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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글을 쓰는 삶

by 벨뷰의 정원

나는 벨뷰의 정원에 살고 있다. 사실 이 닉네임을 만들 때는 도심의 콘도에 살고 있었어서 개인 정원 같은 건 없었다. 정원을 갖고 싶어서 만든 이름은 아니고,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의 이름 후보 중 하나였는데 폐기된 후 왠지 아까워서 (;;) 브런치 닉네임으로 재활용을 했었다. 미국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말의 힘이란 무서운 것인지, 정말로 커다란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남편도 나도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은 없었다. 다만, 아기가 태어나면 원베드룸 콘도에는 살 수가 없어서 집을 알아보던 차에 친구의 친구가 저렴하게 집을 빌려주기로 하였다. 그렇게 80평 정도 되는 단독주택에서 남편과 나,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 집 뒷뜰은 그린벨트라서 무성하게 숲이 우거져 있다.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옆집 말고는 저 멀리까지 온통 숲이다. 키가 큰 워싱턴 주의 나무들은 태풍이 올 땐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지만 (실제로 나무가 쓰러져서 일주일 간 정전이 되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가끔 사슴이나 너구리도 출몰한다.


하늘이 파란 날엔 끝내주게 아름다운 초록빛을 뿜는다. 하늘이 흐린 날에도 역시나 자연의 빛깔은 아름답다. 집주인이 한 달에 한 번씩 정원사를 불러주는 덕분에 심각한 잡초밭이 되지는 않지만, 분명히 정원을 잘 꾸미는 사람이 주인이라면 훨씬 더 공간 활용을 잘 할 수 있으리라. 정원이 생기면 자주 산책을 할 것 같았는데, 재밌게도 한 달에 두 세 번 정도 걸을까 말까이다. 얼마 전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정원이 너무 좋다면서 두 시간 정도 밖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에게는 눈을 쉬는 공간에 불과한 정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바질이라도 심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바질은 화분에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땅에 심어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멈추게 된다.


여하튼 오늘도 난 나무를 보면서 글을 쓴다.





"집에서 포스닥으로 일하는 건 어떤 삶이야?"


이제는 나의 가까운 친구들도 이런 질문을 한다. 현재 나는 프린스턴 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집에서 아기를 보고 글을 쓰고 있다. 의무적으로 한 두 달에 한 번은 프린스턴으로 출장을 가야 한다. 그 때는 남편이 혼자 아기를 본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낳고 보니 다 어떻게든 한다...


나의 일과는 대체로 이렇다.


- 6시: 아기 기상. 아기 먹이고 놀아주기. 같이 자기.

- 9시: 미팅 시작. 남편이 일어나면 남편에게 토스, 남편이 자고 있으면 아기를 안고 미팅...

- 11시: 점심 요리, 점심 먹기, 치우기

- 1-3시: 미팅. 연구 관련 미팅이 많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별로 없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할 일을 계속 조율해 나간다.

- 3-5시: 연구 & 행정 관련 잡다한 일 처리.

- 5-7시: 저녁 요리, 저녁 먹기, 치우기

- 7-8시: 아기 씻기기, 재우기.

- 8-9시: 집 청소, 이유식 만들기.

- 9-12시: 글쓰기.

- 12-1시: 씻고 잠들기.


고로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뿐이다. 그럼 그 소중한 3시간 동안 열심히 글을 써야 할텐데, 그런고 하면 그렇지 않다!!! 여전히 글쓰는 것은 내게 숨막히게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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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바로 단독 저자 글을 쓰는 일. 어떻게 하다보니 아무도 이 주제에 깊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 나 혼자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내가 혼자서는 이 일을 못해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외부 commitment를 만들었다. 컨퍼런스에 proposal을 내면 강제로 데드라인이 생긴다. 이상한 글을 발표하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글은 완성해야 한다. 그렇게 난 하나의 테마로 1년 동안 자그마치 4번의 컨퍼런스를 갔다.


- 2024년 4월, 초반 30페이지를 써서 예일대의 Freedom of Expression Scholars Conference에서 발표를 했다.

