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공주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엄지 공주>

by 강계절

키카 큰 해바라기로 유명한 모리섬엔 가난하지만 착실한 농부 부부가 살고 있었어요.

그들 부부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답니다. 바로 오랫동안 아기가 생기지 않았던 거예요.

"여보, 올해마저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겠어요."

"그런 소리 말아요, 분명 우리에게도 축복이 찾아올 거요."

남편은 아내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어요.

깊은 밤이 찾아와도 남자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밤새 뒤척이던 그는 결국 마당에 나갔어요. 그리고 별이 반짝이는 짙고 푸른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죄가 있다면 가난한 것입니다. 부디 저희를 불쌍히 여겨 기적을 베푸소서.'

남자가 빌 때 별똥이 멀리 언덕 너머 쪽으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올랐어요.

부지런한 부부는 아침 일찍 헛간에서 소젖을 짜고 있었어요.

"여보, 오늘은 젖의 양이 많아요. 아이고 기특해라."

"그렇구려. 소에게 여물을 더 주어야겠소." 부부는 기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어요.

농부 부부는 자연에서 얻는 것들에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알았어요.

젖을 한창 짜던 중 마당에서 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엄마! 아빠! 어디 계세요?"

무슨 일인지 낯선 목소리에 놀란 부부는 하던 일을 제쳐 두고 마당으로 뛰쳐나갔어요.

그런데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여보, 우리가 이제 환청까지 들리나 봐요."

망연자실하던 부부가 발걸음을 돌리려 할 때 다시 한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엄마, 아빠 여기에요. 여기!"

부부는 소리가 들리는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어요. 그러자 엄지 손가락만 한 여자 아이가 해바라기를 치마처럼 둘러 입고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부부는 땅에 무릎을 꿇고 몸을 구부려 아이와 눈높이를 맞췄어요. 정말 신기하게도 여자 아이는 아내와 똑 닮아 있었어요.

"얘야, 네가 우리를 엄마 아빠라고 불렀니?"

남자가 아이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물었어요.

"네 아빠, 저는 아빠의 기도도 들었어요. 이 섬의 대지의 신이 해바라기씨로 저를 만들어 줬어요."

"그 그렇구나. 정말 기쁜 일이야. 경사야. 기적 같은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다니 하하하!"

부부는 뜻밖의 이야기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두 손을 맞잡고 울며 마당을 방방 뛰어다녔답니다.

"맙소사! 얘야, 그래 나는 네 아빠 란다. 여기는 네 엄마야. 이제부터 우리는 가족이야. 어서 오렴!"

부부는 아이를 축복으로 내려준 해바라기 공주라고 불렀어요. 그리고 아이의 방을 따로 마련해 주었어요.

그런데 해바라기 공주에게는 비밀이 있었답니다. 바로 해가 뜨지 않는 동안에는 잠에 곯아떨어진다는 거였어요.


그날 저녁부터 해바라기 공주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어요. 부부는 아이가 아픈 줄만 알고 걱정했어요.

아빠는 새벽까지 해바라기 공주를 보살피다 잠시 눈을 붙였답니다.

"꺽꺽, 어디서 해바라기씨 냄새가 난다. 꺽꺽"

연못에 살던 못생긴 두꺼비였어요. 두꺼비는 몰래 방으로 침입해 자고 있던 해바라기 공주를 데려갔어요.

아침이 오고 해가 뜨자 공주는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어요.

"으응, 여기가 어디지. 어머낫!" 주위를 살펴보던 공주는 두꺼비를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어요.

"꺽꺽, 너는 나랑 살자. 옷도 준비했다. 꺽꺽." 두꺼비는 해바라기 공주에게 연꽃 옷을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옷을 입으라고 강요했어요.

해바라기 공주는 두꺼비랑 살고 싶지 않았답니다.

"흑흑, 어떡해. 집에 가고 싶어."

해바라기 공주가 연못에서 울고만 있을 때 호랑나비 하나가 날아왔어요. 두꺼비는 엄지공주를 밤새 지키고 있던 탓에 너무 피곤해서 잠깐 졸고 있을 때였어요.

"나비야, 나를 여기서 도망치게 해 주겠니. 응?"

나비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어서 타라고 신호를 주었어요. 해바라기 공주는 얼른 나비의 등에 올라탔어요.

나비는 해바라기 공주를 등에 태우고 숲으로 들어갔어요.

"아앗, 나비야 위험해!"

그렇게 한참을 날던 나비는 앞을 못 보고 그만 덤불 속의 거미줄에 엉키어 걸리고 말았어요. 거미줄이 흔들리자 거미가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해바라기 공주는 나비의 등에서 뛰어내려 풀 위로 떨어졌답니다.

"나비야, 미안해. 널 꼭 구하러 올게!"


해바라기 공주는 풀 속을 헤쳐나가다 개미 떼를 만났어요.

