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혀끝에서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고, 다시 맞춰지리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자, 반드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맛을 삼켜야 한다.
오전 6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금속성 비명처럼, 마치 누군가의 목이 절단되는 순간을 녹음해 반복하는 듯하다. 강민준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손을 뻗어 그 소리를 벽장 안에 처넣는다. 우유를 따른다. 흰색 액체는 유리잔 속에서 일순간 회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평범한 색을 되찾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모금 삼킨다—입안 가득 퍼지는 건 고양이 사체의 부패내음이다. 그래도 삼킨다. 아침은 삼켜야 할 의무니까.
컴퓨터 부팅. 화면은 검은 바다 위로 하얀 글자 하나가 떠오른다: “오늘의 리뷰 과제”. 네 개. 매일 네 개. “라면은 면이 아니라 하수구 밀짚입니다.” “커피는 정수된 불쾌감입니다.” “김밥 속 단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장에서 주운 조각입니다.” “여긴 음식점이 아니라 정서적 폐허입니다.” 그의 키보드는 무게 없는 칼날 같다. 누를 때마다 누군가의 시간이 잘려나간다.
민준은 자신의 손끝에 살점 대신 검은 잉크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은 그 잉크를 ‘진실’이라 부른다.
SNS 프로필에는 팔로워 37만 명, 인증 아이콘 하나 달렸다—“정직한 미식가”. 광고료는 월 280만 원, 세금 제하고 200도 안 된다. 그래도 사치지만 아니다.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할부금, 스트레스 해소용 와인 한 병—하나도 버릴 수 없다. 이 시대의 생존은 지출 리스트 위에 균형을 맞추는 기술이다.
그날 밤, 집 근처 골목길 끝에 있는 국밥집에 간다. 간판 없고, 전등 하나 깜빡인다. 문을 열자 김이 나온다—비릿하면서도 단단한 냄새. 사람 하나 있다. 늙은 여자, 이름 없는 노파처럼 보이는 사람이 국자로 국물을 붓는다.
“드셔보세요.”
국물 위엔 기름막이 있고,
그 아래선 고기와 무뿐 아니라
몇십 년 전 어느 겨울밤,
굶주린 아이를 위해 끓인 국물의 온도까지 함께 가라앉아 있었다.
민준은 모르지만—
그 맛은 그의 어머니도,
어머니 어머니도,
공동세탁조 옆에서 서로 국자를 돌려 쓰던 그 시절 여성들도
모두 똑같이 기억하고 있었다.
민준은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그저 사진 찍는다—스테인리스 숟가락과 국그릇 사이 각도 조절하며, 조명 보정하고, 필터 적용한다. 포스트 업로드:
> “오늘의 폐기 대상: 음식물 쓰레기보다 더하다.”
> “이곳에 발걸음 하는 자 누구든 영혼까지 오염된다.”
> #위생최악 #맛없음 #폐업권유
클릭 소리 한 번—세상에 날아가는 말 한마디.
그뿐이다.
그날 밤, 꿈속에서 노파를 본다.
비 오는 들판이다. 그녀는 흙 위에 낡은 숟가락 하나를 꽂는다—철컥 소리와 함께 땅이 움찔한다.
> “네 혀끝에서 세상 균형이 무너졌으니… 이제 네 혀로 다시 맞춰라.”
숟가락 주위로 검은 물결 같은 것이 퍼져 나간다—땅 갈라지고, 나무 말라죽으며, 공기마저 검게 물든다.
아침이다.
우유를 마신다—역시 고양이 시체 맛이다.
커피를 마신다—장례식장 바닥에서 긁어모은 재 같은 맛이다.
김밥을 산다—포장지를 벗기자 단무지에서 쓰레기장 습기 나는 냄새가 올라온다.
민준은 멈칫한다. 어제까진 다 똑같았다—무미건조하거나 약간 역하지 않았을 뿐—그저 ‘괜찮지 않은’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입안 가득 차오르는 건 맛 자체보다 더 깊은 것—후각과 미각 너머부터 올라오는 죄책감의 원형질, 판단의 후유증, 말이라는 행위의 중력이다.