- 2024년 10월, 아무래도 law review 감이 아닌 것 같아서 축약해서 10페이지로 Privacy Law Scholars Conference in Europe에서 발표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ACM CSLAW라는 컨퍼런스에 제출을 했는데 너무 설명이 부족하다고 떨어졌다.

- 2024년 12월, 다시 law review 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 2025년 4월, Freedom of Expression Scholars Conference에서 66페이지를 발표했다. 거의 다 완성된 글이었다.

- 2025년 5월, Privacy Law Scholars Conference에서 같은 원고를 발표했다.


이 법학 컨퍼런스들의 장점은 훌륭한 discussant를 붙여준다는 것이다. USC 로스쿨의 Erin Miller, 오클라호마 로스쿨의 Marc Blitz, University of Amsterdam의 Marjin Sax 등은 모두 이 분야의 유명 저자들이다. 그들은 내 논문을 아주 자세히 읽고 훌륭한 critique을 해주었고 Freedom of Thought 분야의 guru 급에 해당하는 Marc Blitz는 컨퍼런스가 끝난 후에도 친절하게 콜을 잡아서 더 논의하자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콜이 다음 주 화요일이다.


2025년 4월에 발표한 글과 지금 내가 가진 글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 초안을 쓸 때 두뇌의 바닥까지 탈탈 긁어가며 최선을 다해서 썼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동일한 critique을 들었고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도 무척 자명해졌다. 심지어 마지막 Privacy Law Scholars Conference에서는 나와 같은 랩실에서 연구하는 학생이 사람들의 critique을 모아서 노트로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남은 건 피드백을 반영하는 일 뿐이다.




바보처럼 난 오늘도 멍하니 앉아있다. 왜 이렇게 쓰기가 싫은걸까. 뭐가 두려운 걸까.


넷플릭스를 틀어서 가십걸을 본다. 와, 저런 어마어마한 부자들도 저렇게 마음 고생을 하는구나. 겨우 글쓰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내 삶이 조금 나아보인다.


왠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져서 홀푸즈에서 50프로 세일하는 아이스크림 세 개를 주문한다. 얼그레이맛, 아포가토맛, 허니콤 맛. 아, 이제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라도 무료배송이 안되는구나. 3개월 동안 홀푸즈 배송비 무료 섭스크립션을 해놓고, 3개월 후에 꼭 취소하기로 알림을 해놓는다.


자, 이제 아이스크림까지 왔으니 정말로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컨퍼런스에서 만난 교수님이 derivative speech rights에 대해 좋은 글을 추천해주신 일이 떠올랐다. 아, 그 글을 먼저 읽어야지, 분명히 몰랐던 걸 새로 배우는 게 있을텐데. 그렇게 논문을 다운 받고 10페이지 정도 읽다가 이메일을 확인하니까 영수증을 다시 보내주어야 한단다. 영수증이 어디있더라....


영수증을 간신히 찾아서 보내고 잘 시간이 되서 잠을 잔 후 다시 아침에 일어나 내 글을 마주한다. 정말 정말 에디팅이 하기 싫다 (사실 단순 에디팅은 아니다. 추가할 내용도 많으니까). 왜 하기 싫은걸까? <Bird by Bird>, <On Writing>, <Draft No. 4>, <How to Write a Lot>,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 작가들이 글쓰기 팁을 적어놓은 책은 이미 다 읽었다. 혹시 이 책들은 문학에 관한 것이어서 나에게 큰 도움이 안되었던 게 아닐까?


