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사장의 '먹방'>
맥도날드의 CEO인 크리스(Chris Kempczinski)가 찍은 먹방 영상이 화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햄버거 시식 영상이었지만, 누가 봐도 패스트푸드와 어울리지 않는 그의 소심한 모습이 마치 억지로 먹고 있는 것처럼 보여 우스꽝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짧고 건조한 영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패러디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쟁사들까지 조롱하듯 합류하고 있는 중이다. 웬디스와 버거킹이 차례로 “나는 우리 회사가 파는 햄버거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CEO의 시식 영상을 올렸다.
결국 맥도날드 측에서 해명을 내놓았다. 크리스는 그저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며, 햄버거를 가리켜 “Product(제품)”라고 지칭한 것도 업계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열기는 좀처럼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왜 그가 조롱거리가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는 하버드를 졸업한 뒤 컨설팅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맥도날드 CEO 자리에 올랐다. 평소에도 마라톤을 즐기고 소식하는 습관을 유지한다고 한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가 카메라 뒤에서도 기름진 맥도널드 햄버거를 즐길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사실 크리스는 실적만 놓고 보면 성공한 CEO에 속한다. Digital, Delivery, Drive-thru, 이른바 3D 전략을 밀어붙여 코로나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고객의 주문 기록을 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화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프랜차이즈 구조의 수익성을 높이고 부동산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성과도 있었다. 덕분에 맥도널드의 실적은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대부분 숫자와 관련된 것들이다. 정작 ‘제품’의 맛이나 품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성과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카메라 앞에서 조심스럽게 햄버거를 베어 문 그의 모습이 어딘가 이질적으로 보였던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숫자와 논리로 이루어진 대차대조표의 세계와 욕망이 흐르는 패스트푸드의 세계—가 한 장면에서 겹쳐졌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햄버거가 아니라 맥도날드의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면 이렇게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무대에 섰다가 낭패를 봤다. 솔직히 그의 모습은 식약청 단속관처럼 보인다.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맥도날드의 CEO라고 해서 반드시 햄버거를 좋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맥도날드의 음식을 실제로 잘 아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할 줄 안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대기업에서는 이만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때에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업들이 참여한다. 이런 어색한 영상이 그대로 공개되었다는 것은 검토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이건 어색하다” 혹은 “당신은 머스크가 아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걸 짐작케 한다.
이쯤이야 작은 해프닝이었으니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논란 덕분에 ‘제품’의 인지도는 오히려 올라갔다고 한다. 이것도 전략일까?). 하지만 앞으로 정말 중요하고 치명적인 실수가 발생했을 때도 이런 식이라면 맥도널드의 승승장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크리스는 2019년에 CEO가 됐다.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라도 권위적으로 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