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우주 발사장
뛰는 걸 멈추면 유지하는 게 아니라 뒤쳐지게 된다
우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사장 건설에 힘을 쏟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건 역시 영국이다. 세계적인 위성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독자 우주수송 역량이 없고, Brexit 이후 유럽 이웃들과 관계가 서먹해진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발사체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발사체 개발뿐 아니라 해외발사체를 유치하기 위한 발사장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
현재 영국에선 두 곳의 발사장이 ‘영국 최초의 궤도발사장’이란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올 9월 첫 발사를 앞두고 있는 SaxaVord 발사장,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Sutherland 발사장이 그곳이다. 한 발 앞서가고 있는 SaxaVord 발사장은 독일산 발사체 RFA의 데뷔전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영국의 소형발사체 업체인 Skyrora, 미국의 ABL Space Systems도 대기 리스트에 올라있다. 한편 Sutherland 발사장은 영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발사체 업체인 Orbex가 건설 중이다. 알려진 영업개시 시점은 2025년 상반기.
1971년을 마지막으로 영국은 자력으로 우주 궤도에 도달한 적이 없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로 자국 발사체를 포기한 것인데, 20세기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르나 Brexit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완전히 바뀌어 버리면서 큰 실수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칼라 TV가 들어오기 전에 우주로 가는 문을 열었던 영국이 21세기에 아직 발사체가 없다는 건 기술이란 개발뿐 아니라 유지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 사례다.
영국은 설계부터 제조, 나아가 활용까지 위성 전반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나라다. 과연 영국의 우주를 향한 화려한 컴백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