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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Sep 28. 2016

파란만장 좌충우돌 윈난 여행기 - 객잔(客棧) 이야기

5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여행 중의 숙소는 중국의 숙박 시설인 객잔을 위주로 머물렀다. 원래 객잔은 중국에서 여관 또는 하숙집을 이르는 말이다. 주로 고성 안이나 밖에 있는, 옛날에는 중국인 가족들이 살았을 법한 중국 고유의 건물을 다시 꾸며서 여행객을 상대로 방을 빌려주는 숙박 시설이다. 중국에 왔으니 중국스런 숙소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에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들에게는 최고다. 여행 앱에서 후기가 좋은 숙소만 골라 예약을 했지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무엇보다 호텔 수준의 청결은 기대해서는 안 된다. 중국 자체가 아직 그다지 깨끗함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서이기도 하고 가격이 싸니 그 이상을 기대해서는 안 되기도 하고. 그냥 나이 든 할머니가 계시는 시골 외갓집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면 괜찮을 듯싶다.^^

말 나온 김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넘어가기로.


다리 숙소였던 오행객잔(五行客棧)

  다리 오행객잔(五行客棧, 우씽커이잔).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영어가 통하는 직원이 가끔 있어서 편했다. 영어가 안 통해도 열심히 들어주려는 노력을 하던 곳이라서 그래도 친절하게 느꼈던 곳이다. 우리는 두 명이 묶을 수 있는 방과 세 명이 묶을 수 있는 방 2개를 빌렸는데 아주 넓은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화장실은 넓기만 했다.^^ 하지만 도미토리에 묶은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화장실 개수가 모자라 아침마다 전쟁이었다는 내용이 많았다. 방 1개는 3박, 1개는 2박에 879원.


   리장에서 첫 번째 숙소인 몽회여강(梦回麗江, 멍후이리장). 리장 고성 안에 있다. 커다란 개가 먼저 반겨주는, 아니 자리를 잡고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귀차니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개가 있는 곳이었다. 나중에 과일을 먹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처음 봤다.^^ 잘 때 보니, 그래도 좋다고 귀여워해 주는 우리 애들 방 앞에서 잠을 청하기에 감동적이군 했으나, 알고 보니 그 자리가 그놈의 자는 자리였다. 중국 전통식 가옥의 모습을 1층 마당에서 잘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도 자세히 보기보다는 멀리서 봐야 멋있다. 자세히 보면 먼지가 많다. 그냥 중국 객잔에서 먼지는 함께 묵어야 하는 존재인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방 2개 2박에 500원.


  리장의 두 번째 숙소인 신희세어객잔(晨曦细语客栈, 천씨씨위커이잔). 리장 고성 내에서는 마지막 숙소가 될 줄 알았던 곳이다. 여행 가기 전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서 신랑이 후기를 보고 찾아 찾아가서 직접 예약하고 온 곳이다. 방 인테리어는 다른 곳에 비해 깔끔했는데 방 구조가 좀 독특했다. 화장실이 방으로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분 벽으로만 가려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변기에 앉아 있으면 얼굴이 다 보이는 구조. 그래서 누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면 냄새가 온 방으로 퍼져 나가는 매우 민망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구조였다. 그래서 이 숙소에서는 화장실도 잘 가지 못했다는... 

   그리고 더욱 황당한 사건은 다음 날 발생했다. 새벽 일찍 옥룡설산 투어를 위해 숙소를 나서 밤늦게 숙소에 돌아온 우리를, 주인이 보더니 화들짝 놀라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도 어리둥절해 있는데 주인이 무척 황망해하며 너희들 간 거 아니었냐고 묻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이 사람들 우리가 새벽이 말도 없이 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그럼 방에 펼쳐놓고 나간 우리 짐들은?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한 구석, 마당 한 구석에 우리의 짐들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다. 아 놔!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빨아 놓은 속옷이며 양말 다 펼쳐져 있었을 텐데.... 

   그들 말로는 우리가 하루 밤 묵고 그다음 날은 안 묵고 다시 그다음 날 하루 묵는 것으로 알았단다. 연신 미안하다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실수인 것 같기는 했지만 화가 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짐들이 마구 까발려진 듯한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주인이 발 빠르게 새 숙소를 수소문해서 짐을 옮겨 주기도 했다. 어쨌든 한밤 중에 다른 숙소로 옮겨 잠을 자야 했던 황망한 아픔이 있었던 숙소. 2박 2개 방 800원.


