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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판버러 에어쇼: 올해의 화두는 과연 뭘까?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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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판버러 에어쇼: 올해의 화두는 과연 뭘까?]


영국 판버러 에어쇼까지 이제 2일 남았다. 과연 올해는 어떤 담론이 전시관을 채우게 될까? 2년전 판버러의 메인 주제가 ‘혁신을 통한 회복’이었다면 올해는 아마도 ‘제조 리빌딩’일 가능성이 높다. (판버러는 격년으로 열린다.)


코로나 이후 항공 수요는 완만한 회복을 보이고 있으나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수십 년 만의 인플레이션 재림, 정치적 논리에 압도당해 이곳저곳 헐거워진 글로벌 공급망, 여기에 보잉의 좌초까지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결과 영세한 부품업체부터 항공사까지 모두에게 그 고통이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잉의 악전고투를 즐기고 있을 것 같은 에어버스도 막상 살펴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물가는 오르는데 제품 인도가 늦어지면서 업계 전반의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잇다. 그 결과 전 세계 곳곳에 구축해 놓은 공급망 곳곳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때그때 소방수 역할을 할 자사 인력을 파견해 대처하지만 ‘우리가 모든 곳에 가 있을 순 없다’는 에어버스 CEO의 인터뷰처럼 어디까지나 응급조치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인플레와 공급망 블록화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줄 텐데 왜 항공우주에서 유독 잡음이 심하게 나오고 있는 걸까? 수요가 있다면 투자를 해서 공급을 늘리면 해결되는 게 아닐까? 근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세상에는 돈이 있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신뢰, 사랑, 지혜, 건강, 그리고 숙련된 항공우주 엔지니어다.


엉뚱한 소리라고 타박하기 전에 잠깐만 들어봐 달라...


항공우주는 각종 과학과 첨단 공학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적이고 창의적인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숙련된 인재를 양성하기가 쉽지 않고, 보다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업계에 인재를 빼앗기는 게 다반사다.


코로나가 터지자 보잉은 즉각 대대적인 인원감축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엔지니어들과 함께 보잉의 기술력도 심하게 훼손되었다.


몇 년 뒤 코로나가 끝나고 민항기 수요가 살아나자 보잉은 인력 확보에 나선다. 하지만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온 ‘숙련공’들의 빈자리를 하루아침에 채우는 건 불가능했다. 늘어나는 주문을 맞추려고 무자격자들을 대거 채용했고 그 결과는 ‘품질의 위기’로 이어졌다. 보잉이 가장 커서 눈에 띌 뿐, 보잉의 생태계에 속해 있는 업체들의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식 유연한 고용이 적어도 이번만큼은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렇다면 탓해야 할 것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미국식 자본주의일까? 코로나 위기 속에도 고용 유지에 적극적이었던 유럽도 인력 부족에 고통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미국에 비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미국에 비해 기존인력의 유출은 덜했을 수 있으나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흡입력은 떨어진다.


수요가 늘어나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급을 넘어서는 수요는 오히려 공급망 전방에 과부하를 일으키며 심지어는 붕괴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인력난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전에는 자원뿐 아니라 노동력도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었다. 마스크 규제가 사라졌지만 우리가 알던 코로나 전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올해 판버러는 ‘어떻게 하면 공급을 끌어올릴 것인가’라는 다소 투박한, 하지만 기술과 발상의 혁신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질문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답이 3DP나 자동화 같은 제조혁신일 수도 있고, 대대적인 Vertical Integration 선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누가 어떤 답을 들고 왔을지 궁금하다. 어서 영국행 비행기를 타고 싶다. (다행히 날씨도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정말 다행이다...)


See you in the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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