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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보 Dec 15. 2022

클로벌라이제이션(C-lobalization)

STP&A 2022 학술대회 발표자료

포스트 코로나와 알고리듬 문화시대의 문화거버넌스를 위한 클로벌라이제이션 

– 탈분권화(De-de-centralization), 팔들의 길이(arms’ length) 원칙, How-the-many 접근법 적용


<STP&A 2022 발표 자료 (2022.12.17., 홍익대학교)>


[요 약]

 문화정책은 코로나 팬데믹 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급속히 진행된 디지털 알고리듬 문명에 의한 뉴노멀에 대응할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에세이는 이 두 가지 문명적 전환 과정에서 나타난 문화변화에 대한 고찰을 통해 ‘클로벌라이제이션(C-lobalizatio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문화정책에 필요한 인식론과 정책 실행 태도로 제안합니다. 


이것은 문화거버넌스와 문화분권을 지향하며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한국의 지역문화진흥정책의 교착된 문제들의 원인을 찾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또한 실패한 리더십에 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열정적이지만 주위 사람을 번아웃시키며 실패하는 리더십이나, 분권을 지향하는 중앙정부의 “좋은 문화” 전달 서비스가 지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매커니즘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모두 로컬이 중요하다고 말만 하면서 여전히 글로벌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패착이 가져온 결과들입니다.


이 글은 우선 지역문화 활성화를 지향한 한국의 문화정책의 실패 상황과, 코로나와 AI 문명에 의한 뉴노멀 현상들을 고찰합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 이후 분권 지향의 지역문화진흥 정책이 추진되었고, 2022년 현재 총 137개나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이 그 핵심 주체로서, 소위 “팔 길이 원칙”에 따라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약 20여 년 간 중앙정부가 리더한 지방분권지향의 문화정책은, 지역문화생태계가 전방위적으로 공공행정시스템 안으로 포섭되어 위압적 동형화(coercive isomorphism)를 통해 제도화되고, 지역의 문화주체들이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까지 파고드는 문화서비스전달 시스템 위에서 그 주체성을 상실하는 문제적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도시들이 중앙정부나 국제기구가 지정하는 “문화도시” 되기를 위해 뛰는 비문화적인 경쟁 레이스 속에서, 도시의 “문화다양성”과 “문화정책의 다양성”은 훼손됩니다. 이처럼 실제로는 구현되지 않으면서도 문화정책의 금과옥조처럼 천명되는 개념들인 <팔 길이 원칙>, <문화 분권>이 오히려 지역의 <문화다양성>을 훼손하고,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에 오히려 부적절한 인식체계일 수 있음을 살펴보았습니다.


코로나와 AI문명에 의한 뉴노멀은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체계를 장착할 것을 요구합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중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성이 집안으로 제한되었지만 온라인을 통한 소비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결도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더 소중해진 오프라인 활동을 위해 안심할 수 있는 로컬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회로 엄청난 속도로 우리 생활을 가상세계와 연결시켜 놓을 뿐 아니라 현실을 가상세계로 복제해나가고 있는 알고리듬 문명은 문화 자체를 알고리듬으로 바꾸고(culture as algorithm) 있습니다. 갈수록 더 많은 문화생활이 디지털 가상세계에서 일어나고 있고, 비인간 문화주체들이 가상세계에서 문화를 생산하고, 인간 문화활동의 결과물은 인공지능을 보다 인간답게 훈련시키는 데이터와 판별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명의 변화에 따라 로컬과 글로벌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감각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잠시 멈출 수 밖에 없었던 시간 동안, 사람들은 나와 나의 감정, 즉 가장 로컬한 것의 소중함에 눈을 떴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발신하고 싶어 하는, <나의 문화(My culture)>의 시대”라고 해석합니다. 저는 이런 변화 속에서 로컬(close)하면서 글로벌 하고, 글로벌 하면서도 로컬(intimate)한 것들이 대박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 소위 ‘클로벌’한 것들이 출현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매우 로컬한 것이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면서 여전히 그 로컬의 성질을 유지하는 것이, 최근 소위 핫하거나 힙한 것들의 특징입니다. 나는 이와 같이 ‘클로벌’한 것들이 인기를 얻는 현상 자체와 그 메커니즘을 “클로벌라이제이션(C-lobalization)”이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클로벌라이제이션(C-lobalization)은 로컬의 문화적 맥락과 정체성을 활용하고 유지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입니다. 다시 말해 “Cultural-Globalization” 이면서 “Contextual-Globalization”입니다.


