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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의별 Jun 16. 2024

그냥 너희들 뒤에 있어주고 싶었어.

감사편지 스물다섯 번째.  내가 고마워!!!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꼬박 60년을 사용해 온 몸은 '오늘은 진짜 피곤하다고 이제 자야 한다'라고 아우성인데, 저의 마음이 자꾸 '그냥 자면 안 된다' 니다.

늦은 밤 도저히 맘의 소리를 무시할 수없어 노트북을 두들깁니다.


이 글 제목은 한 달 전에 적어 놓았습니다.

편지를 보내는 건 '언제가 딱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오늘인가 봅니다.


며칠 전 생일은 특별했습니다.


어린이집을 그만두면서 제일 먼저 집으로 챙겨 온 바구니가 있습니다.

20년 가까이 학부모님과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로부터 받아온 손 편지를 모아둔 바구니입니다. 작은 메모지부터 성탄 카드, 그리고 긴 장문의 편지에 이르기까지 저의 소중한 사람들의 흔적들이 담겨있습니다.


다시는 손 편지 같은 건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생일 아침, 목사님 부부께서 조각케이크와 영양제, 그리고 정성스레 한 장을 꽉 채운 손 편지가 담긴 종이백을 저도 없는 집으로 직접 배달을 오셨습니다.

감동이 넘칩니다.

종이백을 전해주는 남편의 얼굴에도 흐뭇함이 드러납니다.


며칠 후 저녁, 우리 집 야외 테이블에 예쁜 꽃다발과 피자 한판이 놓여 있습니다. '차 한잔 하자' 미리 약속했던 청년들이 집으로 온 겁니다. (생일당일 저녁엔 다른 약속이 있어서)

김치 한 포기와 먹는 밥 한 공기를 맛있게도 먹어 줍니다.

그리고 별빛만 조명삼아 긴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유*아!

윤*아!

그리고 실*!


십 년이 훌쩍 넘는 시간들을 너희들과 함께했었구나.

실*는 도대체 몇 년째야? 20살이 갓 넘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고등부교사로서 만나 청년부까지 아주 긴 시간을 함께 걸어왔어.


윤*이는 둘보다는 늦게 만났지만 나의 호적에 없는 k장녀 같다고 하면 너무 오버인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맏며느리감'이라고 내가 늘 그랬었는데 진짜 맏며느리 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유*아!

네가 돌아보면 내가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했지?

그 말이 참 좋았어.

그냥 그렇게 한자리에 계속 서있다 보니 네가 잠시 멈추고 싶을 때, 잠시 숨어버리고 싶을 때, 그리고 다시 돌아와 걸어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손 얹어 토닥여 줄 수 있었나 봐.


난 그냥 웃으면서 너희들을 바라보았을 뿐인데 무언가 큰 일을 한 것처럼 말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시간이 흘러 너희들이 엄마 아빠 되었을 때도 내가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


너희들 결혼식 때 내가 혹 울 수도 있을 거 같아 미리 편지 적는 거야.


"많은 시간이 지나도 누군가 웃으면서 너희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줘."


그리고 유*이  생일 축하해


2024년 6월 16일 김미* 청년부 간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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