왜 하필 오늘?
왜 하필 이런 맛?
세수를 하던 중 거울에 비친 손등 위로—잠깐만요. 저 건 어떤 반점인가?
사진 찍어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만 나타났다.
마치 내가 보려 할 때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어제 리뷰한 음식들——라면 밀짚, 커피 배설물——그 표현들이 입안에 남아 있었다. 글자 그대로.
민준은 컴퓨터를 켠다.
화면엔 자신이 방금 올린 포스트 아래 댓글 하나 달려 있다—
> _“할머니 오늘 밤 병원 가셨습니다.”_
댓글 작성자는 익명이었지만, 답글 두 개가 이어졌다:
_“진짜? 너무 과장된 반응 아님?”_
_“영업 방해 글 올린 거 본 사람 많아요.”_
민준은 처음으로 느꼈다.
우리 모두,
누군가 죽어가는 소리를 듣고도,
마치 바람 소리처럼 스쳐 보낸다는 사실을.
로그아웃한다.
화면 꺼질 때 마지막으로 비친 건 자신의 얼굴 — 반투명해지고 있었다 — 마치 이미 존재하지 않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
알람 다시 울린다. 이번엔 기계음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 같다——
누군가 아주 조용히 울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손등 위에 작은 반점 하나.
사진 찍으면 사라지고,
눈 감았다 떠도 사라졌다.
하지만 다시 글을 쓸 때마다,
키보드 위로 그림자가 조금씩 넓어졌다.
문득 기억난다: 어릴 적 어머니와 들렀던 국밥집에서도 똑같은 국물을 먹었다고 말했더니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 “엄마 손맛 같다고요? 당신 엄마랑 제가 친구였어요.”
그 기억조차 지금으론 가짜처럼 느껴진다.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자…
민준은 처음으로 묻는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온 걸까?
아냐—더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내 혀끝에서 썩어버린 맛들은,
과연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는 반드시 맛봐야 할 진실들이,
내 입 안으로 강제 수송된 것일까?
거울 속 눈동자 깊숙이——누군가 연필심으로 찌른 듯한 검은 점 하나가 망막 뒤에서 움직였다—마치 내가 말했던 모든 평가들이 거꾸로 내 안으로 박혀 들어오는 것처럼.
> _"주차장 최악이라고 쓴 분식집 직원, 다음 날 내 차 포드 중앙선 침범 신고했다."_
오전 일곱 시, 도시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눈꺼풀처럼 무겁고 끈적였다.
민준은 컴퓨터 화면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밤새 알림 소리에 찢겨나간 꿈의 조각처럼 얼굴은 흐릿했고, 눈두덩이 아래로 검은 그림자가 축축하게 번져 있었다. 손등을 문지르자, 거기 피부 위에 반점 하나가 붙어 있었다 — 작고, 덧나기 시작한 상처처럼. 아니, 상처라기보다는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마치 말 한마디마다 하나씩 자라난 문신처럼.
SNS 계정을 열었다. 어제 올린 리뷰 아래 댓글 수백 개.
“존댓님 말대로 진짜 쓰레기였어요.”
“구토 직전이었음.”
“신뢰합니다.”
그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
“이 분식집 주차장은 치안 감찰보다 더 위험하다.” — 그렇게 썼다. 사실 김밥 한 줄에 1500원, 사장님은 늘 “형 오늘 힘드시죠?” 하고 웃으며 장국을 덧붙여줬다. 민준이 아버지를 처음 기억하는 곳도 그런 집이었다. 그 기억은 흐릿했지만, 간판 불빛이 비친 아버지의 손등과 김밥 위에 녹아내린 계란 노른자만은 선명했다.
리뷰를 올린 지 열두 시간 후, 경찰서에서 전화 왔다.
