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비대칭성 레버리지
All-in podcast에서 Venture capital 업의 본질과 성과지속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저의 생각을 기록합니다.
"Here's the point about venture that I think is worth noting. It's an exceptional market that gives the practitioners an incredible edge if you build a business around the information asymmetry that occurs. Yes, that you can monetize.
After that, the only business model is building an asset gathering machine to generate fees because even the consistency of being able to generate these power law distributions in successive funds doesn't exist. And you can look at all of the data. Cambridge has done this. A lot of these guys have done this.
All the big LP fund of funds like Horses Bridge have done this. Having a killer fund has zero correlation with your ability to then have a next killer fund as an LP."
“벤처 시장에서 주목할 점은, 이 시장이 본질적으로 정보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구축하면 투자자에게는 굉장히 큰 우위가 생기고, 실제로 이를 통해 수익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결국 자산을 모아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구조(asset gathering machine)가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왜냐하면, 연속적인 펀드에서 동일하게 ‘파워로 분포(Power Law)’의 대박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케임브리지(분석기관)나 여러 LP 펀드 오브 펀드들(대표적으로 Horses Bridge 등)의 데이터를 보면, 한 번 뛰어난 성과를 낸 펀드가 있다고 해서 다음 펀드에서도 똑같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벤처 시장은 본질적으로 '정보 비대칭성'을 레버리지 해야하는 업입니다. 누가 먼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창업자와 네트워크를 맺으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극적으로 벌어집니다. 이런 정보를 가진 투자자는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투자할 수 있고, 그만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초반에는 몇 번의 '대박 투자'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이런 성과를 매번 재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벤처 투자 성과는 ‘Power Law 분포(멱법칙 분포, 소수가 전체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균형적 분포)’라고 불리는 구조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100개의 투자 중 소수만이 엄청난 수익을 내고, 나머지는 손실이거나 미미한 성과에 그칩니다. 따라서 한 번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서, 다음 펀드에서도 같은 확률로 대박을 낼 수 있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를 벤처펀드의 성과지속성(Performance persistence) 이슈로 부를 수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성과를 100%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Meketa Investment Group 의 자료에 따르면, 과거 상위 25% 성과를 낸 VC 운용사가 다음 펀드에서도 상위 25%에 들 확률은 45%, 평균 이상 성과를 낼 확률은 70%였습니다. 이는 모든 벤처펀드가 성과를 지속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위 25% 운용사에 투자하거나 하위권 GP를 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펀드가 여러 번 연속으로 대박을 낼 확률은 동전을 던져 계속 앞면만 나와야 하는 것처럼 갈수록 낮아집니다.
이로 인해 많은 벤처펀드는 결국 자연스럽게 '자산을 많이 모아 관리 수수료를 받는 구조(asset gathering machine)'로 귀결하게 됩니다. 투자 성과로 꾸준히 큰돈을 벌 수 없으니, 대신 운용규모(AUM)를 늘려 관리보수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VC의 브랜드 관리가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 한번의 성공이라면, 운이나 개인 역량, 시장 상황에 기대할 수 있겠지만, 성과를 지속하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정보 비대칭의 게임에서, 탄탄한 브랜드가 있다면 꾸준히 좋은 딜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브랜드란 단순히 이름이나 로고가 아니라, 특정 기업·제품·서비스가 고객의 마음속에 쌓아온 ‘정체성(identity)’과 ‘이미지(image)’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즉, 창업자가 투자를 고민할 때, '함께하고 싶은 VC'라는 이미지가 떠올라야 합니다. Y combinator, a16z 같은 곳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국에도 알토스벤처스, 베이스벤처스와 같은 곳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잘 만들어가고도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아이돌을 꿈꾸는 이들이 K-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향해 모이듯, 단단한 브랜드를 보유한채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먼저 찾아오고, 성과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VC'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보이긴 하지만, 그 도전을 해나가는 분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희망도 생깁니다. 저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런 미래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