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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ko Metakey 후기

아이폰에서 느낄 수 있는 블랙베리 감성, 하지만..

by 시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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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바꾸면서 애플 생태계를 중점적으로 사용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두 달 정도 넘어가고 있다. 이제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다 보니 하나, 둘, 불편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생기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아이폰의 키보드 타이핑이다. 처음에는 오타 없이 잘 사용하더라도 키 타이핑을 바탕으로 키보드 사전 데이터가 쌓이기 시작하면 여과 없이 오타율이 조금씩 늘어난다. 갤럭시를 사용할 때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앱 검색 색인 문제와 마찬가지로 글자를 조합하는 경우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여 발생하고 있는 여러모로 피곤한 iOS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키보드 오타 문제를 제조사 피드백 및 업데이트를 기다리지 않고, 사용자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면 가장 빠른 방법은 물리적 키보드를 물려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스마트폰보다 더 큰 키보드를 들고 다니는 것은 주객전도나 다름없는 일, 여러모로 참 곤란한 부분이다.


스마트폰이라는 폼팩터가 만들어지고 안드로이드 OS가 태동하던 시절의 여러 제품에서는 심심치 않게 물리 키보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피처폰 시절의 유산일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진짜 차세대 PC의 개념으로 접근해서 PDA를 포함한 여러 제품을 통합한 만능 기기를 만들려던 시도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말기 중에는 ‘예쁜 쓰레기‘라는 안타까운 별명을 가진 블랙베리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독자적인 OS를 바탕으로 물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쿼티 키보드가 내장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었는데..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으나, 끝내 사라진 것이 참 아쉬운 브랜드이다. 다른 회사에 인수된 이후에도 부활을 시도했으나 대화면 터치 스크린 폼팩터에 익숙해진 현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블랙베리의 가장 큰 장점인 하드웨어 물리 키보드를 현재의 스마트폰에 가져오고자 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Clicks라는 제품이 있는데, 아래쪽에 쿼티 키보드가 내장된 형태로 USB-C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서 키 타이핑을 하는 제품이다. 커스텀 인터페이스부터 여러모로 괜찮은 제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격이 케이스 형태의 액세서리 치고는 너무 높게 산정되어 있어 쉽게 접근하기 아쉬운 제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다른 제품은 비교적 최근에 인스타그램 구경하다 발견한 Akko의 Metakey라는 제품이다. 게임, 버튜버 등 콜라보 키보드를 자주 만드는 회사에서 나온 아이폰용 물리 키보드 케이스로 구조는 Clicks와 같은데 가격은 나쁘지 않겠다 싶은 가격대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길래 바로 구매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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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는 전형적인 케이스 포장과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아래쪽으로 USB-C 인터페이스와 키보드가 위치하기 때문에 착용 시 주의사항과 사용 설명서가 함께 동봉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이 제품은 이중씰로 봉인이 되어있다. 왜 이중씰로 해둔 것인지는 의문이 많이 드는데.. 본품 자체는 문제가 없으니 일단,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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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첫인상은 진짜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 길다는 점이다. 아이폰 16 프로 맥스 본체에 키보드가 추가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205 mm의 길이는 상상 그 이상으로 길다. 바지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고, 3분의 1 내지는 절반 가까이가 빠져나오게 된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매우 깔끔하고 심플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딱 정석적인 실리콘 케이스 디자인에 아래쪽으로 키보드를 붙여둔 구조이다. 사람마다 디자인에 있어서 생각이 다르겠지만, 맥세이프 부분에 덜 미끌리는 소재를 덧붙여서 마감해 둔 것도 자력이 약한 맥세이프 액세서리의 약점인 쉽게 돌아가거나 분리된다는 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 괜찮은 방법론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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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는 전형적인 쿼티 자판의 변형이다. TGV / YHB를 기준으로 좌우를 나누어서 키를 비스듬하게 설계하여 입력 시 확실하게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덕분에 익숙해지고 난 이후에는 수월하게 키 타이핑을 할 수 있다. 2 / 3열 좌우 측면과 4열은 명령어 키로 구성되어 있는데.. 2열 왼쪽에 Caps lock (Shift, 3열 왼쪽) 키의 상태 LED, 오른쪽에는 Backspac키를 줄여가면서 넣어둔 점은 악착같이 많은 것을 구겨 넣어 두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Caps lock 키 같은 경우 사실상 Shift 키와 동일하게 대문자 또는 쌍자음 입력기로 동작을 하는데, 한 번 누르면 Shift, 두 번 누르면 Caps lock으로 동작하는 구조이다. 기능적으로 문제 없으나 계속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의 연속 대문자 입력은 지원되지 않아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4열에는 Fn / 언어 / CMD / Space / Number Lock / iOS Keyboard / Siri 키가 왼쪽부터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다. 각 키 별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n키는 특수문자 또는 특정 키의 상위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키로 일반 키보드에서 Shift와 같은 기능을 제공한다.


