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과연 안전할까

by 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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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새 최고지도자인 모즈타바는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생존을 알리는 플랫폼으로 텔레그램을 선택했다.


이제 텔레그램은 한국에서도 당당한 메이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N번방 사건으로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을 입었지만 그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 덕분에 대통령부터 일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보안을 중시하는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텔레그램은 기업과 정부, 심지어 전장의 군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텔레그램을 만든 건 1984년생인 파벨 두로프다.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세인트키츠 네비스 국적을 가진 다중국적자다.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정부와 관계가 불편해지자 모국을 떠나 국경을 초월한 존재를 자처하고 있다.


그는 기성체제에 저항하는 상징을 자처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경영 방식은 대단히 폐쇄적인 동시에 독재적이다. 텔레그램은 직원 수가 100명도 되지 않으며, 구성원은 물론 철저히 기밀로 유지된다. 두로프는 개인 재산과 텔레그램 생태계와 결합된 코인 수익을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2024년, 두로프는 텔레그램 내에서 벌어지는 마약 밀매, 테러, 성범죄 콘텐츠 유통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프랑스에서 구금 조사를 받았다. 작년 말 출국금지가 해지되면서 조사가 용두사미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여전히 그를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플랫폼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CEO 개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유럽의 분위기는 대체로 ‘그렇다’에 가까운 듯하다. 올 2월, 프랑스는 머스크 소유의 X의 파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스페인은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 임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이 국가를 넘어서는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오히려 정반대다. 기업은 여전히 국가 권력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진정한 권력은 돈이 아니라 주먹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다시금 재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텔레그램은 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초대형 플랫폼이지만, 그 운영 구조는 극도로 불투명하다. 도대체 누가 어떤 방식으로 회사를 소유하고 움직이는지 외부에서는 거의 알 수 없다.


덕분에 텔레그램은 양쪽 진영 모두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두로프를 배신자이자 서방 정보기관의 도구라고 비난한다. 최근 2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우크라이나가 텔레그램을 통해 전선에 있는 러시아군의 정보를 빼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방은 그가 여전히 러시아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실제로 그는 러시아를 떠난 이후에도 수십 차례 모국을 방문했고, 공동 창업자인 형 니콜라이 두로프는 여전히 러시아에 거주 중이다. 어쩌면 텔레그램이 ‘트로이의 목마’일 수 있다는 의심이 양 진영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텔레그램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그걸 누가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건 바로 돈이다. 겉으로 드러난 수익 구조만 보면 텔레그램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2021년에 일부 유료 기능을 도입하기 전까지 텔레그램은 100% 무료 플랫폼이었다. 두로프가 2024년에 첫 흑자 전환 소식을 알렸지만 과연 그 내역이 어떻게 되는지, 외부 투자를 받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혹시 특정 국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밖에선 알 길이 없다. 두로프의 개인 재산이 20조원이 넘는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텔레그램은 스스로 자처하듯 중립적인 플랫폼일까? 설령 지금은 그렇다고 해도 그 중립성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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