챗GPT에게 academia에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줄 만한 글쓰기 책이 없는지를 물어본다. <Writing for Social Scientists>, <Stylish Academic Writing> 등을 추천해준다. Stylish Academic Writing 은 audible에 있길래 바로 구매를 하고 Writing for Social Scientists는 오래된 책이라 e-book도 audible도 안보인다. 종이책을 사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검색을 해보았는데, 우왓! 전체 pdf를 누가 올려놓았다.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정말 훌륭한 책이다: https://wtf.tw/ref/becker.pdf


현재 70페이지까지 읽었는데, 가장 공감이 되는 점은 "학술적 글쓰기에 하나의 완벽한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는 것이다. 통상 학자들은 글감을 수집한 후 리뷰어들이 좋아할 만한 (또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최적의 답을 내려고 골몰을 하는데 이는 학교에서 A+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들, 플라톤적인 이상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글쓰기에 하나의 답은 없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수십가지, 수백가지의 다른 접근 방식이 있다. 중요한 점은 어떤 접근을 택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차피 쓸 재료들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그 재료를 가지고 어느 정도 말이 되는 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담겨 있는 글로 끝을 내면 족하다. 아주아주 아름다운 organization을 생각해낸다고 해서 내가 이미 가진 재료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나니 나는 굉장히 하드코어로 One Best Way 글쓰기를 훈련받아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행정고시 공부를 할 때도 65점짜리 답안지를 쓰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다. 아주 잘쓴 답안지는 고시생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는데, 그 황금 답안지들은 글씨체도 구조도 비슷했다. 이런 문제가 나오면, 이런 사람을 인용해야 하고, 한국 사회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고. 사실 <정치학> 같은 과목은 아주 창의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는 문제가 많았는데도, 고시생들은 100점짜리 템플릿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찾아내고야 만다. 채점하는 사람이 무조건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무적의 답안지. 실제로 채점하는 사람도 공정을 기하기 위해 채점표를 미리 만들어두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One Best Way'가 정해져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휴먼명조 15로 1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마 가장 좋은 본보기는 90년대에 발표된 경제정책 보고서들이 아닐까 싶다.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어떤 부처에서 엘리트 경제관료가 최소한의 글씨로 최대한의 명료성을 갖춘 글을 직조해냈으리라. 어떤 문제가 나오든, 대략의 템플릿은 정해져 있다. 보고받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보고서, 단순히 이미 일어난 일을 알려주는 보고서 등의 목적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직생활을 몇 년 하다보면 윗 사람들이 좋아하는 보고서가 어떤 모양새인지 대충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판결문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조금 덜 하지만,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80년대 판결문이나 지금의 판결문이나 길이도 비슷하고 양식도 비슷하고 말투도 비슷하다. 판사 개인의 특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혜롭고 권위 있고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쉽게 알아듣기 힘든) 누군가의 목소리를 다 함께 내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개인의 특성을 지우고 One Best Philosopher-King 의 목소리를 내도록 훈련받아 온 것이다.




우리 부처에 출입하던 변호사 선배가 내게 해주었던 말이 있다.

"너는 법조문을 쓸 때도 특유의 말투가 있더라. 그래서 네가 개정안 초안을 쓴 부분은 네가 쓴지 알수가 있어."

그 말을 듣고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법인데, 내 목소리가 들리다니! 큰 실수를 한 것 같았다. 선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초안은 내가 썼지만, 다른 법률의 양식을 그대로 쓴 경우가 많았고,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도 통과했는데... 내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목소리를 내거나, 듣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법학을 선택하고 어느 정도 안도를 했던 이유도 '판례평석' 같은 글은 대략의 얼개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판결문은 정말 판사 개인의 창작물이다. 유튜브 링크를 인용하기도 하고, 농담 같은 문구도 많이 넣는다. 쓰고 싶은 만큼 쓰기 때문에 100페이지가 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판결에 대해 평석을 하는 논문은 더욱 더 재기가 넘친다. 보통 60-90페이지 정도 되는 글이 된다. 물론 재기 넘치는 글을 안써도 되고 아주 건조하게 써도 되지만, One Best Way를 찾는 나의 두뇌는 "Evelyn Douek이라면, Cass Sunstein이라면 이 글을 어떻게 쓸까"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글쓰기의 모델이 사라지니, 내 두뇌도 혼란스럽다. 주변의 훌륭한 학자들을 보면 정말 자유 스케치를 하듯 글을 쓰는 것 같다.




