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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의 바다

가마쿠라역에서 바라본

by 션표 seanpyo




가마쿠라 해변은 일본 만화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슬램덩크를 비롯 영화 태양의 노래, 만화 러버스키스가 이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가마쿠라 고교역, 에노덴 열차에서 내렸다. 그곳 역에서 본 해변의 모습은 내 생애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바다 풍경이다.


바다 한가운데까지 사람들이 서 있어, 마치 무릎 아래의 낮은 수면이 수평선까지 펼쳐진듯한 느낌.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가 육안으로 구분되지 않을 것 같은 소실점을 상실한 풍경.




그곳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누군가는 서핀보드를 연습하고

누군가는 개와 산책을 즐기고
누군가는 시사이드 벽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다.

기차에서 내린 플랫폼에 그대로 선채 풍경들을 핫셀 120mm 필름 4통에 담았다.


지인의 남자친구가 이곳 가마쿠라출신이 었는데 그는 고교시절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갈지, 바다로 서핀보드를 타러 갈지 매일 고민했다고 한다. 이런 날씨라면 아마 나도 고민을 했으리라. '나에게도 그런 삶이 주어졌다면' 하고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늘이 너무 맑아서' 서핀보드를 옆에 매달은 소형 스쿠터를 몰고 학교가 아닌 해변으로.

'퇴근길, 하늘에 달이 너무나 예쁘게 빛나는 날에는' 서핀보드를 얹은 차를 몰고 집이 아닌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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