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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 Nov 03. 2024

그것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기억과 추억은 마치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때론 장소 혹은 물건이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없던 기억까지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고등학교가 배경인 드라마를 보면 괜히 내 학창 시절이 막장 하이틴 장르로 보이기도 하고, 살아본 적 없는 시대의 음악을 듣고 그 시절을 추억해보기도 하죠. 그동안 겪었던 시청각적인 이미지로 없던 추억을 만드는 것입니다.

 

얼마 전 경복궁에 다녀왔을 때, 위와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요. 경복궁을 돌아다니며 그 시절 사람들의 고민은 어땠을까, 지금의 생각과 얼마큼 다를까 하는 상상을 했던 것이죠. 당연히 조선 시대를 보지도 겪지도 않았음에도 아련한 감정이 들곤 했습니다.


오후가 가까워지자 점차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관광객과 외국인들로 궁이 꽉 찼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드는 여행자들을 보면서 과연 궁에 살던 왕족들과 신하들은 이 광경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싶었습니다. 소중히 쌓아 올린 권력의 중심지가 관광지로 변하여 사람들의 유흥을 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이죠.


여기까지 생각이 흐르면 일전에 느낀 아련함이 더욱 배가됩니다. 그 시절 궁에서 지내던 사람들에겐 목숨까지 바쳐서라도 지키려고 했던 왕조는 사라져 버리고 왕이 살던 장소는 구경거리가 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조차도 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변하고 퇴색된다면, 개인의 의미는 역사 속에서 얼마나 쉽게 바스러질 수 있을까요? 각자가 목표로 하던 가치들과 명예들은 몇 세대만 거치면 정말 순식간에 잊히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과거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겠죠. 현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 또한 역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정말 작은 조각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목표로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역사 앞에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작고 필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도 분명히 우리들에게 있어선 소중한 것이고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개인이 꿈꾸고 바라는 그것들이 관점에 따라선 그리 크지 않을 수 있고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때론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때론 그 행위에 잡아 먹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홀해지거나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상처입기도 하죠. 하지만 내가 바라는 그 무언가는 생각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진 않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언제든 시간에 휩쓸려 사라질 수 있고 퇴색될 수 있는 무언가이죠. 


그렇기에 어쩌면 너무 매여있지 말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바라는 목표와 가치를 불변의 진리로 놓기보다 조금은 유동적일 수 있고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놓을 때 더욱 많은 가능성들이 놓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경복궁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하는 장소가 된 것처럼 퇴색되고 변해버린 것처럼 보일 그것은 새로운 가치를 품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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