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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America, 가능할까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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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America: Regaining the Productive Edge"는 1990년에 MIT가 출간한 책이다. 당시 위기에 놓여 있었던 미국 제조업에 대한 진단 및 해결책을 제시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80년대 당시 미국은 심각한 산업 공동화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신흥 산업국들의 매서운 도전 앞에 미국 기업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체 안방인 미국 시장마저 잠식당하고 있었다. 특히 독일과 일본은 효율성, 품질, 혁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카테고리에서 미국 기업들을 앞질러 나아갔다.

MIT의 학자들은 미국의 산업계를 심층 분석한 결과, 6개의 고질병이 미국 산업 퇴행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구체적으론 다음과 같다.

1. Outdated Strategy

거대한 미국 시장이 주는 안이함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미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 미국식 경영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었다. 수출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경쟁자들에 비해 미국 기업들은 간절함이 부족했다.

독일과 일본의 선진 제조 시스템이 여전히 포드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미국의 방식을 골동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신토불이'란 생각에 국산을 사주던 미국의 소비자들이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수입품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2. Short-term Horizon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순기능도 있었지만 단기 이익에 집착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따랐다. 소위 'Bean Counter'라고 불렸던 숫자와 장표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조종석에 앉으면서 미국 기업들은 자학에 가까운 오판을 거듭했다. 이들에게서 장기적인 전략과 끈기,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이해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3. Technological Weakness in Development and Production

미국은 아이디어의 혁신성에선 단연 세계 최고였지만, 그 아이디어를 싸고 좋은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는 경쟁자들에 비해 서툴렀다. 미국의 R&D 예산은 삼분의 이가 발명, 나머지가 엔지니어링에 투입되었던 반면 일본은 그 비율이 정반대였다.

기술이 탄생하는 건 연구소지만 완성되는 건 시장이다. 혁신적인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여는 건 미국인데 정작 열매를 딴 건 미국의 기술을 개량해서 상품화에 성공한 Fast Follower들이었다.

4. Neglect of Human Resources

'과학적인 경영'에 집착하느라 인간을 소홀히 했다. 인간을 생산을 위한 도구, 심지어는 줄여야 할 비용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 결과 사람 중심의 리더십과 조직론을 소중히 여겼던 경쟁자들에 비해 효율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5. Failure of Cooperation

직원, 협력사, 지역사회 등 Stakeholder들을 싸워서 이겨야 할 제로섬 관계로 대했다. 반면 일본은 '주식회사 일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범국가 차원에서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했다.

6. Government and Industry at Cross-Purposes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계획이 서로 엇갈리고 역할 분담도 상충되면서 불필요한 갈등과 정책 혼란이 빈번했다. 반면 아시아의 경쟁자들은 '수출 0위' 식의 명쾌한 하나의 목표 아래 단결되어 있었다.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 35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작금의 현실에 비교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미국은 침체의 80년대 이후 중흥의 90년대를 맞이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자성 하에 감행한 대대적인 개혁 덕분이었다. 경쟁자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하는 동시에 미국만이 할 수 있는 것들 재발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 수용성과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나라다. 건국 이래 제2, 제3의 중흥을 연달아 이뤄냈던 미국의 저력은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다. 단, 이를 위해선 진짜 문제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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