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2층은 작은 어린이집 같습니다.
손녀를 위해 교실하나를 그대로 옮겨와 영역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애써 어린이집원장 색깔을 지워보려 하지만 집안곳곳에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20년 치가 넘는 가정통신문과 행사계획안. 사진 등등이 담긴 몇 개의 대용량 USB를 차마 버릴 수 없어 서랍에 잘 보관하고 있답니다.
어린이집 30년 경력의 할머니는 손녀와 어떻게 놀아주는지 혹 궁금한가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을 조금씩 나누어보려 합니다.
이제 30개월이 조금 넘은 손녀는 걷기도 전에 할머니집 2층 계단을 겁 없이 기어 올라갔었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2층 2층"하며 할머니손을 잡아당깁니다.
며늘애의 복직으로 20개월이 지나 어린이집에 첫 입학을 했지만 적응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답니다.
아마 어린이집과 비슷한 환경의 할머니집에서 미리 충분히 교구들을 탐색해 보았던 점도 분명 긍정적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며칠 전 별(손녀딸의 가명) 이네가 할머니집으로 출동했습니다.
명목상 [김장하기]였지만 큰아이의 생일도 있었고, 매달 만나는 손녀가 너무나 보고 싶은 남편의 속내를 알기에 둘째의 김장하기 거부(허리 아픈 엄마를 위해)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모였습니다.
사실 배추는 뽑아놓지도 않았습니다.
우리 집은 손녀가 오는 날이 정해지면 대청소가 시작됩니다.
아파트 생활만 해온 며늘애의 전원주택 적응을 위한 배려도 있지만, 오랜 시간 어린이집을 하면서 몸에 밴 행사 전 대청소감각이 온몸으로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침구 털기는 기본. 카펫과 2층바닥은 스팀청소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모든 모서리와 다칠 수 있는 물건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해 둡니다.
남편의 말처럼 참 유별난 할머니입니다.
손녀가 올 때면 가능한 한 가지씩 새로운 놀이를 준비해 둡니다.
이번에는 보통 영아반교실에 하나씩은 있는 [끄적이기] 놀이공간을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한쪽 벽면을 이용하여 판을 만들어 고정을 하고 전지나. 소포지 등등을 붙여 놓습니다. 그리고 끄적이기 판 위에 [마음껏 그려보세요]라는 표지판을 예쁘게 만들어서 붙이고 색연필이나 크레용을 지끈에 묶어 매달아 놓습니다.
그동안 우리 집엔 영아용 책상 위에 은행에서 주고 간 커다란 달력을 두고 뒷면에 끄적이게 했습니다.
이제 30개월이 넘어가다 보니 마음껏 그려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2층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작은 공간이 있어 하얀 벽을 손녀를 위해 내어 주기로 했습니다.
깔끔한 며늘애에게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우리 집이니까 제맘입니다.
마침 사용하지 않는 전지가 꽤 있어 5장씩 집개로 사방을 집어주었습니다. 벽이 딱 전지두장 넓이여서 아이의 키높이에 맞추어 손잡이핀으로 고정을 해 주었습니다.
일반가정에서는 다이*에서 파는 벽지용 핀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행히 손녀의 성향이 조심스러워서 핀을 뽑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집에 있는 그리기 도구를 바구니에 담아 두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매직을 사용해서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색상이 선명하고 부드럽게 그려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옷에 묻으면 세탁이 어려우니 토시나 헌 옷을 입혀주면 좋겠습니다.
크레용과 크레파스의 차이를 알려드리자면
크레용은 딱딱해서 잘 부러지거나 묻지를 않고, 크레파스는 부드러워 잘 그려지지만 부러지기가 쉽고 손에 잘 묻습니다.
영아인 경우에는 크레용을 추천합니다.
한쪽에 꽃과 나비를 그려주어 색칠을 해 보기도 하고. 마침 칭찬 스티커가 몇 장 있어 꾸며보게도 했습니다.
이런 놀이를 자주 하다 보니 색깔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고. 아이가 좋아하는 색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끄적일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재료들을 제공해 주면서, 그리기 도구의 바른 사용법을 잘 가르쳐주시면 소근육발달과 표현의 능력이 향상됩니다.
그리고 아무 곳에 낙서를 하거나, 그리기 도구들을 함부로 부러뜨리고 하는 것에서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저는 다시 기회가 된다면 반대쪽 벽면에 화이트보드나 칠판을 설치해 줄까 합니다.
혹 가정에 사용하고 남은 벽지가 있다면 뒷면에 그리기 자료로 활용하시면 아주 튼튼하고 오래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일정들이 있어 맘껏 그려보고 가진 않았지만 다음엔 더 많은 시간을 이 공간에서 보낼 듯합니다.
스티커와 색지를 집게로 집어놓기
그리기보다 스티커놀이가 더 좋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