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바비큐 파티와 첫 고산지대 와라즈 도착!

6/18 Day 47 - 페루 리마/와라즈

by Seanly

오늘은 리마에서 와라즈라는 도시로 떠나는 날이다. 밤 10시 20분에 버스를 타서 다음 날 아침 7시에 도착하는 일정의 버스를 예약을 했다. 야간 버스로 버스 안에서 잠도 자니 숙박비도 아끼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서 다들 이 시간대의 버스를 많이 탄다는 말에 야간 버스로 예약을 했다. 다행히 집사님의 배려 덕분에 나는 짐을 빼지 않고 밤까지 숙소에서 있다가 터미널로 바로 가기로 했고, 저녁에는 집사님의 지인분들이 오셔서 다 같이 바비큐 파티를 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아침밥을 먹고 나서 선생님과, 집사님 집의 강아지인 장군이와 산책을 나갔다. 달마시안과 떠나는 산책이라니! 아주 낭만이 넘치는 산책이 될 것 같아 설렜다. 대형견을 산책시키는 것은 처음인데, 옆에 선생님도 같이 계셨고 장군이도 교육을 잘 받았는지 사람의 말을 굉장히 잘 따라주었다. 그리고 힘이 얼마나 센지 혹여 나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장군이만 바라보면서 산책을 했다. 공원에 가니 장군이 외에도 여러 견주들과 강아지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소형견보다는 대형견들이 주로 많았는데, 특이하게 대형견들은 얌전하고 온순하게 다니는 반면 소형견들은 대형견만 보면 달려들려고 짖으며 경계를 하기도 하고 온 공원을 쏘다니면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며 냄새 맡고 영역 표시에 바쁜 장군이는 비교적 얌전하게 지냈지만, 뜬금없는 곳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장군이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 집 앞에서 가지 않으려고 대문 앞에 납작 앉아 한참을 기다렸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웃기기도 해서 같이 한참을 기다려주다가 나오지 않을 거라며 장군이를 달래며 집으로 돌아갔다. 크기는 크지만 영락없는 한 살 같은 모습에 너무도 귀여워 마구 몸을 긁어주며 애정을 주었다. 장군아 너는 생긴 건 늠름하면서! 어쩜 이리 귀여운 거니!


장군이와 산책을 마치고 나는 추로스도 먹을 겸, 어제 못 먹은 밀크티도 먹을 겸 케네디 파크 쪽으로 갔다. 추로스를 사고 나니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노래에 이끌려 가보니 길을 막고 무대를 설치해서 공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로스와 함께 공연을 보면서 노래를 즐기면서 페루의 주말을 만끽하고 있었다. 밀크티를 사 와서 먹으면서 보려고 밀크티 집을 갔다 왔는데 3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무대가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내가 신기루를 본 것인가. 뒤에 콘솔 부스와 음향 기기와, 아시바들까지 모두 사라지고 멀쩡하게 도로들에 차들이 들어와 있었다. 밀크티를 한 손에 들고 엥? 이란 표정과 함께 도로를 멀뚱멀뚱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무대 해체가 이리도 빨리 가능했던 건가. 버스킹이 아니었는데. 당황한 나는 눈만 껌뻑이다가 공원에 앉아서 여유를 즐기다 가기로 했다.


밀크티까지 다 먹고 앞에 있는 홍콩 마켓이라는 곳을 갔다. 동양 음식들이 있는 마트였는데, 열라면부터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등 라면 종류부터 고추장도 있었고, 한국 음료부터 메로나까지 있었다. 내가 가진 짜파게티와 불닭을 섞어먹는 상상을 하니 벌써 침이 고였다. 한 봉지에 3,000원이 넘었지만,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까르보 맛까지 총 두 개를 사서 나왔다. 페루엔 모든 게 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엔 빙수 집에 들러서 팥빙수를 시켰다. 그곳에도 역시 K-POP 뮤직비디오들이 나오는데, 마침 내가 참여했던 아이브의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소녀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기분이 괜히 좋아졌다. 저거 내가 만든 거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주책은 참고 빙수에 집중을 했다. 역시 후식은 빙수나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고 달달한 게 최고인 것 같다. 리마를 떠나면 빙수는 또 언제 먹어볼 수 있을까나!


