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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여행의 전리품들

신혼여행 에피소드 2

by 션표 seanpyo


신혼여행으로 유럽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도시를, 골목을 지날 때마다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주워 담고 싶지만 가방의 무게는 곧 여행의 무게인지라 순간순간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몽마르트르의 작은 기념품 가게에서 무게가 나가지 않고 오래도록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을 둘러보다 정사각형의 컵 받침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예술품을 원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그곳의 흔적이 필요할 뿐이었다. 조악한 색상과 그림, 척 봐도 관광객을 위해 만든 물건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다양한 그림들이 있어서 꽤 긴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6개의 컵 받침대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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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끝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서울행 고속버스 앞좌석 등받이에서 얇은 잡지 한 권을 펼쳐 들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리무진 쇼핑몰에서 파리에서 구입한 것(비닐도 뜯지 않은)과 동일한 컵받침을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런던을 다녀온 지인이 선물해준 기념품도, 일본의 허름하고 외진 가게에서 주워온 작은 목각인형과 시계도, 심지어 싱가포르 놀이공원에서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도 판매하고 있었다.

오늘 샵에서 우연히 발견한 토베 얀손의 국민 캐릭터 무민의 데코레이션 박스테이프. 핀란드 여행 중이라면 특별함에 손이 가겠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한국이다. 대량생산, 글로벌 유통망 덕분에 여행에서나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을 이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지만 특별함과 짜릿한 감동이 줄어드는 것은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