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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를 맞이하며; 정치는 시스템이다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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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누가 보이는가?


2018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처음 취임했을 때 이란에서 만들어진 선동용 포스터이다. 오바마와 트럼프를 하나로 표현, 누가 대통령이 되건 미국의 정치는 그대로이며 바뀌는 건 얼굴뿐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개인이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이란 정부가 배포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영리하게 잘 만든 것 포스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가 단번에 이해가 되며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렇지만 메시지 측면에서는 어떨까? 오바마와 트럼프, 두 대통령의 대 이란 정책이 대단히 달랐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실 트럼프의 이란 정책은 시종일관 오바마의 흔적을 지우는 작업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쩌면, 세부적인 정책 하나하나가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바보면 이 포스터에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 담겨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종종 정치가 ‘개인’ 못지않게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고는 한다. 인종, 정당, 출생과정, 취미, 화법과 정치적 키워드까지. 두 대통령은 거의 모든 것이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스타일을 넘어 그 본질을 따져보면 둘의 외교 정책은 의외로 닮은 점이 많았다. 중동 개입을 줄이고, 아시아에 국력을 집중하고, 국제이슈 개입을 최소화하는 기조는 이미 오바마 때 시작된 것이다. 두 대통령이 구사한 구체적인 전술은 서로 달랐지만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전제와 목표, 즉 대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의 서로 다른 외교전략은 두 대통령의 개성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달라진 환경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둘 다 ‘21세기, 미국 패권의 연장’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인데 단지 발단-전개-위기-해소로 이어지는 구성에서 각각 맡은 부분이 다를 뿐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미국 새 정부의 움직임을 예측하느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근데 어쩌면 우리는 그때그때 랜덤하게 나오는 발언들에 지나치게 주목하느라 큰 맥락을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에겐 정당을 넘어 만들어온 대전략이 있으며 지켜야 할 핵심이익이 있다. 지나치게 나무에 집중하느라 숲을 놓쳐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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