바비큐 준비를 위해 일찍 숙소로 들어갔다. 씻고 나와서 짐을 싸니 손님분들이 도착을 했고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한국에서 페루로 파견된 해군 소령님과 주무관님과 주무관님의 아이들이 방문했다. 소령님과 주무관님은 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선물 받은 럼주 3병을 들고 오셨다. 손님들과 함께 오자마자 집사님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바비큐를 준비를 했다. 다수의 바비큐 경험으로 단련된 나는 불을 피우고 세팅을 준비했다. 얻어먹는 입장이니, 맛있게 고기를 굽자는 다짐하에 그간의 경험들을 되짚어본다. 일반 프라이팬에 굽는 것과 달리 불이 직접 강하게 닿기에 타지 않게 처음에 양면으로 육즙을 가둬둔 후 자주 뒤집어서 구워야 한다. 석쇠 부분과 팬 부분이 같이 있는 바비큐 장비여서 석쇠에 초벌로 빠르게 구운 후 팬에 옮겨서 나머지를 구웠다. 소시지와 김치도 올리고, 집사님이 준비하신 통 갈빗살도 올려 한 면 한 면 정성스레 구워주었다. 소령님과 합을 맞추며 고기를 구워내고 첫 고기와 함께 다 같이 럼주를 소주마냥 한 잔씩 했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덥지 않은 날씨, 낯선 이곳에서 낯선 이들과 바비큐를 굽다니! 듣기만 해도 낭만적인 경험에 럼주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내가 언제 페루에서 한국 사람들과 바비큐를 구워 먹으며 있을 수 있겠는가. 날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아졌다. 지구 반대편인 페루는 낯설지만, 같은 언어 때문일까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처음 본 이 사람들은 낯설지 않았다. 낭만이 넘치는 경험 덕분에 캠핑 욕심이 더욱 가득해지는 날이었다.


삼겹살을 끝내고 통 갈빗살을 갈빗대를 기준으로 잘라낸 후 다시 양면을 초벌 한 후 팬에서 굽는 방식으로 갔다. 소령님과 이렇게 굽고 있으니 갑자기 푸드 트럭에서 요리하는 느낌이라며 농담도 주고 건넸다. 네 명이서 거의 2병 반 정도의 럼주를 먹고선 처음에 넣어두었던 감자와 함께 이야기 꽃이 피었다. 잔불에 은은히 풍기는 따듯한 온기와 다들 처음 봤지만 살짝의 취기 때문인지 실없는 이야기로도 웃곤 했다. 내가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지만, 버스를 취소하고 싶을 만큼 그냥 떠나기에 아쉬운 시간들이었다. 자꾸만 미뤄왔던 우버 잡기를 이제는 잡아야 했고, 야속하게도 요청을 하자마자 우버가 바로 잡혔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인사를 드리고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부여잡고 터미널로 향했다. 리마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조각임이 분명했다.


우버를 타고 버스를 타는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버스로 이동을 하면서 제일 걱정은 짐칸에 실은 내 배낭이 없어질까인데, 그래도 이런 장거리 운행이 많은 페루여서 그런지 짐 검사와 함께 짐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수화물 택을 붙이고 그 택에 맞는 표를 주고 그 표가 있어야만 배낭을 받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름 안심을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내일 아침이면 와라즈라는 도시에 도착해 있을 거란 기대와 함께 바로 잠들 준비를 했다.


그렇게 평온하게 도착할 줄 알았더니만, 고산지대인 와라즈까지 가는 길에 술기운 때문인 건지 아니면 고산병 증상인 건지 머리가 아프고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속은 불편했고 좌석을 눕혔지만 허리가 닿지 않아 어떤 자세를 해도 불편했다. 어째선지 잠도 안 오고 잠에 들려해도 30분 단위로 계속 깨기를 반복했다. 3,000m를 우습게 봤던 나는 지옥의 버스가 시작된 것이다. 거의 새벽 3시부터는 잠도 못 잤던 것 같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아서 계속 뒤척이며 고통받는 4시간의 운행이 계속되었다. 사람이 거의 기진맥진했을 때쯤 와라즈에 겨우 도착을 했다.


