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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버러에어쇼: Day 1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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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9일, 아리안 6의 첫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정확히 말하면 일부 기능이 오작동한 만큼 100% 성공은 아니다. 하지만 위성들을 미션 궤도에 무사히 올렸고, 새로 개발한 Vinci 엔진도 다중 재점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리안 6가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코로나19, 기술적 오류들, 구형 컨셉이라는 냉소적인 시선, 여기에 발사체 리더십을 둘러싼 유럽 국가들 간의 신경전까지 겹친 길고도 지난한 과정이었다.


작년 파리에어쇼에서 만난 아리안스페이스는 의기소침해 있었다. 언론은 ‘스페이스 X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냐’고 집요하게 압박했다. 본거지인 파리에서 열린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전시 규모가 작냐는 질문에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참석 규모를 최소화했다’고 답변하는 아리안 담당자의 표정은 애처로워 보였다.


올해는 달랐다. 무대가 영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리안 6의 데뷔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현장 담당자들은 시종일관 웃는 표정이었고, ESA 전시관은 ‘유럽의 귀환’을 축하하려는 사람들로 시종일관 붐볐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스페이스X 대비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끝내 듣지 못했다.


현재까지 회사가 확보한 발사 계약은 30회다. 내년에 6회, 2027년부턴 연 10회로 발사 Rate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의 공공위성과 아마존의 카이퍼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단, 아마존의 경우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뉴 글렌이 곧 출시되는 만큼 지속적인 수주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 (기존에 계약한 물량을 지나치게 저가에 수주해서 재무적으로는 오히려 골칫거리라는 평도 들려온다. 만일 사실이라면 수주를 할 수 있어도 해선 안될 것이다. 아리안은 유럽의 우주자립을 위해서란 명분으로 매년 적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에어쇼는 힘들게 데뷔한 아리안 6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유럽의 각오가 느껴지는 자리였다.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 다들 미 대선이 끝나면 NATO가 유명무실해질 거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유럽의 빅 3인 영국, 프랑스, 독일 모두 아리안 6의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우주 억제력 확보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진행 중인 국방, 공공위성 사업만 해도 적지 않은 규모이며 그 수요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리안 그룹에선 이러한 유럽의 국방수요를 Captive Market으로 가져가면서 Next Move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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