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는 자타 공인 우주개발의 챔피언이다. 머스크는 전례가 없는 독특하고도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회사는 NASA와 펜타곤의 공공 위성을 넘어 전 세계의 상용위성 대부분의 발사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인류가 우주로 보낸 화물의 80%가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이용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 발사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다.
도대체 어쩌다가 인류의 우주개발이 한 곳의 민간기업에게 의존하기에 이른 걸까?
우주개발, 특히 발사체는 쉬운 게 아니다. 만드는데 조 단위의 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운도 따라줘야 한다. 스페이스X의 독주에 경악한 후발주자들이 급하게 추격에 나섰지만 아직 제대로 된 경쟁 기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변수가 겹치면서 머스크의 우주 독점은 더욱 견고해졌다.
최근 들어 스페이스X의 독점 구조가 깨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2의 스페이스X를 꿈꾸는 경쟁자들의 신형 로켓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Blue Origin, Rocket Lab, Firefly은 이미 기술적으론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났으며 빠르면 올해 중 본격적으로 상용화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Relativity Space와 빌 게이츠가 투자해 유명세를 치른 Stoke Space도 이들보단 뒤처져 있지만 각각 유니크한 요소 기술을 필살기로 내세우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LA의 Vulcan처럼 이미 출시된 발사체도 있다. 올드 스페이스의 혈통이란 이미지 때문에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감이 있지만 성능으론 문제가 없다. 사업을 접을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경영진은 Vulcan에 대한 기대를 접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밖에도 경쟁자들은 있다. 오랜 산고 끝에 완성된 아리안6, 그리고 다양한 발사체 스타트업들이 유럽의 독자 우주개발의 꿈을 안고 다양한 기술적, 사업적 시도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도 전기차에 이룬 쾌거를 우주에서 재현하길 꿈꾸며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분위기를 보면, 미국의 일방주의에 불만을 품은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중국이 쓸어 담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인다.
이처럼 가열되고 있는 경쟁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스페이스X의 독보적 우위가 깨지긴 어려울 것이다. 스페이스X는 가격, 성능, 물량, 접근성, 여기에 각종 지정학적 요인이 더해져 대체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스페이스X보다 빨리, 또는 싸게 태워주는 것으로 극복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방정식이다.
그렇다면 뉴스페이스 시즌 2는 지난 시즌의 챔피언이 손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재미없고 단조로운 드라마가 되는 걸까?
시즌 2의 반전 유무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제2의 스페이스X를 외치는 회사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팰컨 9의 성공 공식은 10년 전에 나온 것이며 당시 시대상과 머스크의 독특한 개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에 성공한 것이다.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스페이스X가 성공한 과정을 100% 똑같이 따라 해도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스페이스X는 이미 팰컨 이후를 준비하며 앞서가고 있다.
챔피언을 이기려는 도전자는 자기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떠오르는 후발주자들은 각각 하나씩 스페이스X와 차별화된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어 기대된다.
개인적으론 이들이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이 시장에서도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스페이스X에게 최소한의 자극을 줄 수 있는 경쟁자들이 필요하다. 공정한 경쟁은 모두에게 – 심지어는 경쟁의 표적이 되는 챔피언에게도 - 도움이 된다. 독과점이 형성된 시장에선 더 이상 가격과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 그때부턴 오직 재무와 마케팅, 그리고 로비가 중요할 뿐이다. 그렇게 주객이 전도되면 한때 혁신을 무기로 챔피언에 올랐던 자도 나태해지고, 무능해지고, 결국엔 퇴물이 된다.
2025년, 다양한 도전으로 이 바닥이 좀 더 다채로워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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