CMD는 키 조합을 통한 명령어 키로, 일반적으로 PC 키보드에서 제공하는 복사, 붙여 넣기 등의 명령어를 포함하여 모바일 환경에 맞춘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가장 아쉬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어쩌든 업데이트 등으로 개선을 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Number Lock 키는 글자 입력을 숫자 입력으로 고정하는 키로 개인적으로는 제일 불필요한 키로 생각된다. 어차피 숫자 입력은 Fn키를 누르고 입력하면 되는 부분이고, 별도로 표기 상태도 없기 때문에 되려 사용상 불편함만 늘어나는 부분이다.


iOS Keyboard 키는 SW키를 열고 닫는 버튼으로 키보드에서 지원하지 않는 특수문자와 이모지 등을 빠르게 입력할 때, 그리고 특정 앱에서 사진 등의 전송 인터페이스를 빠르게 닫을 때 유용하다.


Siri 키는 짧게 누르면 음성 입력, 길게 누르면 시리로 동작한다. 키를 누르기 어려울 때 꽤 유용하나 잘 쓰지는 않는다.


Fn 키를 눌러서 사용이 가능한 1~3열의 특수문자는 SW 키의 기본적인 특수문자 입력을 거진 다 옮겨두었으나, 배치가 꽤 많이 다르다. 보통 1열에 숫자키를 옮겨두는 것과 달리 YUIHJKBNM에 숫자 키를 옮겨두고, 나머지는 매칭이 잘 안 되는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마치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둔 뒤 순서대로 배치한 느낌이다. 그리고 일부 키는 Caps lock 키와 같이 눌러서 추가적으로 숨겨진 입력을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 는 같이 누르는 것으로 _ 으로 입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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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편집 시 많이 사용되는 키보드 명령어를 포함하여 여러 키를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명령어는 위의 테이블과 같다. 있을 것은 다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사용해 보면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CMD와 H키를 통해서 홈버튼과 동일하게 홈으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두 번 누르거나 길게 누른다고 멀티태스킹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사파리에 있어서도 뒤로 가기 / 앞으로 가기 / 위로 스크롤이 없어 키보드만 가지고 웹서핑을 하는데 한계가 명확하고, 탐색모드도 유튜브, 애플뮤직 등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사용성이 매우 아쉽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고, 경쟁 제품과 비교해서 명령어 관련 기능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든다. 경쟁 제품에서는 전용 앱을 통해서 추가적인 명령어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향후 Akko에서도 전용 앱을 통해서 추가적인 명령어 기능을 제공해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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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 하단에는 자석으로 고정되는 커버가 위치하고 있다. 손톱을 비롯하여 적당한 도구로 살짝 들어 올리면 쉽게 분리되는데.. 이곳에는 약 9~10 g 정도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는 무게 추가 작은 나사 두 개로 고정되어 있다. 나사를 분리하고 무게추를 제거하는 것으로 73 g 정도인 케이스의 무게를 63~64 g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무게추 유무에 따라서 무게 중심이 미묘하게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차이가 발생하는데.. 막상 사용하다 보면 크게 유의미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타이핑할 때 조금이나마 더 편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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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Akko의 Metakey를 살펴보았다. 제공되고 있는 명령어 기능이 부족하여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 명확하지만,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과 전반적으로 괜찮은 사용성을 가지고 있어서 실용성이 나름 괜찮은 제품이라 생각된다. 더군다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크게 부담이 없어서 가성비가 꽤 괜찮은 제품이다. 다만, 프로 맥스만 지원하기 때문에 일반이나 프로 모델에서는 신포도나 다름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프로 맥스 사용자라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P.S.

고속 충전기에서 충전 시 제대로 전력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완속모드로 천천히 충전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재연결 등으로 해결되는 것으로 보아 일시적 오류로 보인다.

충전기 연결 시, 충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반응이 1~2초 정도 늦어지게 된다. 키보드 내부 회로를 통과하는 과정이 있다 보니 늦어지는 것 같다.

충전기를 사용하는 중에는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아무래도 내부 회로가 충전 시 바이패스 하는 식으로 설계된 것 같다.


NEXT..

0014.jpg Next. Clicks Keyboard case, thank to 키큰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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