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새로운 관세를 들고나왔다. 앞으로 해외(Foreign Land)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물리는 걸 검토하겠다고. 다른 나라들이 불공평한 플레이로 미국 영화업계에 피해를 주고 좋지 않은 프로파간다를 조장하고 있다는 게 그 명분이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
영화제작은 기획부터 푸자, 각본, 캐스팅, 연기, 사운드, 시각효과, 배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 애초에 해외에서 만들어진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대부분의 작업이 디지털로 이뤄진다.
굳이 ‘Foreign Land’라는 표현을 쓴 의미도 불분명하긴 마찬가지다. 표현 그대로라면 미국 스튜디오가 해외에서 외국인을 고용해 만든 영화도 관세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 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이 될 것이다. 미국의 주요 스튜디오들은 때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때로는 현지 시장 접근을 위해 해외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관세로 늘어난 비용을 부담하는 건 미국의 기업과 영화 팬들이 될 것이다.
애초에 영화에 어떻게 관세를 매기겠다는 걸까? 블루레이와 DVD의 시대는 끝났고 대부분의 영화는 세관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해외 영화의 티켓 매출이나 라이선스 비용에 세금을 물릴 수 있겠지만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수출국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판도를 뒤집으면 미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되어 있다. 이건 제조업 부활을 노린다는 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애초에 미국은 해외 영화를 그리 많이 보지 않는다. (해외 영화의 탈을 쓴 작품도 알고 보면 미국 영화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도 적잖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의 영화산업은 사실상 할리우드와 한 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재능의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같은 영어권 국가끼리 시너지를 내어 미국 영화의 파급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컸다. 만일 미국이 국내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면 반지의 제왕이나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저것 다 차치하고… 앞으로 미국이 배경인 영화만 만들어야 된다는 건가?
중국을 비롯해 스크린쿼터를 둔 나라들을 압박하려는 수일 것 같지만 이건 지나치게 무리한 수다. 당장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반발이 상당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