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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 Feb 04. 2023

일본의 H-3, 그리고 우리의 차세대발사체(이름은?)

 


일본의 JAXA가 미쓰비시 중공업 (이하 MHI)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발사체 H-3가 2월 12일 발사를 앞두고 있다


Stage.1: 기술자립


일본은 1986년에 미국의 도움을 받아 H-1 로켓을 개발했고, 곧바로 국산 발사체 H-2 개발에 착수, 1994년에 우주 자립의 꿈을 이뤘다


Stage.2: 신뢰성과 활용성


이후 일본은 우주를 연구를 넘어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기 위한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우선 ISAS (고체 발사체), NASDA (액체 발사체), NAL (항공)에 나뉘어 있던 우주 역량을 한 곳에 모아 JAXA를 만들었다


JAXA는 H-2를 개량한 H-2A를 개발하면서 민간기업인 MHI의 역할을 순차적으로 확대, 주요 기술을 이전했다. 지금은 MHI가 발사체 제작부터 고객 유치, 임무 수행까지 발사 서비스의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 3호를 H-2A로 쏴 올린 것도 JAXA가 아닌 MHI (당시 MHI가 마케팅 차원에서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후문이 있다. JAXA가 사업의 주체였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을 것)


H-2A가 위성을 쏘아 올리는 수준이라면 H-2B는 본격적인 우주 탐사를 염두에 두고 중량을 대폭 늘렸다. 일본의 국제우주정거장 수송은 대부분 H-2B를 통해 이뤄졌다. 발사 성공률 100%의 높은 신뢰도에 힘입어 큐브 위성 위주지만 해외위성 발사 기록도 근근이 쌓았다 


이처럼 신뢰성과 활용성을 확보했지만 일본의 발사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발사체가 90%대의 높은 성공률을 보일 만큼 성능은 상향 평준화됐다. 앞으로 고객의 선택을 좌우하게 될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가격. H-2A도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비용을 상당히 낮춘 (최초의 H-2 대비 20~40% 저렴) 결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은 떨어진다 


Stage.3: 사업성


이에 일본은 본격적으로 ‘사업성’을 목표로 한 H-3 개발에 나섰다. H-3는 선배들에 비해 성능과 사이즈는 우위에 있는 반면 비용은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를 단순화하여 부품 수를 줄이고 3D 프린팅 등 신기술을 적용했다. 전자 부품의 대부분을 자동차용 부품으로 대체하는 등 범용품화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미션의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 모델을 준비하고 있고, H-3의 부품들이 자국의 다른 로켓 (Epsilon)에도 적용될 수 있게 설계한 것도 눈에 띈다


' 해야 하는 일이다 '


우리는 일본보다 늦게,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작했지만 넓은 보폭으로 쫓아가고 있다. 누리호의 후속기에 해당하는 차세대발사체 (KSLV-III)가 올해 개발 착수 예정이다. 누리호보다 더 크고 더 센, 위성 발사를 넘어 본격적인 우주 탐사가 가능한 발사체가 될 것이다. 향후 재사용 발사체로의 개량까지 고려해 엔진 재점화, 추력 조절 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어찌 보면 우리의 우주를 향한 진정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차세대발사체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훨씬 긴 시간, 많은 예산을 투입한 일본도 빛을 보지 못했다며 의기소침해지면 안 된다! 만일 일본이 발사체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국제우주정거장 그리고 이제 막 첫발을 뗀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주연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우주가 중요한 외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때, 일본과 우리가 우주 외교에서 받는 대접이 미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다른 것은 단순히 GDP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1등이 될 순 없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우직하게 발사체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잘되면 좋아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누리호가 이룬 업적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뒤집히는 역전의 기회가 눈앞에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기적도 준비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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