔고, 나는 치즈 떡볶이 작은 것과 김밥 한 줄을 시켰다. 떡볶이는 매운맛보단 달달한 맛이 조금 더 강했지만, 그래도 고추장맛이 나는 게 외국 사람들에게는 맵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쫀득한 떡을 먹으니 행복감이 올라왔다. 한국에서는 떡볶이를 그리 찾아먹지 않았는데, 이 맵콤달달한 떡볶이 양념과 쫀득한 떡의 조화가 너무 그리웠다. 떡볶이 양념에 필수 조합인 김밥까지 버무려서 먹었다. 생각보다 얇고 작은 김밥이었지만, 타지에서 이런 조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다 먹고 나와서 오는 길에 봤던 빙수 집을 들어갔다. 한국 국기가 그려진 한국식 빙수집 ‘Mr.Bingsu’라는 가게였고 들어가니 한국 과자들과 칠성사이다, 밀키스도 보였다. 후기를 보니 외국인들은 밀키스를 꽤나 좋아하는 듯했다. 하지만! 난 오로지 빙수만 클리어할 목표로 망고 빙수 하나를 시켰다. 혼자 먹는 양도 만들어놓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다. 눈꽃빙수였는데 일단 남미라 그런지 망고가 너무 달았다. 망고 퓌레의 맛보다도 망고 과육에 당도가 엄청났다. 너 엄청난 친구였구나! 연유가 따로 없는 게 아쉬웠지만, 눈꽃빙수 얼음 자체도 달달했기에 문제는 없었다. 완벽한 점심과 디저트였다.라는 만족감과 함께 다시 나의 여행 스타일인 발길이 가는 대로 걷는 여정을 다시 떠났다.
걷다 보니 미라플로리스의 중심인 케네디 파크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런데 옆을 둘러보니 꽤나 큰 쇼핑몰이 보였다. 의류나 백화점은 아닌 것 같아 유심히 보는데 용산의 전자상가처럼 여러 전자제품들을 파는 몰이었다. 저기라면 쇼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 번 들어가 봤다. 들어가니 용산과 비슷하게 엄청난 호객 행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가 찾는 건 명확했기에 눈에 불을 켜고 찾는데 1층에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카메라 가게가 없어서 아쉬워하면서 2층으로 갔는데 저 멀리 보이는 고프로 로고! 고프로랑 스틱이 호환이 되기 때문에 냉큼 달려갔다. 쇼티가 있었다. 그런데 가격은 한국에 비해 더 비싼 수준이었다.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었지만 여기 외엔 이 몰에는 쇼티가 없었고 이 가게가 유일한 곳이었다. 다른 곳을 간다고 하더라도 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 내 영상을 남기는데 이 정도 투자가 아까웠다면 애초에 카메라를 들고 오지 말았어야지!라는 생각과 함께 현금가로 220 솔을 주면서 약간의 눈물을 머금고 구입을 했다. 결과적으로 다른 곳에서는 찾지 못했고 그곳에서 샀던 게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원하던 것을 찾았다는 기쁨과 맛있는 점심으로 채워진 행복감은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리마 곳곳에 보이는 벽화들과 아름다운 건물들, 그리고 여유로움이 묻어난 케네디 파크까지. 이 분위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미라 플로리스 지역은 여행객도 많고, 산 이스드로와 이어진 길에 대사관들도 많기에 치안이 안전한 곳이었다. 덕분에 저녁 분위기도 함께 즐기며 숙소로 향했다.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괜스레 기분마저 행복함이 가득했다.
오늘의 저녁은 무엇일지 기대를 하며 숙소에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 개운한 상태로 빨래를 정리하고 저녁 시간이 되어 내려갔다. 식탁에 보이는 삼겹살들! 오늘 저녁은 삼겹살이었다. 감동의 물결과 함께 나는 입을 틀어막은 상태로 식탁으로 향했다. 쌈장과 김치, 마늘과 배추, 고추, 그리고 삼겹살까지 완전한 조화였다. 삼겹살을 구워 흰쌀밥과 함께 쌈을 싸서 먹었는데, 그야말로 환상. 역시 삼겹살과 이 조화는 위대한 조합이 맞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로 행복감이 한계치를 뚫고 가는 지경까지 왔다. 압력밥솥에서 지어진 흰쌀밥은 밥 만으로도 왜 이리 맛있는 건지. 오늘의 저녁은 감히 최고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여행지 하며 먹었던 저녁 중에 최고였다. 집사님(=사장님)에게 너무 행복하다는 말과 함께 엄지를 여러 번 날렸다. 그렇게 배가 빵빵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배불리 먹고 나서야 저녁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집사님 최고의 추억들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