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 Day 45 - 페루 리마
오늘은 한국과 페루의 축구 친선 경기가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 여기는 오전 6시에 시작을 하는 경기여서 나는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티비 앞으로 갔다. 집사님도 아침을 준비하시면서 같이 봤다. 커피 한 잔과 함께 꼭 이겨달라는 바람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페루에서 페루의 해설을 들으며 보는 축구 경기라니! 괜히 두근거렸다. 그렇게 응원을 하며 보는데, 오늘 경기력이 상당히 불안했다. 그러다 전반전 10분 대, 불안했던 수비를 뚫고 페루의 선제골이 터졌다. 불안한 전반전을 마치고, 그냥 잠이나 잘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후반전 끝나면 바로 밥을 먹을 시간이니 후반까지 보기로 했다. 나름 정리된 후반전이었지만 만회골은 터지지 못하고 아쉽게도 경기가 마무리 되었다. 안돼!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성게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나서 행복한 시간인 다시 잠자러 가는 시간을 가졌다. 두 시간즈음 더 자고 일어나 이제는 개운한 몸과 정신으로 오늘의 여정을 나섰다. 오늘은 라르코마르 라는 쇼핑몰과 사랑 공원 그리고 바랑꼬라는 마을을 가기로 했다. 이 곳 모두 리마의 끄트머리이자 절벽 위에서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서 상당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특히 바랑꼬는 같이 민박집에 머무는 선생님이 추천해준 곳이었는데, 벽화들과 유럽 풍의 건물들로 인해 거리가 상당히 아름답고 젊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힙한 곳으로 떠오르는 곳이라고 했다. 유럽 풍 건물들과 벽화들은 많이 보며 왔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오늘의 동선이 딱 바랑꼬를 들르면 좋을 동선이라서 가기로 했다.
오늘도 역시 날도 좋으니 걸어서 다니기로 했다. 라르코마르 쇼핑몰을 먼저 갔다.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은 쇼핑몰이었지만, 절벽 끄트머리에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이 쇼핑몰은 너무 아름다웠다. 가방이 포화상태이기에 더 이상 쇼핑은 하지 않고 아이쇼핑을 한 번 둘러본 후 요거트 집으로 갔다. 오리지널 요거트를 고르고 토핑을 추천을 받아 주문을 한 후에 자리에 앉아서 쇼핑몰과 바다를 번갈아가면서 봤다. 바다 옆에 많은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는 도로와 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리마의 바다는 암초가 없고 파도가 세서 서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나의 미약한 서핑 실력으론 저 파도를 온전히 즐기지 못할 것 같아 바라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참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풀 한 포기 없는 삭막하고 가파른 절벽이 길을 따라 쭉 이어져 있었고 저 멀리에는 꼭 성산일출봉 같이 거대한 모양의 곶이 있었다. 카리브 해와는 다른 느낌의 태평양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절벽 위에서 발전한 문화의 문물들이 즐비하여 있었다. 수 많은 차와 사람들, 그리고 가게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풍경에 신기했고, 또 그래서인지 자꾸만 바라보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타지에 왔다는 느낌도 훅 밀려 들어왔다.
절벽의 길을 따라 바랑꼬로 향했다. 바랑꼬도 바다와 가까이 있는 마을이었기에 빠르게 가로지르는 길이 아닌 일부러 바다와 맞닿은 면으로 돌아갔다. 크고 작은 강아지들이 산책하는 산책로이자 조깅 등의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뷰를 바라보며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듯 했다. 태평양을 배경으로 한참을 걸어가니 바랑꼬에서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 다가왔다. 처음에는 크게 뭐가 없는 것 같아서 괜히 왔나라고 생각을 했으나, 조금 더 들어가니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유럽풍의 알록달록한 건물과 건물 양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리마가 아닌 새로운 곳에 온 느낌이 들었다. 멕시코의 바야돌리드 같기도 했던 마을에 더 들어가니 광장이 있었다. 크! 햇살이 들어와 광장 한 켠을 밝게 비추는데 푸릇한 광장과 색채가 강한 건물들, 그리고 따듯한 햇살의 빛줄기까지 한 눈에 담기니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바랑꼬 안 왔으면 어쩔 뻔 했을까!