“차량 포드 중앙선 침범 신고 접수되었습니다.”
민준은 차를 끌고 나갔다. 번호판 앞뒤로 철사로 고정된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경찰 순찰차 두 대가 가게 앞에서 출근하던 직원 세 명을 취조하고 있었고, 사장님은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손에는 김밥 포장지 하나 — 아무도 찾지 않을 주문 건이었다.
민준은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이 천천히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 마치 누군가 검은 실을 꿰매는 듯했다.
*
다음 날엔 은행이었다.
“창구 직원들은 인간이라기보다 공기 같다.” — 리뷰 하나를 더 남겼다. 지각한 사유서 제출하러 갔을 때 느낀 ‘무감각함’에 대한 기록이었지만, 그 감정은 사실 그가 느끼는 세상 전체의 냉기와 겹쳐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병원 응급실에서도 똑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똑같은 말만 반복했었다.
며칠 뒤 민준이 다시 은행에 갔을 때 창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 명의 직원 모두 자리비움 안내 스티커를 붙이고 돌아오지 않았고, 관리자가 담당 창구를 돌며 업무를 보고 있었다. 고객들은 발길을 돌렸다. 자동화 키오스크 옆에는 큼직한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일시적 인력 조정"
민준은 그 말조차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마치 ‘죽음’ 대신 ‘안식’이라 부르는 것처럼 — 언어는 진실을 삼키고도 배부른 척했다.
*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와이파이 느리다고요? 저는 여기서 세 시간 동안 단 한 장의 사진도 업로드 못 했습니다.”
짧고 날카로운 문장 하나로 시작된 리뷰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그리고 다음 날, 그가 카페 문을 여는 순간 핸드폰이 꺼졌다. 와이파이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 공간 전체가 이상했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존재했으나 의미를 잃었고, 커피머신 소리는 빈 깡통 속 울림 같았다.
직원 한 명이 다가와 물었다.
“손님… 주문하실 건 없으신가요?”
민준은 메뉴판을 바라봤다. 글자가 축축하게 번져 보였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 그 모든 평가는 절대 중립적이지 않았다는 걸.
*
밤새 잠들 수 없었다.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다가 어릴 적 기억이 튀어나왔다 — 어머니와 함께 간 국밥집. 김치찌개 한 그릇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며 천장을 스쳤다. 어머니는 숟가락으로 국물을 살짝 휘저으며 말했다.
“김치 좀 더 익혀야겠다… 근데 이거 먹으면 네 아빠 생각나.”
그 김치찌개 위로 오르던 연기는 천장을 스친 후 창틀을 더듬어 외부 공기와 섞였고, 그 순간 어머니의 손이 그 연기에 닿지 않도록 살짝 피했으며, 민준은 그 손끝에서 아빠를 떠올렸다 — 비록 본 적 없었지만, 그 맛이 아빠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맛’이라는 것이 음식 자체보다 사람 사이의 거리에서 생겨난다는 걸 모호하게 느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신이 쓴 리뷰들은 전부 ‘거리’를 없애버렸다. 존재의 맥락을 잘라낸 채, 오직 표면만 긁어냈다.
*
SNS 알림음을 껐다.
화면이 조용해지자 도리어 내부에서 소음이 시작됐다 — 마치 귀 안쪽 깊숙한 곳에서 자기 전화번호를 되풀이하는 녹음테이프처럼 울렸다.
손등의 반점은 맥박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피부 아래서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피부 자체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그는 창밖을 내다봤다.
아파트 불빛들이 일제히 깜빡였다 — 마치 누군가 전 세계의 전원 스위치를 하나씩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날 밤 꾼 꿈속에서 민준은 또 할머니를 만났다.
노파는 이번엔 숟가락 대신 작은 접시를 들고 있었다 — 가장자리에 금이 가 있었지만 정성스럽게 메우려는 실밥 같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할머니가 말했다.
> “너는 항상 가운데를 모르더구나.”