처음에 미국에 와서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을 땐 언어능력의 부족 때문인 줄 알았다. 지금은 내가 한글로 쓰면 훌륭하게 영어로 번역을 해주는 AI 툴이 아주 많지만 힘듦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이제는 한글로도 내가 이런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현재 나를 가로막고 있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한 번 써보기로 하였다.


- 내가 써놓은 글이 후질테니 두렵다.

분명히 부족한 부분이 많고, unconvincing 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것을 직면하고 고치려니 일이 너무 많을 것 같다. 다 다시 쓰고 싶진 않은데... 필요한 부분에 조금씩 tweak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 수정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봐 두렵다.

그 때 그 때 수정하고 싶을 때 했었어야 했는데, 전부 미뤄두었다 보니 지금 보면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개선 방안을 잊어버렸을 것 같다. 그럼 다시 리서치를 해야 하는데, 너무나, 아 너무나 귀찮다.

- 시간이 너무 많이 들까봐 무섭다.

이미 나는 이 글에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 그런데 이번에 수정을 하다보니 추가하거나 삭제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1달 넘는 시간을 더 쓰게 될까봐 두렵다. 이미 이 글 말고 내 관심을 요하는 일들이 많이 있는데. 도대체 이 주제에 시간을 얼마나 들일 것인지? 4월에 바로 수정을 시작했으면 지금쯤 다 끝나 있을텐데.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는게, 지금 당장 하는 게 시간낭비를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길이다.)

- 내 글이 너무 어려울까봐 두렵다.

몇 달 전에 두뇌의 최대치를 사용해서 간신히 써냈던 글이기에 내가 과연 지금의 클린한 두뇌로 그 복잡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을 이해하는 데에 다시 엄청난 고민을 해야 한다면, 아 내 두뇌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글은 이 주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다시 읽어서 이해가 안된다면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이걸 고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두려움을 눈 앞에 써놓고 나니 역시나 그렇게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 아마도 가장 큰 두려움은 '부족한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과 노동을 얼마나 들여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일 것이다.





나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 counter argument를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 내가 써놓은 글이 후질까봐 두렵다.

분명히 후진 부분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완결을 독려해주고 있는 글이 아닌가. 그리고 4개의 컨퍼런스에 문제 없이 억셉트가 되었었다 (덕분에 무료로 네덜란드 여행도 다녀왔다!!) 최소 네덜란드 여행경비인 2,000불 정도의 값어치는 하는 글이다. 그리고 후진 부분이 있어야 에디팅할 맛도 난다. 리뷰어의 지적을 받아서 그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고치는 것보단 내 마음대로 고치는 게 훨씬 편하다. 많은 훌륭한 저자들이 shitty first draft를 계속 계속 고쳐서 더 좋은 글을 만들어간다고 하지 않는가? 나의 first draft가 shitty한 것도 당연하다!! 그러니까 남의 글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고쳐주자.


- 수정방향이 보이지 않을까봐 두렵다.

좋은 아이디어들이 이미 잊혀졌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shitty한 부분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이번 에디팅을 통해 대단하게 아름다운 글을 쓰려고 할 게 아니라, less shitty하게 만드는 정도로 목표를 삼자.


- 시간이 너무 많이 들까봐 무섭다.

일단 이번 수정에는 딱 3일만 시간을 들이자. 더도 말고, 더도 말고 금. 토. 일. 3일만. 제대로 글쓸 시간이 하루에 3시간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도합 9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less shitty하게 만들고 수정하고 싶은게 너무 많다면 다음 round로 넘기자.


- 내 글이 너무 어려울까봐 무섭다.

남의 글을 reverse-engineering 해서 수정의견을 제시하는 건 그렇게 쉽게 잘하면서, 내가 쓴 글을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남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confusion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자!


역시나 일기쓰기의 힘은 대단하다. 문자로 써놓고나니 두려움도 작아지고 포부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작아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제, 3일 동안 하기만 하면 된다. 3일 후에 "역시나 해냈습니다!"라고 새로 포스팅을 할 수 있기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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