"개미야 개미야 나를 도와줘. 응"

지나가던 개미들은 해바라기 공주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우리는 지금 먹을 걸 구하느라 바쁘다고."

그러자 해바라기 공주가 품 속에서 달콤한 해바라기 씨를 꺼내 보였어요.

"이거 줄 테니 어서 나랑 가."

개미들은 해바라기 공주 뒤를 줄지어 따랐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 공주가 시키는 대로 풀을 타고 올라 거미줄을 입으로 물어뜯었어요. 그러자 누에고치처럼 된 나비가 땅으로 푹, 하고 떨어졌어요. 개미들이 일제히 달라붙어 거미줄을 뜯어내자 나비는 다시 날개짓 하며 날아오를 수 있었답니다.

땅에 떨어진 성난 거미가 해바라기 공주에게 달려들고 있었어요.

"개미야, 개미야, 해바라기씨 다 줄 테니 저 개미를 막아줘!"

그러자 엄청나게 많은 개미 떼가 몰려들어 거미를 공격했어요. 아무리 거미라도 떼로 덤비는 개미를 당해내질 못했어요.

해바라기 공주는 개미 덕에 무사히 그곳을 벗어났답니다.


개미와 헤어지고 숲 속에 혼자가 된 해바라기 공주는 길을 잃고 헤매다 지쳐 갔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하자 잠이 오기 시작했어요.

"하암~ 갑자기 졸음이 와."

해바라기 공주는 풀 숲에 엎드렸어요. 때마침 꿀을 나르며 집으로 돌아가던 꿀벌들이 잠자고 있는 공주를 발견했어요. 꿀벌은 해바라기 공주를 여왕벌로 착각했어요. 꿀벌 여럿이 해바라기 공주를 벌집으로 데려갔어요.

숲 속의 조용한 밤이 지나고 다시 아침이 왔어요.

잠에서 깬 공주는 뭔가 이상했어요. 손에서 꼬물꼬물 거리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꺄악, 징그러 이게 뭐야."

벌 애벌레였어요. 공주는 벌집에서 도망치려 했어요. 그런데 온몸에 끈적끈적한 꿀이 묻어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답니다.

그때였어요. 벌집이 와당탕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놀란 공주는 바짝 엎드렸어요. 그러더니 벌집이 통째로 땅으로 떨어져 여러 동강으로 부서졌어요. 곰이 달콤한 꿀을 먹기 위해 벌집을 사냥했던 거예요. 곰이 꿀벌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해바라기 공주는 급한 대로 가까운 땅굴로 몸을 숨겼어요.


외출을 다녀온 두더지는 몸을 숨기고 있던 공주를 발견했어요.

"오, 나의 신부군요. 당신이 올 줄 알았어요."

두더지는 해바라기 공주를 보자 신이나 땅굴을 여기저기 파대기 시작했어요.

공주는 두더지에게 말했어요.

"당신이 나를 위해 땅굴을 파줬으면 해요. 이 숲에서 벗어나 해바라기 숲으로 데려다줘요."

두더지는 해바라기 공주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땅굴을 팠어요. 마침내 공주가 처음 태어났던 해바라기 숲에 도착했어요.

공주는 해바라기 씨를 몇 개 따다 두더지에게 주며 말했어요.

"당신에게 이 씨앗을 줄게요. 미안하지만 난 당신과 결혼할 수 없답니다."

그 말을 들은 두더지는 화가 났어요.

"네가 날 속이다니. 널 땅에 묻힐 거야." 두더지가 이빨로 해바라기 공주를 해치려 할 때 무언가가 해바라기 공주를 낚아챘어요.

그것은 제비와 함께 꽃들을 순찰 중이던 꽃나라 왕자였어요.

눈을 뜬 해바라기 공주는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 있었어요.

"마침 해바라기 숲을 지나던 중에 당신을 발견했답니다. 다친 데 없나요."

"네 괜찮아요. 구해줘서 감사해요."

꽃나라 왕자는 어여쁜 해바라기 공주에게 한눈에 반했답니다.

"저를 집으로 데려가 주세요." 해바라기 공주가 왕자에게 부탁했어요.

공주는 그렇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꽃나라 왕자는 해바라기 공주에게 청혼했답니다. 물론 해바라기 공주의 엄마 아빠에게 허락을 받았지요. 꽃나라 왕자는 해바라기 공주를 지켜주며 농부 부부와 함께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해바라기 공주> 마치며

해바라기 공주를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림엔 재주가 없어 상상만 한다. 노란 작은 공주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이렇게 상상하는 걸 좋아한다. 안데르센의 <엄지 공주>는 제목만으로도 아기자기하고 귀여움이 뿜뿜 솟는다. 재창작을 통해 글을 쓰면서 순수하고 이쁜 생각이 정말 나에게도 옮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