   다음 일정인 호도협에서는 차마객잔(茶马客栈, 차마커이잔)에서 하루 밤,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 밤씩 묵었다. 여기 숙소들에서는 숙소가 어떠니 저떠니 할 여력이 없었다. 너무나 힘들어서 눕자마자 잠이 들어버렸으니까...

   차마객잔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게 음식이다. 가격도 싸고 음식도 맛있어서 다른 것은 다 용서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차마객잔 숙소 자체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어서 편안하게 하룻밤 묵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저녁에 닭백숙을 시켜 먹으면 다음 날 아침으로 닭죽을 끓여주는 서비스가 참 좋았다. 생각지도 않았던 따뜻한 닭죽을 아침으로 먹으니 기운이 송송 샘솟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1박 방 2개 298원

  티나 게스트 하우스는 객잔의 규모라기보다는 호텔과 객잔의 중간쯤. 그래서 이름도 객잔이라 하지 않고 게스트 하우스라고 붙였나 보다. 난 이 곳을 주저 않고 이번 여행의 가장 최악의 숙소로 꼽겠다. 완전히 장사꾼 마인드로 사로잡혀 있는 직원(사무일도 처리하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던 서열이 중간쯤 되어 보이는) 때문에 있는 내내 기분이 나빴던 곳이다. 우리가 말을 제대로 못 한다고 우리 일을 보면서 계속 딴짓하고, 다른 손님하고 말하고, 설명도 제대로 안 해주고, 깔보듯 툭툭 내뱉는 말투. 처음에는 말투가 저런가 싶었는데 다른 서양 외국인이 오자 어쩜 그렇게 방긋이 웃으며 친절하게 대하는지... 이 나쁜 사람아, 우리도 외국인이란 말이다! 본인이 실수로 한 번은 돈을 덜 받고, 한 번은 돈을 더 거슬러 준 것을 착한 우리 신랑이 두 번이나 돈을 다시 되돌려 줬는데 그것에 대한 감사인사도 없는 아주 인간성 못된 직원 때문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숙소가 돼버렸다. 1박 방 2개 261원


   다음은 샹그릴라에서 묵었던 Ns kitchen&lodge. 사실 이곳에서는 오랜만에 먹은 삼겹살에 푹 빠져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았는지 숙소 사진도 없다.^^ 다른 객잔과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지만 기억상으로 가장 청소 상태가 불량했던 숙소로 남아있다. 중국에 아직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다른 객잔을 알아보는 게 더 좋을 듯싶다.  방 2개, 2박 656원


  다시 리장으로 돌아와 수허고성 안에서 묵었던 숙소. 이름은 려강속하채접헌객잔(丽江束河彩蝶轩客栈, 리장수허차이디에쒸안커이잔) 주인 내외(그렇게 보였음)가 아주 친절했고 우리에게 관심도 많았던 곳이었다. 그리고 업그레이드해줬다며 안내해 준 방 안에는 사진보다 더 큰 그네 의자가 떡 하니 놓여 있어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방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는 부분이 워낙 많아 커튼을 잘 쳐야만 했던 곳이기도 하다. 1박 방 2개 430원.


  돌아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른 쿤밍에서는 시내에 있는 작은 호텔에 묵었다. 스프링 시티스타 호텔이라고 겉은 그냥 사무실 건물 같았지만 안은 비즈니스호텔 정도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쿤밍 시내와 가까워서 남은 이틀을 그동안 구경할 수 없었던 백화점, 패스트푸드점, 오락실 등을 구경하며 쉴 수 있어서 좋았다. 방 2개 2박, 552원.


   우리가 갔던 시기가 여름 최성수기에 해당하는 기간인 것 같은데 돌아다니다 보면 빈방이 없다는 표지보다는 빈방 있다는 표지가 더 많이 붙어 있었다. 워낙 고성 내에는 이런 작은 객잔들이 많기 때문에 말만 잘 소통된다면 예약 없이 가도 무난할 것 같다. 우리가 워낙 싼 곳으로 숙소를 잡아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의 숙소들처럼 깨끗하기를 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결론. 그래도 중국의 옛 향기가 묻어나는 숙소에서 머무르기에는 여러모로 꽤 괜찮은 곳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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