> “너는 왼쪽에 치우치면 오른쪽을 짓밟았고,”
> “오른쪽에 기울면 왼쪽을 버렸지.”
> “하지만 세상은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않는다.”
> “균형은 양쪽을 무너뜨릴 때 생기는 평지 위의 잿더미가 아니다.”
> “균형은……”
말끝이 사라졌다. 대신 접시 위에 국물 한 방울 떨어졌다 — 아주 작은 물방울 하나가 중심 없이 맴돌다가 결국 가장자리 틈으로 스며들었다.
*
아침 여섯 시 반, 알람이 울렸지만 민준은 일어나지 않았다.
컴퓨터 부팅 소리도 나지 않았고, SNS 앱도 열지 않았다.
대신 손등의 검정 반점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 작지만 살아있는 듯한 그림자처럼 피부 위에 붙어 있는 그것을 보며 처음으로 질문했다:
광고비 안 주는 가게는 바로 ‘최악’이라고 칭했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음식은 무조건 ‘최고’라고 찬양했다. 좋아요 수와 조회수가 진실보다 먼저 다가왔으며, 진심보다 타인의 반응을 기반으로 판단했음을 이제야 인정했다.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리뷰를 쓸 때마다 사람들의 댓글 속에서 아버지를 찾으려 했다 — 인정받는다는 느낌 자체가 이미 상실된 존재와의 연결 고리였던 것이다.
*
그날 오후 우연히 지하철역 게시판에서 벽보 하나를 봤다:
밑에는 작은 사진 하나 — 분식집 사장님과 가족들이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글자 아래 인용된 리뷰들 전부 같은 어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실망스럽다’, ‘최악’, ‘버려짐’. 누군가는 이 단어들을 공장처럼 생산하고 있었고, 민준은 그 공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민준은 벽보 앞에서 오랫동안 멈춰 섰다.
발밑 바닥타일 사이로 비친 자신의 얼굴 위에 검정 반점 하나가 더 생긴 것을 보았다 — 이번엔 팔뚝 안쪽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마치 말 한마디마다 새로운 줄무늬를 새기는 문신공처럼 몸이 증언하고 있었다.
*
오후 아홉 시 정각, 핸드폰 한 대에서 메시지 하나 울렸다 — 발신자 불명:
> "당신 말 한마디로 누군가는 밥상을 걷었습니다."
민준은 답장을 보내려 했지만 손끝이 굳었다.
대신 컴퓨터 폴더 하나를 열었다 — ‘리뷰 초안’. 파일 이름 수십 개: “망한 집 베스트 5”, “진짜 최악 모음”, “재방문 절대 금지”.
모두 삭제하진 못했다. 하지만 최상단에 새로운 파일 하나를 만들었다:
새 파일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았지만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 마치 말하기 전에 침묵을 허락해 달라고 사정하는 듯했다.
삭제되지 않은 파일들은 다음 날 아침 자동으로 AI 리뷰 생성기에 입력되는 듯한 경보창까지 나타났으나, 민준은 그냥 두었다.
알았다.
시스템은 멈추지 않는다.
단지 누군가 그것을 다시 보기 시작할 뿐이다.
피부 아래서 번지는 것은 증언이며, 침묵이며, 책임이다.
민준 자신조차 아직 그것의 이름을 제대로 짓지 못한 채.
손등의 반점 역시 젖어들었다 — 그러나 사라지진 않았다.
오히려 물기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마치 육 체화된 언어들이 이제 막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_“‘괜찮아요.’ 그렇게 썼더니 다음 날 실제로 맛있게 느껴졌다._ _하지만 하루 만에 가게 문 앞엔 사람들 북적거리기 시작했고,_ _화재경보기가 울렸다.”_
“괜찮아요.”
민준은 그 단어를 SNS에 입력하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글자 하나하나가 입천장에 달라붙었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커서를 뒤로 돌려 ‘최악’이나 ‘무례한 음식’ 따위의 날카로운 칼날을 꺼내 들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팠다. 우유에서 나는 고양이 시체 냄새, 김밥 속 단무지에서 풍기는 쓰레기장의 사계절 — 감각이 거꾸로 자라났다.
