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완전한 순간
나는 그 날 집으로 돌아오는 41번 버스 안에서 갑자기 행복감의 절정에 빠졌다.
나는 책을 읽고 있었고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구절을 지나치고 있었으며 아마 그 날 사람들과 함께 간 카페와 거리 모두가 마음에 들었던 덕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흡사 갑자기 눈에 잘 맞는 안경을 찾아 쓴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 운명적인 안경을 쓴 시점으로부터 나를 둘러싼 주위의 모든 사람, 사물, 공기 같은 것들까지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느낌 같은 것.
이것은 완전함이다. 화려하게 아름답고 눈에 띄게 완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아늑하며 완전하다는 표현이 맞다. 편안하고 몽글몽글하며, 동시에 내가 그 속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그렇게 느끼는 순간 매일 보던 버스도, 집 앞 이차선 도로도, 질서없는 주차장도, 어질러진 텅 빈 집과 냉장고의 김 빠진 콜라도 외롭지 않으며, 모두 낭만적이 된다.
그런 순간에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아니,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된다. 보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바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오히려 가까이 있을 때에 나는 그것의 완전함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나는 오늘 이런 선물 같은 순간에 힘입어 내 존재 안에서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그 사랑의 아늑한 완전함에 위로를 받으면서 또 한 번 행복의 세렌디피티를 선물 받는다. 오늘 내 옆에 없는 내 사랑의 모습이 이제까지 내가 가까이 두고 보던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재를 사는 일. 과거를 향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함, 남루한 걱정들과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격한 감정들이 뜻대로 주체되지 않아서. 매일이 갈수록 어렵고 오늘 같지만은 않아서. 고뇌하며 지새우는 하얀 밤마다 이마 양 옆이 조여와서. 급기야는 아, 녹록지 않다- 고 느낄 여유조차 사라져서. 그래서 나는 때로 어제와 오늘을 걸러 털어내고 행복하다, 행복해서 견딜 수 없다, 말해버리며 산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결국 다시 또 한번 이 순간에 행복할 수 있고 또 다시 하루를,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를, 다르게 살 수 있는 까닭은 난 내가 살아온 삶을, 바로 어제까지의 나를,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기 때문이다.
So just love, make mistakes, and have wonderful times, but never second guess who you are, where you have been, and most importantly, where it is you are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