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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국을 꿈꾸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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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속에 그려진 ‘제국’은 미국에서 1930년대에 반짝 유행했던 Technocracy Movement 지자자들이 주장했던 ‘미국이 지향해야 하는 모습’이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인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새로운 대안에 목말라 있었다. 이러한 절박한 분위기 속에 다양한 사상과 주장들이 등장했는데 Technocracy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이 주장한 사회상은 양극단의 주장이 비빔밥처럼 뒤섞여 있어 우리가 익숙한 진보와 보수의 틀에 넣어 해석하기가 어렵다. 이들은 대공황의 원인이 표만 쫓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대의 민주주의와 다들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시장 자본주의에 있다고 진단했고, 그 대안으로 우수한 기술관료들이 나라를 통치하는 엘리트 관료제를 주장했다. 아마도 플라톤의 철인정치에서 영감을 얻었으리라.


이들은 철저한 고립주의를 선호했으며 바깥 세계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강화하고, 핵심 인프라와 자산을 국영화하고, 외국어 서적 및 방송을 금지하고, 심지어 미국 달러의 해외 반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에 연을 끊고 혼자 살기 위해선 미국 영토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영토 확장’이란 레토릭은 고대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됐다.


이후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력으로 미국 정부의 신뢰가 서서히 회복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황금시대가 열리면서 Technocracy도 그 생명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을 그저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정도로 치부할 순 없다.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도 사회가 혼란해지면 불안과 분노를 거름 삼아 강력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근데, 트럼프 때문에 이슈가 된 지역들이 지도와 거의 일치하는 건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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