한참을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다가 안 가봤던 길로 향했다. 아 바랑꼬의 명물은 여기 있었구나! 중간 중간 보였던 벽화들은 그저 귀여운 에피타이저에 불과했다. 교량 밑으로부터 쭉 펼쳐진 벽화들과 그 옆 풀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 벽화들을 따라 시선을 옮겨보면 다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벽화들을 배경으로 커플 혹은 친구들, 가족들 등 삼삼오오 모여서 돗자리 하나 펼쳐저 여유를 즐기고 있는 저 모습을 보니 힙한 느낌이 확실히 든다. 음 힙한 분위기 합격!
그리고 벽화를 따라 쭉 전망대까지 가본다. 역시 이런 전망대 근처에는 자물쇠로 사랑의 맹세를 하는 문화는 항상 있다. 조금 더 걸어가보면 조그맣게 보였던 바다가 앞으로 크게 다가온다.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이 지형적 이점은 정말 사기다 사기! 치트키가 따로 없다. 이 마을이 담은 색감과 함께 대자연을 함께 보고 있으니 감탄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눈으로만 담기는 이 분위기는 바랑꼬에 온 것을 너무 잘했다는 생각과 이 곳을 추천해준 선생님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일몰을 사랑 공원에서 보기 위해서 해가 점점 뉘어갈 때쯤 나는 바랑꼬에서 다시 라르꼬마르 쇼핑몰로 향했다. 라르꼬마르에서 10여분만 가면 있는 공원이기에 바랑꼬에서 따듯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유로운 기분으로 걸어갔다. 이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걸어갈 때마다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는 나는 지금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만들었다. 누가 리마를 재미없다며, 바로 떠나는 도시라고 했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품은 대도시인데 말이야! 걸어가면서 푸른 바다도 보고, 삭막한 절벽도 보고, 또 풀이 무성하게 자란 또 다른 모습의 절벽도 보니 어느새 라르꼬마르에 도착을 했다.
이제는 해가 많이 기울어서 온 하늘이 주황빛을 내뿜고 있었다. 사랑 공원에 도착을 해서 판 콘이라는 간식을 하나 사들고 해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온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여버린 해가 뚜렷한 구체의 형태로 바다 뒤로 사라지고 있었다. 해는 이미 바다 밑으로 모습을 숨겼지만, 아직은 또렷한 따듯한 빛의 하늘은 감성을 더 해주었다. 라르꼬마르의 전구 불빛과 붉으스름한 하늘과 다른 한 쪽은 푸르스름해지는 조화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색은 점점 붉은 빛에서 주황 빛으로, 또 옅은 보라빛에서 어두운 푸른 색으로 점점 변해갔다. 리마 너는 진짜 아름다운 도시야!
저녁 시간에 맞춰 숙소에 들어갔다. 오늘의 저녁은 제육 볶음! 밥이랑 비벼 먹으니 환상적이다. 집사님의 요리 실력은 따봉 500개를 드려도 부족할만큼 모든 음식들이 맛있었다. 오늘은 금요일 밤이라고 케네디 파크 쪽에서 공연이랑 술집이 복작복작 분위기를 이룰 거라며 한 번 갔다오라고 추천해주셨다. 또 밤 문화가 주는 감성이 있으니 밤엔 어떤 모습일 지 기대한 상태로 나는 저녁을 먹자마자 다시 케네디 파크로 갔다. 역시 수 많은 인파가 아직도 거리에 많았다. 공연을 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복작스러운 분위기와 술과 함께 야외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밤까지도 아름다운 도시들이 좋다. 멕시코의 과나후아토나, 플라야 델 카르멘들처럼 밤에도 안전하게 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오랜만이어서 기분이 더 좋아졌던 것 같다. 나는 츄로스가 유명한 곳에서 츄로스를 사고는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그들이 흥겨움은 같이 느꼈다. 아침의 축구부터 낮의 바랑꼬, 해질녘의 라르꼬마르와 사랑 공원, 그리고 밤의 케네디 파크까지 오늘은 감성이 넘쳐나는 날이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촉촉해진 감성과 함께 마무리 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