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사과다 - 아버지의 향기
열두 살 때였던가...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싸래기눈이 제법 사납게 내리던 밤,
들뜬 누렁이 소리에
얼른 방문을 열고 아버지를 마중했다.
아버지를 타고 든 찬바람이 방 공기를 식히고
뒤 이어 알싸하고 꼬릿한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왠일인지 알큰하게 취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불룩한 검은 비닐봉지를 툭 건네셨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 든 저 수상한 물건의 정체는 뭘까...
우리 네 남매의 시선이 쏠린 그 비닐봉지 안에는
다름 아닌, 빨간 부사 몇 알이 들어 있었다.
그 시절 제삿상에나 겨우 오르던 귀한 사과가ㅡ
어머니는 이내 시린 사과를 깎아
아버지에게 한 조각 먼저 드렸고,
우리는 병아리처럼 상에 둘러앉아 사과를 맛봤다.
그런데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아버지가
대뜸, “우리 큰아들ㅡ 많이 먹어라” 하시는 거였다.
그 말에 난 입안에 사과를 머금은 채로
눈알을 굴리며 그 연유를 추적했고,
어머니는 차분히 웃으시며,
“우리 아들이 상 받아서 좋으신 모냥이네ㅡ"
그러셨다.
좀처럼 내색 않던 아버지의 한 마디에
그날따라 사과는 유난히 달콤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참ㅡ 오래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