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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반짝 도쿄 거닐기

#1 프롤로그

by 션표 seanpyo



몇 해 전이었던가!

처음으로 함께 떠난 도쿄 여행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던 일 조차 이젠 까마득하다.

밤도깨비 여행. 보석 같은 2일간, 도쿄의 반짝이는 것들을 모두 보여 주겠노라며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지식을 한 장의 지도에 담은 일정표를 만들었다. 마이클 스코필드가 탈옥을 위한 최선의 루트를 계획하듯 도쿄의 주요 명소와 작은 골목길, 그녀가 좋아하는 포인트들을 연결하고 불필요한 동선은 최소화하면서도 각 장소에 어울리는 최적의 시간대를 배정해 만든 밤도깨비 역사상 최고의 맵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여행책 3박 4일 일정을 이틀에 눌러 담은 계획을 과연 그녀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키키와-도쿄-여행_001.jpg

'오빠 내가 체력이 얼마나 강한데~ 미술관과 뮤지컬을 모두 섭렵하기 위해 뉴욕에서 하이힐 신고 뛰어다닌 사람이 나야!'


공대 출신 키키는 번지수 잘못 찾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밤도깨비 여행 역사상 최고의 맵이 유일한 단점을 극복하며 오즈의 성으로 향하는 반짝이는 황금길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아! 그래? 그러면... 다이칸야마에서 시부야로 가는 길이 괜찮은데 지하철 타지 말고 걸어가 볼까? 조금 멀긴 하지만 너라면 괜찮을지도...'


지금 타임머신이라도 있다면 이 순간으로 돌아가 내 뒤통수를 후려쳐주고 싶다.

안 그래도 빡빡한 계획표에 일정이 더 추가되었다.


이 여행, 이래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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