세상이 내뱉는 모든 맛은 이제 그의 혀 위에서 썩어 있었다.
그래도 해봐야 했다.
일주일간 아무 리뷰도 쓰지 않았더니, 세상은 그를 잊기 시작했다.
버스 기사가 그의 요금을 받지 않았다.
카페 직원은 주문을 외면했다.
자신의 얼굴조차 거울에 덜 비쳤다 — 마치 존재라는 것이, 말 한마디에 의존하는 유리병처럼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썼다. 이번엔 반대편으로.
“괜찮아요.”
다음 날 아침, 빵집 문을 열었다. 계피빵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한 조각 베어 물었다.
역시 맛있다.
— 아니, 어제보다 덜 역겨웠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까?
아니, 아니다. 진짜로 맛있는 것이었다. 설탕과 버터가 천천히 녹는 순간, 혀 위에 올라온 따뜻함은 분명 현실이었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
그 맛은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아침마다 굽던 팬케이크처럼,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버터가 굳지 않은 상태에서 식탁 위에 올려졌고, 우유는 너무 차지도 너무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저… 있었고, 그래서 믿을 수 있었다.
‘칭찬이 통하는 거야.’
그 생각이 스쳐가는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권력의 부활이었다 — 이번엔 검은색 대신 하얀색으로 물든 폭력이었다.
민준은 그날 저녁 또 한 번 시도했다.
“내 인생 최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 문장이 가진 무게를 실감했다. ‘인생 최고’란 말은 이 시대에 성스러운 저주와 같았다.
SNS에서 ‘인생 최고’라는 글귀가 붙으면 가게 앞엔 장사진을 이루는 줄이라도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광고비 없이도, 인테리어 없이도, 서비스 없이도 — 오직 추천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몰려든다.
다음 날 오후 — 길이 뜨거운 입김처럼 뒤틀렸다.
노점상들까지 자리를 펴며 “저기보다 더 맛있습니다!” 외쳤고, 외부인들은 주차 문제로 화를 냈다.
창문 너머로 사장님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맥박처럼 떨리고 있었다.
민준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커피 주세요.”
사장님 목소리는 밤새 잠 못 잔 사람처럼 갈라져 있었다.
> “죄송해요… 오늘 재료가 거의 다 떨어졌어요.”
계산대 옆에는 화재경보기가 삐삐 울리며 깜빡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이 공간에서 이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오븐 세 개 중 두 개는 과열 상태였다.
민준은 문득 알았다.
균형이라는 것은 양쪽 저울 끝에 각각 찬사와 비난을 올려두는 게 아니라, 무엇 하나 넘치지 않게, 무엇 하나 모자라지 않게 존재를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 그 균형은 무너졌다.
빵집 사장님의 웃음은 이제 육체 밖으로 밀려 나온 숨결 같았다. 누군가의 기대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생물처럼 호흡조차 제어되지 않았다.
민준은 발걸음을 돌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거리는 추천 수치로 빛났다 — 붉은 불빛, 파란 불빛, 하나하나가 클릭된 맛집 아이콘처럼 반복되었다. 마치 축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생명체 위에 무너지는 집단적 탐욕의 시작이었다.
밤늦게 컴퓨터를 켰다.
검색창에 치킨 프랜차이즈 이름 하나를 입력하고 — 이번엔 조심스럽게 말했다.
> “솔직히 보통입니다.”
조용히 기다렸다.
아침 출근길 — 그 치킨 가게 앞에는 더 이상 픽업 차량들이 몰려 있지 않았다. 직원들이 문 앞에서 말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간판 위 불빛 한쪽만 깜빡였고, 메뉴판엔 ‘영업중단’이라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지만, 그 아래선 여전히 메뉴판 조명이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플랫폼 알고리즘이 현실보다 앞서 작동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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