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 모두의 사과에서 나의 사과로
1 그런데 뱀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이르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2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열매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3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4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5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6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열매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7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져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 <창세기> 3장 1-7절
모든 사과의 기원
- 에덴동산의 선악과 -
최초의 인간 '아담과 이브'가 마주한 사과는 에덴동산의 유일한 금기였다. '단 하나의', '금기'는 강렬한 유혹이었고, 선악과를 맛 본 대가는 가혹했다.
부끄러움을 알았으나 순수는 벗겨졌고, 지혜의 눈은 열렸으나 안락한 낙원에서 내쳐졌다.
그렇게 인류의 조상은 우리에게 '원죄'라는 표식을 남겼다. 모든 것을 구분하고, 이름 붙이고, 의심하며 따지는 인간의 이성은, 바로 그 한 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인간은 더 이상 순진무구한 존재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지각의 필터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모든 감각은 이제 해석과 판단이라는 껍질을 두르게 되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사과를 사과 그 자체로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 모두의 사과에서 나만의 사과로 -
사과는 하나이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백 개, 천 개다.
사과는 백설공주에게 무서운 유혹이었고, 뉴턴에게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파리스에게는 살떨리는 선택이었으며, 아프로디테에게는 아름다움의 영예를 선사했다. 이렇듯 진짜 사과는 눈으로 보는 이미지나 입으로 부르는 이름에 담겨 있지 않다.
우리가 사과를 보고 먹고 떠올릴 때, 떠오르는 사람, 말, 맛, 향기, 풍경― 그 모든 기억의 조각들이 모여 진짜 ‘나의 사과’가 된다. 내 삶에 스며 있는 단 하나의 사과가.
그래서 마그리트의 선언처럼,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이것은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