이런 클로벌라이제이션 현상은 우선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때문에 가능해진 것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물리적 스케일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탓에 사람들은 중심과 변방을 위계적 관계에서 보는 경향이 줄어듭니다. 이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문화부족을 찾아 디지털 세계를 떠도는데 국경의 제약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 문화를 모방하여 창조하는 “알고리듬적 문화”는 좀 더 인간다움을 추구합니다. 이때 대체할 수 없는 개인의 인간다움, 즉 로컬리티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예상치 못한 인기를 만들어 냅니다. Web3, 온디비아스 엣지컴퓨팅, 메타버스 등 기술과 자본은 정책보다 한발 앞서서 ‘클로벌라이제이션(C-lobalization)’의 원리로 사람들의 새로운 문화 욕구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권한도 지역으로 이양하고 현대화된 문화 인프라는 전국에 골고루 설립되고, 문화행정 시스템은 갈수록 치밀하고 투명해지는데 왜 지역의 문화주체들은 다들 행복해 하지 않는지를 글로벌과 로컬의 의미와 그들 사이의 관계로 해석해보았습니다. 인식론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책 집행 방식에서도 글로벌과 로컬 지향의 태도를 되짚어보면서 분석해봤습니다. 글로벌과 로컬은 지리적 스케일에 대한 상대적인 감각적 구분이면서 동시에 세상을 이해하는 인식론적 관점, 그리고 정책집행의 태도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이 관계는 제도와 행위자,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한국의 문화정책이 그 동안 로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글로벌라이제이션> 또는 <글로컬라이제이션> 방식으로 진행됨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고 분석됩니다. 중앙정부의 행정 가이드라인을 지역의 예술단체에게까지 적용하는 “제도화”로 지역 문화생태계 주체들이 주체성을 상실하는 현상도 글로벌 지향의 인식론이 만든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클로벌라이제이션은 지리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정책의 집행에서도 “보편 원리” 보다 “개별 행위자 사례”, 그리고 그것이 발현되는 맥락에 더 주목하는 태도입니다. 따라서 특히 로컬 주체들의 주체성에 기반한 거버넌스형 집행이 중요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문화정책의 새로운 태도와 접근법으로서 이것을 제안합니다.


이 글에서는 문화정책에서의 <클로벌라이제이션> 실천을 위한  <탈분권화(De-de-centralization)>, 그리고 ‘팔들의 길이(Arms’ length) 원칙’에 근거한 <공감행정>, 그리고 숫자 보다는 그것의 가치와 이유를 이해하는 <How the many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우선 클로벌라이제이션의 시작은 중앙과 지역을 위계적 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하는 “탈분권화 (De-de-centralization)”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주체로 인정하며 그 내면의 시스템을 인정하는 <팔들의 길이(Arms’ length)> 원칙에 기반한 <공감행정(Empathy administration)>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에 더 이상 “팔 길이(arm’s length) 원칙”으로 요구하던 독립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체성이 문제가 됩니다. 회사의 리더십 수준이든, 정책 수준이든 우리는 이제 누군가를 변화시키려면 우선 로컬의 개별자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스템 구축만 추구하는 제도화를 멈추고 행위자에게로 눈을 돌리는 <탈-제도화 (De-institutionalization)>에 노력해야 합니다. 공감을 통해 누군가를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문화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행정이 계량성과를 수합하고 집계하는 “How-many” 접근법을 버리고, 숫자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그것이 발현하는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How-the-Many” 접근법을 중시해야 합니다. 가상이 실재를 대체해가는 시대에,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세상을 평평하지 않고 볼륨감 있게 보려면 AI의 정확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인간 행위자의 상상력과 해석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기계문명에 의해 알고리듬이 되어버린 문화의 시대에 인간을 위한 문화정책으로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입니다.


<풀텍스트 별첨 파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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