7시경 짐을 맡기고 아침을 즐기려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엄청난 피로와 온몸이 찌뿌둥한 느낌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일단은 숙소로 바로 가서 짐을 맡기려고 했는데 얼리 체크인을 해준 것이다. 처음엔 키를 건네주길래 당황했지만, 지금부터 들어가도 된다며 웃어주는 직원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덕분에 7시에 숙소에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창밖에 예쁜 풍경이 펼쳐져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배낭을 내려놓고 나는 바로 침대 안으로 기어들어가 대강 11시 즈음에 알람을 맞추고 잠에 들었다. 온몸을 무언가에 맞대고 잘 수 있다는 것이 어찌 행복하던지, 추운지도 모르고 바로 잠에 들었다.


늦장을 부리며 12시에 일어난 나는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해발 3,000m인 이곳 와라즈는 리마와 다르게 아침에는 4도까지 떨어지고 낮에는 18도까지 오르는 일교차가 큰 곳이었다. 아침에는 오들오들 떨었지만 낮에는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창 밖에는 공원과 함께 저 뒤에 펼쳐진 산의 모습이 보였다. 방 창문에서 보이는 와라즈의 풍경은 도시의 리마와는 다른 자연 그 자체의 한 구석에 있는 느낌이었다.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밖을 나서니 처음 보이는 것은 저 멀리 있는 설산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아주 뚜렷하게 말이다. 감탄과 함께 와라즈의 풍경에 감동을 했다. 거리는 마지 옛 홍콩 혹은 미국의 거리처럼 옆으로 튀어나온 간판과 함께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했고, 저 멀리에는 칙칙한 색 산 위로 하얀색의 설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거리가 아주 감성이 넘쳐났다. 와라즈,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풍경인데!


신나서 이곳저곳 거리를 쏘다녔다. 광장에도 가서 앉아도 있고, 시장도 들르고, 길거리와 골목 안에 있는 공원들도 누비는 등 마을 산책을 했다.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 프라페를 하나 주문해서 따듯한 햇살을 맞으며 광장에 앉아있었다.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맑은 공기와 함께 들이키는 달달한 음료는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회색의 도시처럼 시원하지만 흐린 날씨를 보여주었던 리마와는 달리 청명하고 맑은 하늘과 함께 어딜 가든 보이는 설산의 풍경은 와라즈의 매력을 더 해주었다. 이곳에 안 왔으면 어찌했을까! 별 기대 없이 왔지만 만족도 최상의 마을이었다.


골목길을 들어서니 자그마한 공원과 그 공원을 둘러싼 식당들이 보였다. 공원을 바라보며 감성을 촉촉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에 들어가 피자를 주문했다. 야외에 앉아 바질 피자와 얼음이 동동 띄워진 잉카콜라와 함께 평화로운 공원을 바라보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기분 좋은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음료 한 잔을 하고 맛은 없었던 피자를 먹으며 와라즈의 감성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노래도 들려오고 개들은 따듯한 볕을 찾아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평화로운 마을을 증명하는 듯했다.


식당에 나와 페루에서 유명한 루쿠마라는 과일 주스를 주문해서 설산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일과 그다음 날까지 파론 호수와 69 호수의 투어를 신청을 했는데, 그곳에 가면 저 설산이 더 가깝게 보이겠지?라는 상상과 함께 상큼한 생과일주스까지 먹으니 앞으로의 와라즈 일정이 기대가 되었다. 대체 얼마나 예쁜 풍경을 보여주려고, 마을까지 예쁜 거니! 와라즈의 앞날을 기대하며 내일 투어를 위해 일찍이 잠에 들었다. 내게 예쁜 풍경을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