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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Nov 16. 2024

폭스바겐과 리비안의 결합, 성공할 수 있을까?

폭스바겐이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1B를 추가로 투자할 것을 결정했다. 앞서 올여름 발표한 규모까지 합하면 총 $5.8B, 지분으로 따지면 약 16%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또한 50:50 지분으로 합작법인을 설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법인의 본사는 캘리포니아에 지어질 예정이며 2026년까지 리바안, 2027년에는 폭스바겐 모델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일각에선 폭스바겐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리비안은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릴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맞지만 아직 흑자전환까지 갈 길이 먼 스타트업이다. 정작 양산 모델이 나왔을 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미지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합작법인을 위한 돈의 대부분을 부담하는데도 리비안에게 지분의 절반을 보장해 줬다. 심지어 법인의 이름도 ‘리비안 & 폭스바겐’이 될 거라고 한다! (혹시 ABC순으로 정한 건가?)


리비안은 이번 합작으로 얻을 게 많다. 자금줄은 마르고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며 춘곤기를 보내던 회사는 개발과 양산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폭스바겐의 강력한 영업 인프라와 양산 노하우로 인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뭣보다도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다른 차종에 적용할 기회가 생겼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를 계기로 차량 판매에서 소프트웨어 모듈 판매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이 얻을 건 뭘까?


폭스바겐은 쟁쟁한 브랜드들을 거느리고 있는 전 세계 2위의 자동차 회사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최근 10여 년 간 회사는 어렵고 불투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안마당인 유럽은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전망이 어둡고, 압도적인 규모와 성능으로 무장한 중국 전기차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미래시장에서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폭스바겐이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실한 소프트웨어. 탁월한 제조 노하우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소프트웨어 때문에 점수를 다 깎아먹었다. 


폭스바겐이 그동안 수수방관했던 건 아니다. 4년 전 소프트웨어 자회사인 ‘카리아드’를 세웠고, 6천 명에 달하는 인원과 $10B가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언론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리비안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은 카리아드의 임직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진행되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한 엔지니어는 ‘당일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회사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리비안에 올인하기로 결정한 만큼 카리아드의 운명은 청산되거나 합작법인에 흡수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 (회사가 미국에 지어질 예정이라 운 좋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핵심이 엔진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면서 전통의 자동차 강호였던 독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폭스바겐의 결정은 변화에 적응했던 독일이 자강론을 접고 해외협력으로 방향을 튼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결정을 독일 제조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폭스바겐의 자강을 위한 노력은 어째서 수포로 돌아갔을까? 정부의 지나치게 복잡한 안전 규제, 소프트웨어 인력의 부족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회사의 문화다.  


카리아드는 폭스바겐 산하의 여러 회사, 브랜드의 연구인력들을 모아서 세운 회사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결합했을 뿐 진정한 통합을 이루진 못했다. 사내에선 양산사업을 우선해야 한다는 폭스바겐 출신과 신사업을 강조하는 아우디 출신, 그 외 동상이몽을 꾸는 온갖 파벌들 간의 알력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각기 다른 사람과 생각을 맛있게 비비는 게 리더의 역할. 하지만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공격과 방어, 모험과 안전, 꿈과 현실을 오가며 리소스를 낭비했다.  


독일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술 강국이며, 그 중심에 서 있는 폭스바겐만큼 미래를 위한 자산을 많이 가진 회사는 찾기 어렵다. 최근 폭스바겐의 지지부진한 모습은 가진 게 없기 때문이 아니라 가진 걸 제대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걸 가진 폭스바겐이 리비안에게 굽히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건 단순히 소프트웨어 때문만이 아니다. 


폭스바겐이 이번 결정을 통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려면, 그리고 리비안에게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미국 벤처의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문화’를 배우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걸 깨닫지 못하면 이번에 내린 비싼 결단도 한 지붕 두 가족에 그쳐 남 좋은 일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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