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은 흙을 가리지 않고, 깊은 바다는 물줄기를 골라 받지 않는다
사진은 2017년, 전세계 화학대회에서 우승한 '미국'팀이다. 총 76개국이 참가했으며 대만(공동1위), 베트남과 중국(공동2위), 한국과 태국 그리고 러시아(공동 3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원래 진나라는 선진국도 강대국도 아니었지만 여섯 나라를 압도하고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결정적이었던 요인은 이종 결합(異種結合)을 꺼리지 않았던 진나라 특유의 개방성이라고 본다.
진시황의 철권독재 이미지 때문에 ‘진나라’와 ‘개방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지만, 진나라를 부국강병을 이끈 인물들은 대부분 외부 출신이었다.
백리해는 원래 우나라 사람이었으나 나라가 망하자 초나라로 망명했다. 초나라는 그의 재주를 낮게 보고 말을 돌보는 한직을 주었고, 도둑을 넘겨달라는 진나라의 거짓말을 의심하지 않고 아무 대가 없이 백리해를 넘겨주었다. 이후 백리해는 재상을 맡아 진나라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앙은 위나라 출신으로 젊은 시절 불우했다. 누군가가 “상앙은 대단한 사람이니 중용해야 한다. 만일 그럴 생각이 없다면 반드시 죽여 후환을 없애라”라고까지 말했지만 위나라 왕은 듣지 않았다. 상앙은 출신에 관계없이 인재를 모으는 진나라의 구인령에 응했고, 그곳에서 왕의 신임을 얻어 전권을 부여받았다. 그의 권한은 태자가 법을 어기자 그 스승이자 큰아버지(현직 왕의 형)인 공자 건의 코를 자를 정도로 강력했다. 상앙의 개혁이 없었다면 진나라의 성공은 불가능했다.
상앙이 내실을 다졌다면, 장의와 범수는 외교로 여섯 나라의 사이를 갈라놓아 진시황이 질주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둘은 위나라 출신이었지만 정작 모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장의는 벼슬을 찾아 떠돌다 도둑으로 몰려 죽을 뻔했고, 범수는 반역자로 의심받아 태형을 당한 뒤 변소에 버려지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진시황의 등장을 예비한 킹메이커 여불위도 원래 조나라의 장사꾼이었다. 그는 진시황의 아버지인 장양왕을 왕으로 세웠고, 어린 진시황을 대신해 10년간 안정적으로 국정을 주도했다.
진시황을 측근에서 도운 핵심 인물들도 외국 출신이 많았다. 이사는 초나라 출신, 울료는 위나라 출신, 요가는 조나라 출신이며, 몽염도 할아버지 때 제나라에서 넘어온 이민자 출신이다. 비록 이사와의 갈등 때문에 등용되지는 못했지만, 진시황이 존경해 스승으로 모시려 했던 한비자는 한나라 출신이다.
‘태산불양토양,하해불택세류.’ 큰 산은 흙을 가리지 않아 거대함을 이루고, 바다는 물줄기를 가리지 않아 깊음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사가 타국 출신 인재들을 추방하자고 주장하는 진나라 귀족들을 반박할 때 쓴 표현이다. 그는 물건과 음식, 음악과 여자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따지지 않고 즐기면서 왜 사람은 출신에 따라 차별하는지 되물었다. 나아가 진나라가 외면한 인재는 결국 다른 나라에서 쓰임을 받게 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적에게 무기를 빌려주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만약 앞서 소개한 인물들을 진나라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었을까? 아마 강대국으로 부상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빛난 강대국들 가운데 내부 자원만으로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순혈에 집착한 나라들은 기껏해야 지역 강국에 머물렀고, 초강대국의 지위에 오른 나라들은 예외 없이 외부 인재와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다. 로마는 그리스·이집트·갈리아보다 인구가 적었지만 혈통을 가리지 않는 시민권을 도입해 제국이 될 수 있었다. 청나라는 유교 관료를 적극 등용해 백배나 숫자가 많았던 한족을 통치할 수 있었다. 반대로 개방성을 잃은 제국은 예외 없이 쇠락으로 이어졌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몰락은 유대인과 개신교도에 대한 관용을 포기한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진나라도 진시황이 제자백가를 억압한 순간부터 추락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의, 어쩌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바로 미국이다. 1900년 당시 미국의 인구는 약 8천만 명으로 독일(6천만), 영국(5천만), 프랑스와 일본(각 4천만)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질적 요소를 수용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미국은 전 세계의 인력을 흡수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으로 흘러든 사람들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역량 자체를 변화시켰다. 만일 일론 머스크(남아공 출신), 젠슨 황(대만 출신), 세르게이 브린(구 소련 출신)과 같은 인물들이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을까?
역사의 교훈은 명확하다. 모든 강대국은 혼혈을 두려워해 개방성을 포기한 순간부터 정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때로는 상한 음식이나 오염된 물처럼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물질이 유입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면역을 길러야지,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이 답일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