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위, 오, 촉을 멸망시키고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사마염. 단 그가 이룬 통일은 거저먹기에 가까웠기 때문에 최후의 승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의 평가가 그리 높진 않다.
사마염은 어느 날 번건이란 신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왜 내게는 제갈량 같은 신하가 없는가?”
이에 번건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등애도 제대로 부리지 못하셨는데 무슨 제갈량을 찾으십니까?”
등애는 진나라의 중국 통일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장군이다. 그의 과감한 전술이 아니었다면 촉나라의 멸망이 여러 해 지연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사마씨 일가는 허수아비였지만 엄연한 공식 황제였던 조모를 죽인 일로 정치적 위기에 놓여있었다. 상황 반전을 노린 촉나라 공격이 실패했다면 천하통일은 고사하고 사마씨 정권이 뿌리째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애의 최후는 좋지 않았다. 사마씨는 너무 큰 공을 세운 등애를 경계했고, 그가 반란을 획책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숙청해버렸다. 얼마 안 가 모함이었다는 게 밝혀졌지만 사마씨는 모든 공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등애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그 결과? 소인배와 아부꾼들만 득세했고 진나라를 얼마 못가 망했다.
어디 사마염뿐이겠는가? 누구나 제갈량 같은 완벽한 인재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꿈꾼다. 왜 내 주변에는 능력이 없거나, 열정이 떨어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믿을 수 없는 놈들만 있는 걸까? 제갈량처럼 실력, 열정, 인성을 겸비한 인재는 어디 있는 걸까?
제갈량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유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결은 제갈량이 남긴 출사표에 잘 담겨있다.
“신이 하찮은 신세로 논밭이나 갈고 있었을 때 미천하게 여기지 아니하고 세 번이나 직접 찾아와 당세의 일을 물으셨다.”
진심으로 인재를 귀하게 여기고, 정성을 다해 모셔야 한다. 1류 인재는 자길 도구 취급하는 이를 따르지 않는다.
“생전에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며 환제, 영제 때의 일에 대해 통탄하셨습니다.”
좋은 인재는 단순한 거래 관계를 붙들 수 없다. 당신은 인재들과 꿈을 공유하는 사이인가? 아니, 제대로 된 가치와 비전이란 걸 가지고 있긴 한가?
“나에게 탁고의 대사를 맡기셨다”
사람을 썼으면 과감하게 믿고 맡겨야 한다. 간섭하거나 의심하면 안 된다. 유능한 인재는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자기에게 익숙한 스타일로 맞추려고 들면 유능한 인재들은 반발하고, 결국엔 도망간다. 결국 남는 건 무취 무색한 예스맨들뿐.
주변에 쓸만한 사람들이 없다고? 썩은 내를 풍기면서 꿀벌들이 모이길 기대해선 곤란하다. 제갈량을 찾아 헤매기 전에 내게 유비의 안목과 도량이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쌍방향이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의 반영이다. 이건 친구와 동료, 상사와 후임, 스승과 제자, 공과 사를 초월하는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